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킹'을 보고나서...검사공화국, 나쁜놈들의 전성시대를 본 듯

2017. 2. 16. 18:43영화, 미드 추천/주목할만한 영화

영화 '더킹'을 보고나서...검사공화국, 나쁜놈들의 전성시대를 본 듯

 

 

기대가 너무 커서일까요? 요즘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영화 '더 킹'을 본 후의 느낌은 그냥 한 마디로 찜찜했습니다. 뭔가 통쾌하달 것도 없고 그냥 한편의 조폭영화를 본 것 같은 기분이랄까? 몇년 전 히트쳤던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의 전성시대를 다른 시각에서 만든 느낌 같은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갠적으로 워낙 좋아하는 배우 정우성이 나와서 믿고 본 것인데 사실 주인공은 조인성이라 할 수 있겠죠.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요즘 세간에 '최순실 게이트'로 떠들썩한 정국에서 가장 핫하게 떠올랐던 검찰 관련, 즉 권력의 실세로 주목받던 두 사람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 민정수석이 연상될거라 해서 더 관심을 갖고 보았는데요.

 

 

 

 

 

 

정우성을 보면서 김기춘 비슷한 느낌. 그러니까 비주얼적으론 아니지만 확실히 권력의 최절정에 우뚝 서있던 김기춘실장을 연상시키기엔 충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우병우 모습은 좀... 구지 말하자면 권력의 맛을 알아버린 그들, 일부 검사들의 모습이 바로 우병우라인이니 하는 정치검사들 모습을 투영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요즘 현실이 너무 짜증납니다. 특히 대한민국의 법이란 무엇인가 싶은 그런 환멸감 비슷한 감정을 느끼실 분들 많을 텐데요. 최순실 정국이 진행되는 동안 김기춘 실장을 비롯해 구속된 사람들도 많지만 정작 실세 중 실세라는 우병우는 제대로 된 수사 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일련의 모습들을 보면서 일반국민들이 모르는 그쪽 세계에서는 또 어떤 꼼수와 타협, 술수들이 오갈지 모르겠단 생각을 해봅니다.

 

 

 

 

 

 

아무리 대다수의 국민이 원하고 또 상식적으로 전문가들 조차 납득하기 힘든 재벌영장 기각이나 청와대 압수수색이 두차례나 무산되는 것, 그리고 대리인단들의 노골적인 시간끌기 전략 등 최순실게이트에서 수개월째 보여지는 일련의 구역질 나는 모습들을 묵도하면서 정치란 무엇이고, 권력이란 무엇이며 또 그런 것들에 탐욕으로 얼룩진 관계자들, 특히 검사들이란 무엇인가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됩니다.

 

요즘 현실과 많은 부분에서 비슷한듯 아닌듯 매칭 되는 것도 많고 현실반영이 리얼하게 이어지는 영화 '더 킹'은 그래서 일단 많은 이들에게 고나심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었을텐데요. 하지만 저는 영화적 요소들로 보았을 때 뒷맛은 그리 개운치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었고 갑작스러운 상황변화들 그리고 개연성이나 파고들어가는 깊이 등은 오히려 많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말로 '더 킹'은 비주얼 좋은 두 배우 정우성과 조인성이 아니었다면 그닥 먹히지 않았을법한 그런 영화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확실히 정우서의 아우라는 뭐 말이 필요없죠? 중장년층에게도 먹어주고 젊은층에겐 조인성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았을까요? 그런 비주얼 좋은 배우들이 뿜어대는 가오, 아우라와 함께 영화 '더킹'은 절반 정도 먹고 들어갔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스토리 내용 전개에서는 당초 기대가 커서인지 몰라도 좀 약했다고 봅니다.

 

 

 

 

 

 

제작년 '내부자들'의 스토리가 더 좋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근래 한국영화들 상당수가 부패한 권력과 패착한 어둠의 세계를 보여주는 비슷한 흐름들이 많이 보여지는데 대해서도 이젠 신선하다는 생각도 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더킹'을 보면서 내내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의 전성시대' 속편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이런게 대세인가 보네요. 어떻게 해서든 권력을 쥐면 뭔짓이든 다할 수 있고, 뭐든 다 가질 수 있다는 그런 촌스러운 탐욕이 여전한가 봅니다. 실제로 그런 이들이 출세가도를 달리고 원하는 것을 쥐고 난 뒤에는 올챙이적 생각 못하고 제멋대로 원하는대로 그렇게들 군림하려 들고 큰소리 떵떵치며 우쭐대고 싶었나 보네요. 감독이 의도했던 대로 '더킹'에서 진짜 왕은 국민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하는데....글쎄요...그런건 전혀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회고발이나 확실한 권선징악 그런 것도 별로 안느껴지고...그냥 '검새'니 '떡검'이니 하는 그들만의 거침없는 리그를 목격하는 것 같아 기분이 별로였습니다.

 

 

영화 속에서 야당정치인사가 내뱉은 대사이지만 "정치로는 세상을 바꿀 수가 없어"란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상 세간에 화제를 모은 영화 '더킹'을 보고난 뒤의 제 솔직한 느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