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 골프GTD를 타는 입장에서 느낀 점

2015. 9. 24. 22:36자동차세상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 골프GTD를 타는 입장에서 느낀 점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조작이라는 희대의 스캔들 사건에 휘말렸다. 골프GTD를 타는 입장에서 결코 남의 얘기로만 들리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위 '폭빠(폭스바겐빠)'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도 기분이 아무렇지도 않다면 아마도 거짓말일 것이다. 작고 강한 차'를 좋아하는 취향 때문에 폭스바겐 골프 중에서도 실속있는 디젤 GTD를 워낙에 갖고 싶어 해서 선택한 차였고,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현기차 때문에라도 구매를 서둘렀던 차였기에 이번 사태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이 워낙 대형이슈가 되다보니 일각에서는 '음모론'마져 새어나오는가 본데 사실 근거는 매우 희박하다고 한다. 단지 환경보호 관련 문제를 연구하는 영국 출신의 독립 연구팀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이 문제가 최근에 불거진 사실도 아니고 이미 지난해 나온 결과물이었다는 사실이 조금은 석연찮아 보일 뿐이다. 알다시피  폭스바겐 측이 디젤 차량에 장착된 공해저감장치를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는 입장을 미국의 환경보호청에서 발표한건 지난 18일의 일이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음모론이라는 말도 나오는데 현실적으로 미국시장에서의 폭스바겐 점유율은 유럽이나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 비하면 상대도 안되는데다가(2014년을 기준으로 독일 업체들의 미국시장 판매량 순위는 폭스바겐이 13위, 메르세데스 벤츠가 14위, BMW가 15위에 불과할 정도로 생각보다 매우 저조한 성적을 가지고 있다.)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더러운 엔진'이라고 하는 디젤을 죽이고 테슬라나 구글 등 차세대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의지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런 여러 이유 정황들만 보더라도 설득력이 희박하다. 오히려 지금의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이 터지게 된 데에는 미국 규제당국으로부터 문제를 지적받고도 그저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문제를 더 키웠던 폭스바겐 스스로에게 문제가 더 크다고 본다.

 

 

 

 

 

 

 

 

뒤늦게 이런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환경보호청에 폭스바겐 측은 공해저감장치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바로 인정했고 폭스바겐의 최고경영자 마르틴 빈터코른 CEO는 긴급 이사회가 끝난 뒤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배출가스 조작은 실험실에서 차량을 시험할 때는 오염저감장치를 작동하게 했지만 실제 주행 중에는 중단하도록 장치를 조작했다는 것인데 조사 결과 실제 차량이 주행 할 때 미국이 정한 기준허용치보다 오염물질이 최소 30~40배 정도 더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폭스바겐의 주가도 배기가스 조작 사건이 터진 직후 이틀 동안 35% 떨어지면서 250억 유로, 우리 돈으로 33조 원이 증발했다고 한다. 이번 사태로 폭스바겐 뿐 아니라 BMW, 벤츠, 아우디 등 '명차하면 독일차'로 여겨지던 독일 자동차 산업의 선두주자격인 모든 브랜드 역시 적지않은 파장이 전해질 듯 하다. 심지어 독일 전체가 이번 사태로 멘붕상태라고 한다. 그렇다면 사전에 독일 정부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

 

 

 

 

 

 

 

 

한 자동차 전문가는 독일정부가 알고 있었던 건 이번에 불거진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같은 속임수가 아니라 '자동차 업계 일반의 규제회피 가능성'이었다고 주장한다. 다른 자동차업체들 역시 '속임수'를 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기아자동차 스포티지는 지난 2012년에 이와 비슷한 문제를 지적받은 바 있는데 사실 자동차업체들이 연비와 배출가스 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나름의 노하우를 동원한다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한다. 비슷한 행위가 적발된 과거 사례도 더러 있는데  각종 테스트에선 불법과 합법에 대한 기준이 종이 한 장 차이로 왔다 갔다한다고 한다. 다만 폭스바겐은 그 종이 한 장 수준의 차이를 아우토반 달리듯 과감하게 넘어서 불법을 저질렀다고 하는 게 이번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의 전말이다.

 

 

 

 

 

 

 

 

많은 언론들이 인용하고 있는 디벨트 기사는 독일 연방정부는 폭스바겐이 미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동차업체들이 배출가스 시험을 회피하는 기술을 쓸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한다. 즉, 독일정부는 폭스바겐의 사기행위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게 아니라, 업계 전반에서 비슷한 수법이 쓰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바꿔말해 독일 정부가 그런 잠재적 가능성을 알고도 충분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문제가 전세계적으로 일파만파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자 우리나라 정부도 폭스바겐 차량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정부는 폭스바겐의 차량 조사를 위해 평택항에 입고된 차량에 대한 봉인조치를 실시했는데 봉인 대상이 되는 차량은 최근 미국에서 배출가스 조작으로 리콜 명령을 받은 폭스바겐의 골프와 제타, 아우디의 A3라고 한다. 하짐난 2009년 이후 생산된 배기량 2000cc 이하 폭스바겐 차가 티구안, 파사트까지 포함해 모든 디젤차라는 말도 있다.

 

 

 

 

 

 

 

어쨌든, 환경부는 이 차량들의 배출가스 시험을 위해 차량의 본네트와 내부 전자제어장치 부문을 봉인했으며 봉인된 차량들은 인천 국립환경과학원으로 옮겨져 실주행간 배출가스 검사 등을 받게 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여파는 국내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 규제를 한층 더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기존에는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 시험을 실험실에서 진행했지만, 앞으로는 실제 주행 환경에서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를 시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환경부는 오는 12월 디젤 차량에 대한 규제 강화 방안 초안을 내놓은 뒤 오는 2017년 9월에는 모든 디젤 차량을 대상으로 규제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알고보면 지금까지 국내에서도 배출 가스와 관련돼 리콜된 차량이 많다고 한다. 환경부가 올해 배출 가스와 관련해 리콜한 차량은 지난 7월까지 10개 차종으로 7천 934 대였는데 1월에 4천 681대가 리콜된 데 이어 5월에는 840대, 7월에는 2천 413대가 각각 리콜됐다. 리콜된 차량은 르노삼성의 SM5 TCE가 3천 5백여 대 리콜됐고, 한국 GM의 베리타스가 천 백여 대 리콜됐다. 또 이탈리아 스포츠카인 마세라티의 일부 수입 모델도 리콜대상이 됐고, 푸조 일부 모델도 리콜됐다. 이 차량들은 엔진 제어장치의 손상과 배기파이프의 결함 등의 이유로 리콜된 것이라고 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에 다라 배출 가스 관련 리콜 조치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번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으로 반사이익을 노리는 기업이 있다. 바로 현기차이다. 요즘 아반떼AD와 뉴 스포티지 출시 이후 '정말 많이 달라졌다는 호평과 함께 상반기 내내 고전을 면치 못하던 현기 얼굴에 이제 비로소 조금 화색이 돌던 차였다. 그런데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이라는 뜻하지도, 예기치도 않았던 호재를 만난 것이다. 어쩌면 현기차 입장에서는 꿩먹고 알먹고하는 그야말로 입에 귀에 걸릴만큼 확실한 기회를 거머쥐게 된 셈인데 이런걸 반사이익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미 한국의 소비자들은 잘 알겠지만 폭스바겐 안 산다고 꼭 현대 기아차를 산다는 법도 없다. 폭스바겐 차량을 구입하려던 소비자와 현대차의 잠재적 구매자는 꼭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폭스바겐과 현대·기아차의 라인업도 다르고, 두 업체가 각각의 시장에서 공략하는 소비자층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어떤 소비자는 폭스바겐 대신  벤츠 디젤을 선택할 수도 있는 것처럼 폭스바겐 구입을 포기한 소비자가 현기차를 선택하기보다는 비슷한 수준의 다른 수입차를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다.

 

 

 

 

 

 

 

 

 

아무리 현기차가 스믈스믈 가격을 높여온 바람에 가격대가 비슷해졌다고는 해도 국산차와 수입차라는 확연한 차이가 분명 존재한다. 즉,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로 잘 나가던 폭스바겐이 느닷없이 침몰할지라도 소비자들에게 폭스바겐의 대체 브랜드로 현대·기아차만 있는 것도 아니란 얘기다. 올해 8월까지 미국에서 현대·기아차와 폭스바겐은 나란히 점유율 7~9위를 기록 중이었다고 한다. 점유율이 비슷하다는 것은 '판매대수가 비슷하다'는 뜻일 뿐, 두 회사가 '대체' 또는 '맞수' 관계에 있다는 얘기가 전혀 아니다. 실제로 골프 구입을 포기한 소비자가 쏘나타를 살 거라는 보장은 절대 있을 수 없다. 물론 '경쟁자가 하나 줄어들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생겨난 공백을 메우려 달려드는 브랜드는 현대 기아뿐만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파이를 하나쯤 제대로 차지하려면 현기차의 노력도 피터지게 해야한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지난 2010년 있었던 도요타 리콜사태만 보더라도 세계적으로 판매량 세계1위를 자랑하며 그렇게 잘 나가던 일본 도요타가 대규모 리콜로 인해 휘청거리며 곤두박질 치던 그 때에도 현기차는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는 반사이익의 찬스를 놓친 바 있다. 그 당시 YF쏘나타와 미국 알라바마 현지의 생산 공장 등을 풀가동하며 적기를 맞았지만 어쩐 이유에서인지 흐지부지 하게 되었고 이내 도요타는 다시 기사회생하면서 왕좌를 놓치지 않는 형국이 되었다. 오히려 그 무렵부터 현기차는 내수시장에서 엄청난 역풍을 겪으며 내환을 겪기 시작한게 아니었나 싶다. 최근 새로운 아반떼 출시와 더불어 내수용 수출용차에 차이가 없다며 충돌테스트를 하고 '슈퍼노멀'을 외치며 내수시장 탈환에 박차를 가하고는 있지만, 이번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을 보면서 두가지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 하나는 아무리 잘나가던 브랜드라고 해도 이미지에 한번 큰 타격을 받으면 어쩔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앞서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사태에서 보았듯이 워낙 체력이 좋은 브랜드는 얼마 안가 다시 회생한다는 사실도 발견해본다. 물론 전제조건 있을 것이다. 얼마만큼 뼈를 깍고 피를 토하는 성토가 있었어야 했는지, 그래서 얼마만큼 빠른 시일 내로 무너진 고객신뢰, 브랜드 이미지를 다시 살려놓을 수 있느냐의 문제는 역시도 그릇의 차이가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해본다. 어중간한 브랜드라면 아마도 그걸로 영원히 끝도 없는 추락을 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을 보면서 느낀 또 한가지 사실은 우리나라 현기차의 정체성에 대해서이다. 지난 2009년 도요타 대규모 리콜사태와 같은 엄청난 호기를 만나고도 반사이익을 보는데 실패했던 때를 떠올려 보면 이번 폭스바겐 스캔들이 해외시장은 물론이고 국내 내수시장에서도 현기차에게 반사이익을 가져다 주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당장 주춤은 할지 모르겠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폭스바겐 타던 사람들이 현기차로 돌아갈 일은 아주 희박하다고 본다. 성능, 감성품질, 브랜드가치, 기업에 대한 신뢰도 등등 어떤 이유가 되었던지 간에 다시 현기차로 갈 일은 극히 드물것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 폭스바겐 골프GTD를 타고 있기 때문에 나부터도 이번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에 실망감이 드는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지금 타는 차를 버리게 된다면 아무리 여유가 없어도 현기차로 다시 돌아가는 일은 없을 듯 하다. 사실 차에 대해 조그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숙성도 높은 좋은 브랜드가 너무도 많다. 애국심에 호소하며 차타는 시대도 아니라고 흔히들 말한다. 지금 폭스바겐을 타는 사람이든, 타려고 했던 사람이든 아니면 다른 수입브랜드 차를 타던 사람이든 이들에겐 분명한 공통점 하나가 있다. 사실 말 안하려고 했는데 분명한 이유를 밝히며 글 맺을까 한다. 바로 현기차에 대한 불신이다. 그게 이번 폭스바겐 사태를 보면서 느끼게 된 마지막 생각이다. 더군다나 그런 세계적인 브랜드와는 달리 한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에는 현기차가 가진 능력이 너무도 버거워 보인다는 사실이다. 물론 지금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겠는데 성급해 보이고 두터워보이지 않는다. 달라진 모습, 진정성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