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원전대폭발, 갈라놓을 수 없는 사랑 이야기

2015. 12. 15. 21:02영화, 미드 추천/주목할만한 영화

체르노빌:원전대폭발, 갈라놓을 수 없는 사랑 이야기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일어난지 어느덧 30년의 세월이 지나고 있는 시점에서 당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러시아 영화를 한편 보았다. 제목 그대로 '체르노빌:원전대폭발'이라는 영화인데, 대중에게 인식된 부분만큼이나 강하게 어필하기 위해 영화제목을 이렇게 잡았지만, 원제를 그대로 옮기면 '갈라 놓을 수 없는(Inseparable)'이라고 하는 것이 좀 더 영화의 본질을 전달하기에 좋았을 것이란 생각부터 하게 된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당시 원전사고를 둘러싼 무슨 액션영화 또는 재난영화라도 되는 것으로 착각하게 되는데 이 영화가 주는 교훈과 주제를 제대로 전달하고자 한다면 영어로 된 원제 그대로 '갈라 놓을 수 없는 사랑 이야기'가 되어야 하는 게 맞다. 실제로 이 영화는 체르노빌 원전사고라고 하는 특정 사건을 놓고 벌어지는 '알리야'와 '파샤'의 러브스토리가 주된 내용이다.

 

 

 

 

 

 

 

지난 2011년 3월11일 일본에서도 평화롭던 어느 봄날 진도 9.0에 달하는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쓰나미와 함께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해 단숨에 2만여명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했지만, 체르노빌 역시 지난 1986년 4월 어느 평화로운 주말 새벽에 갑작스러운 폭발사고와 함께 단숨에 인류 최악의 대재앙으로 번진 그런 엄청난 사건이었다. 물론 수치상으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체르노빌의 11배에 달할 정도로 훨씬 더 위험한 재앙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오히려 당시와 비교했을 때 세상은 좀 더 간악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일어났던 당시 구 소련은 사건을 감추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유럽 등 주변국에서 갑자기 높아진 토양과 대기중의 방사능 수치를 증거로 추궁하자 얼마안가 사실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소련 정부도 당시 소비에트 연방국인 우크라이나에 대해 더이상 숨기지도 않았고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가 경악과 충격 속에 사태수습을 위해 노력했다. 그만큼 원전 방사능의 폐해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소련의 후속조치는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일본은 어떤가. 무려 11배 이상 공기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할지도 모를 재앙을 낳은 당사국임에도 자본의 논리와 지금도 은폐와 축소에 급급하지는 않은가. 이제 얼마 안가 하나둘 그 폐해가 마구 들어나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다들 쉬쉬하고 덮으려고만 할 뿐.

 

 

 

 

 

 

어쨌든, 당시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사고 순간 58명인가가 즉사했고 방사능 피폭 등으로 엄청난 사상자가 후속적으로 발생했다. 족히 수만명이 서서히 죽어갔고 부작용도 엄청났다. 영화 '체르노빌:원전대폭발'은 3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그날의 사건과 그날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게 된 한 소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언니와 할아버지 이렇게 셋이서 살던 알리야는 휴가차 오기로 했던 아빠를 기다리며 숙모한테 가던 중 근거리에서 체르노빌 원전의 폭발상황을 그대로 목격하게 되는데 설상가상으로 이 사태를 수습코자 헬기로 투입된 아빠마져 불의의 사고로 잃게 된데다 언니마져 피폭증상을 보이던 중 사라지게 된다.

 

 

 

 

 

 

졸지에 고아나 마찬가지가 된 알리야에게는 유일하게 아빠의 전령으로 다녀간 군인 '파샤'만이 오직 의지할 대상이자 처음으로 사랑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런 알리야에게 파샤 역시 한눈에 반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파샤도 사고 현장에 투입된 병사 중 한명이다 보니 그 역시 방사능 피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난생 처음 한 눈에 반한 사랑을 두고도 이들은 서로가 겪게될 불행한 미래와 결말에 상관없이 상황이 악화될수록 서로에게 의지하는 마음 또한 각별할 수 밖에 없다. 세상은 거의 종말 수준의 재앙을 맞는 가운데 이들의 싹트는 사랑을 누가 막을 수 있을까. 그래서 영화 제목도 원래는 영어 'Inseparable'에 걸맞게 '갈라놓을 수 없는'이 되어야 하는게 맞다.

 

 

 

 

 

 

 

알리야와 파샤가 공중전화 박스 안에서 서로의 각별한 마음을 벽에 새긴 글로 남겨둔 것을 훗날 누가 보게 될지는 모르지만, 영화 '체르노빌:원전대폭발'에서는 이 장면에서 이들의 불확실한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 난생 처음 운명적으로 맞이하게 된 사랑을 두고 축복은 고사하고 세상은 온통 원전 사고 현장에서 새어나오는 시커먼 연기만큼이나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되는데, 이 두 연인의 절박한 마음은 보는 이에게도 그대로 전달되며 안타까움을 더하게 된다. 영화의 줄거리는 복잡할 것도 없지만 사상초유의 대재앙을 맞이한 상태에서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지 짐작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사건이 그냥 사건도 아니고 재앙이니 말이다. 그만큼 영화는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참사를 있는 그대로 그려내 보이고 있다.

 

 

 

 

 

 

이 영화 '체르노빌:원전대폭발'이 보기 드믈게 되게 인상적인 영화로 기억에 남게 되는 이유는 일단 실제로 있었던 실화로 인류 최악의 대재앙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도 그렇지만, 러시아 영화라는 독특한 색채가 매우 이채롭게 다가온다. 사고가 일어나던 1980년대의 우크라이나 사회 분위기, 러시아 연방의 정겨운 어느 시골마을(키예프)의 아름다운 풍경까지 모든게 이색적으로 느껴지는데다 '알리야' 역을 맡은 마리아 포에체예브나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언어 또한 러시아어답게 투박하기는 하지만 그래서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원전사고가 가져올 재앙이라는 것이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라지만, 이 영화에서처럼 누군가에게는 애절하고 안타까운 사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사고의 여파가 얼마나 비극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영화 '체르노빌:원전대폭발' 예고영상

 

 

영화를 보는 내내 한켠에서 들었던 생각이기도 하지만,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그러고보면 매우 뻔뻔하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게 된다. 국내에서도 이젠 체르노빌 사건보다 더 훨씬 오래전에 일어난 작은 사고인양 그렇게 빠른 속도로 대중들 기억속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심지어 몇년 전엔 국무총리가 나서서 괴담 퍼뜨리지 말라며 처벌까지 하겠다고 엄포를 놓아서인지 참 일본이란 나라의 위험성을 사람들은 완전히 상실 수준으로 망각해버렸다. 서방세계에서도 자본의 논리로 더이상 언급하지 않는다. 하물며 남들도 다 조용한데 바로 이웃나라라고 해서 이 나라도 계속 침 튀기며 떠들 이유는 없다지만, 항상 기억해야 할 명백한 사실은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11배 수준이라는 것만 잊지 않으면 되겠다.

 

 

 

 

 

 

특히 영화 '체르노빌:원전대폭발'을 보고나면 이 비슷한 생각을 더하게 될 것이다. 의문도 더 늘어날 것은 뻔하다. 체르노빌은 원전이 멜트다운에 들어가기 전에 그냥 어마어마한 콘크리트로 아예 덮어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영구폐쇄시켜 버렸다. 하지만 일본은 어떤가. 거짓에 거짓을 더하고 이 나라는 괜히 불안해 하지 말라며 '개안타 개안타' 일본을 대신해 안심시키기에만 급급했다. 당시 대통령이 일본 오사카 출신이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후에도 현지까지 날아가서 농산물을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퍼포먼스까지 했다. 일본을 대신해서 참 굉장한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이따금 폭로성으로 터져나오는 현지 소식은 여전히 연거푸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방사능 오염수치, 오염수 등등은 물론 원자로는 여전히 땅속으로 녹아내려가고 있고 최초 사고 이후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 그러면서 맨날 괜찮다거나 아예 대중들이 이 사실을 기억속에서 지워버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그런 상황이다. 서방세계 과학자들이 공식적으로 내놓은 결과수치가 체르노빌의 11배 수준인데도 말이다. 

 

 

 

 

 

 

 

이 나라 또한 돈에 눈이 멀어 원전사업 수주에만 열을 올리고 비리나 일삼는 원전마피아가 존재하는 나라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겠다. 그래서인지 영화 '체르노빌:원전 대폭발'은 사고 30주기를 맞이하는 무렵에 나온 실화바탕의 영화로 한국사람들도 한번쯤 꼭 봐두어야 할 그런 영화라고 생각한다. 원전사고 참상이 얼마나 비극적일 수 있는지 깨달아야 한다. 그저 티비에서 떠들어주지 않으면 너무나 쉽게 망각하기 좋아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오늘날 매체는 전부 돈되는 이야기 아니면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괜히 바보상자라고 하는 게 아니다. 아주 가까운 주변국에서 얼마만큼 큰 사고가 일어났는지를 가늠해 보고자 한다면 반드시 '체르노빌:원전대폭발' 영화를 보시기 바란다. 헐리우드영화와는 다른 이채로움과 있는 그대로의 참상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