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현실감 있는 반전스릴러, 미생 잔혹 버전일까?

2015. 9. 18. 20:29영화, 미드 추천/주목할만한 영화

'오피스' 현실감 있는 반전스릴러, 미생 잔혹 버전일까?

 

 

 

칸 국제영화제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다는 영화 '오피스'를 보았다. 지난 9월3일 개봉했으니 2주만이다. 영화 오피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먼저 지난해 한창 대한민국을 뒤흔들어 놓았던 인기드라마 '미생'을 살짝 언급해야 할 것 같은데, 그에 비하면 이 영화는 미생의 잔혹 버전쯤 된다고 해야할까? 즉, 영화가 주는 느낌은 기본적으로 스릴러의 쟝르를 충실히 잘 따르고 있지만 일반적인 그런 영화와 달리 미생만큼이나도 굉장히 현실적인 느낌을 안겨주고 있다고 전말을 밝혀야 할 것 같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게 배우 고아성이 연기하는 이미례라는 캐릭터는 미생의 장그래처럼 '인턴'사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영화 '오피스'는 거의 모든 동선이 이 풋내기 인턴사원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 거의 모든게 깜쪽같이...하지만 의외로 예상했던 것보다 등장 분량이 그런 이미례에 비해 적었지만 등장 자체만으로도 숨이 벌떡거리고 침을 꼴딱 넘기게 만든 캐릭터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배우 배성우가 연기하는 김병국 과장 캐릭터다.

 

 

 

 

 

 

 

 

 

실제로 스릴러 영화에 열광하는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이 영화 속 '김병국 과장' 캐릭터는 남달랐다고 한다. 배우 고아성 조차도 영화 촬영 당시 배성우 선배의 남다른 기센 모습에 자신이 가진 모든 에너지를 빼앗길만큼 대단한 배우였다고 실토했을 정도다. 포스팅 서두에 올린 사진도 그래서 극중 김병국 과장의 스틸컷을 올린 것이다. 그만큼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극을 이끌고 가는 이가 배우 고아성이지만 배성우의 포스가 훨씬 더 강렬했다고 말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다.

 

 

 

 

 

 

 

 

김병국 과장 캐릭터가 배우 고아성 보다 더 무섭게 다가오는 이유는 배성우가 보여주는 연기력 배우로서의 내공 덕도 있기는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도 김과장과 같은 심리적 압박감 또는 박탈감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위에서는 짓눌러 밑에서는 치고 올라와...어디 이런 사람이 한둘일까. 물론 지극히 세속적으로 주변과 잘 어우러지는 사람이라면 좀 덜하겠지만, 김병국 과장처럼 내성적이면서도 성실한 사람, 뭐든 고지곧대로 열심히 하려는 사람일수록 그들이 코너에 몰릴 때의 압박감은 확실히 다를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늘상 참고 억누르고 하다보면 어느 순간 한계에 다다를 때 일은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영화 오피스를 보면서 보는 내내 다른 여느 스릴러 영화와는 또다른 긴장감을 갖게 되는 데에는 음향효과의 영향도 컸다고 생각된다. 귀에서 들리는 '이명음' 같은 기분 나쁜 소리가 단조롭지만 심장을 터지게 만들 것처럼 주위를 엄습해오며 긴장감을 높인다. 언제나 그렇지만 영화에 있어 음향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공포 스릴러 영화라면 더더욱 그렇고 밀폐된 공간이라며 그  압박감은 특히 더 장난이 아니다. 더군다나 영화 초반 강렬한 임팩트를 던진 뒤 회사, 오피스라는 공간에서 대부분의 이야기가 벌어진다라는 것은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렇잖아도 숨통을 조일 것 같은 회사사무실을 더더욱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하나씩 하나씩 숨통을 조여오는데...

 

 

 

 

 

 

 

 

영화 오피스는 홍원찬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물론 배우 고아성과 배성우 같은 다른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홍감독은 그동안 이런 스릴러류의 영화에서 잔뼈가 굵어온 사람이나 마찬가지라 이 방면으로 일가견이 있는 듯하다. 왜냐하면 이미 2008년 영화 '추격자'와 2008년 '작전', 2010년 '황해', 2012년 '내가 살인범이다'에서 각색을 맡아온 베테랑이다. 이 영화 오피스 역시 그가 연출과 각색을 직접 손대었기 때문에 이 영화는 다른 여느 스릴러에 비해 그만큼 공을 많이 들인 흔적이 역력해 보인다.

 

 

 

 

 

 

 

 

 

포스팅 서두에 하다말은 이야기이지만, 이 영화가 드라마 미생의 잔혹버전은 아닌가 여겨졌던건 배우 고아성이 연기하는 '이미례' 때문이다. 장그래 처럼 말단 중에 최말단 인턴사원의 애환을 그려내고 있다. 요즘 '헬조선'이란 말이 유행일 정도로 2030 젊은 세대가 취업과 생계, 미래와 관련해 느끼는 좌절감은 이미례라는 캐릭터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개인적으로도 이 영화를 보면서 속으로 욕부터 나왔다. '이런 엿같은 직장생활을(회사생활)을 여태 하지 않고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직장생활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 영화를 보면서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지는 오피스 분위기 자체만으로도 이미 스릴러 영화의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회사생활은 숨이 막히게 답답하다.

 

 

 

 

 

 

 

 

좋든 싫든 무조건 회사의 룰과 상사의 명령을 따르며 압박감에 시달리는 그런 삶이다. 그것도 단 몇일 주어진 기간동안도 아닌, 오히려 평생 그러고 사는걸 행복으로 여겨야만 할 정도로 우리네 삶은 그처럼 고단하기만 하다. 유독 헬조선에서만 일어나는 일만도 아닌게 어쩌면 세상살이라는게 원래 이런 것인지도 모를 지경이다. 그런 오피스 분위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스릴러일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와 스토리는 그렇잖아도 답답해오는 숨통을 조이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그래도 이 영화 '오피스'에서 역시도 김병국 과장의 캐릭터가 가장 강렬했는데 특히 도입부 망치씬 이후 회사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김병국 과장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CCTV에 찍힌 이후 나오는 모습이 없었으니 그 긴장감은 더할 나위 없이 날이 설 수 밖에 없었을거란 생각을 해본다. 회사 어딘가에서 아직도 지켜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한번 홍원찬 감독의 각색 능력과 연출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배우 고아성 보다도 배우 배성우씨에게 훨씬 더 박수를 많이 쳐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영화 오피스는 근래들어 오랜만에 만나보게 된 제대로 된 스릴러 영화였다는 결론을 내린다. 직장인이라면 그저 웃어 넘길만한 그런 오락영화도 잠시 깜짝 놀라고 넘어가는 그냥 그런 스릴러 영화일수만은 없을거란 생각을 해본다. 누구나 한번쯤은 직장에서 죽도록 밉고 싫은 인간 하나쯤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껴보았을 법하기 때문이다. 아니라고? 그럼 회사생활 무지 원만하게 잘하는 것이라고 말해주어야겠다. 끝으로 배우 박성웅의 이야기를 안했는데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는 비중이 너무 작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또한 그동안 각인된 배우 박성웅에 대한 고정 이미지 때문이지 영화 전체에 있어서는 결코 가볍지만도 않은게 사실이다. 어쨌든 꼭 보아야 할 스릴러 영화로 '오피스'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