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복수란 이런 것' 제대로 보여준 서영희

2015. 9. 22. 20:35영화, 미드 추천/주목할만한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복수란 이런 것' 제대로 보여준 서영희

 

 

최근 몇일전 보았던 한국영화 '마돈나'의 주인공 해림 역의 배우 서영희의 연기력은 아마도 2010년 개봉했던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과 비교했을 때 그녀의 연기력이 얼마만큼 숙성 단계를 거쳐 완성 단계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 본다. 사실 그보다 앞서 지난 2008년 개봉했던 '추격자'만 해도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을 피해 달아나던 보도방 미진 역을 했을 때만 해도 크게 주목 받지는 않았다고 생각된다.

 

 

 

 

 

 

 

 

물론 배우 서영희는 지금까지 수십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해왔지만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을지언정 '아! 진짜 연기 잘하는구나'라는 걸 인정하기 시작했던게 바로 오늘 소개하는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이후부터가 아니었을까 그렇게 짐작해 본다. 앞서 '마돈나' 포스팅을 하면서 주연배우가 서영희였다는 사실을 극 후반에 겨우 알았다고 했는데, 사실 안면인식 장애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김복남에 대한 강렬한 이미지가 너무도 오래 박혀있었던지라 차갑고 도회적인 느낌이 나는 해림역의 김복남을 바로 알아보기란 쉽지가 않았다.

 

 

 

 

 

 

 

 

그만큼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서 서영희가 보여주었던 섬마을 아낙의 이미지가 너무나 강했다. 거친 들일을 너무 많이 한 나머지 가무잡잡하게 그을린 피부하며 영락 없는 시골 아녀자의 이미지가 물씬 넘쳤던 데다가 해맑게 배시시 웃던 백치미까지 보여주었고, 더 나아가 낫을 휘두르는 잔혹한 복수극을 보여준 서영희의 핏빛 연기가 금새 잊혀질리 만무했다. 때문에 그런 이미지는 영화 '마돈나'에서 너무나 상반되어 보였기에 뒤늦게 서영희를 알아보고는 깜짝 놀랐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내 농후하게 익어가는 그녀의 연기를 다시 한번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쨌든,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서 복남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다시 살펴보자면, 김복남은 약간의 지적장애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너무나 착하고 순박해서인지 모를 그런 이미지로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 어느날 문득 어린시절 단짝 친구였던 해원이 도회적인 이미지로 무료하기 짝이 없는 섬마을 생활에 지친 복남이 앞에 나타나면서 사건은 시작되는데 아마도 해원의 눈에는 여전히 어린시절 보았던 해맑은 복남이의 변함없는 모습에 반가웠을지도 모른다. 무미건조한 도시생활에 지쳐 유유자적 한적한 시골을 다시 찾아오면서 도시와는 상반되는 인간적 면모를 복남을 통해 발견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잊고있던 과거의 기억과 겉보기와 달리 너무도 부조리한 상황에 갇혀있는 복남의 처지에 연민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공교롭게도 해원의 등장과 더불어 무료한 시골생활을 하던 복남을 또다시 잊고 지냈던 과거의 기억과도 같은 최악의 상황에 또다시 직면하도록 만들고 만다. 물론 이미 그 모든 상황은 온갖 부조리와 악행 속에서도 딸만을 바라보며 참고 또 참으며 현실에 순응하도록 길들여진 복남에게 어쩔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것들이었겠지만, 과거의 기억에서처럼 해원의 등장은 모든 불행을 다시금 복남에게 향하도록 만드는 짖굳은 운명의 장난 같은 상황으로 내몰리도록 하고 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복남은 과거 기억 속에서처럼 더이상 어쩔수 없는 상황들에 굴복하며 현실 앞에 무릎 꿇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의 기억은 결국 친구 해원을 위한 희생이었다지만 딸의 죽음은 친구 해원의 등장으로부터 비롯된 것일 수도 있기에 그동안 모든걸 감내하며 참고 견디어 온 복남을 마구 흔들어 놓게 된 것이다. 게다가 정작 친구 해원은 복남 자신에게 너무도 불친절하기만 하니까 말이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 중 하나를 꼽으라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역시도 낫을 휘두르는 액션에 혀를 내둘렀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만큼 배우 서영희는 곧 김복남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배역에 대한 엄청난 몰입과 더불어 혼신의 연기를 보여주었는데 남편 만종(박정학 분)을 낫으로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놓고 "아프면 된장 바르라고 했지"라며 만종의 온몸에 된장을 덕지덕지 바르던 그 장면에 완전 학을 뗬을 줄로 안다. 텍사스 전기톱 저리가라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을 형 몰래 괴롭히던 시동생은 물론 비웃던 마을 사람들까지 섬마을 전체를 낫 하나로 평정해버렸으니 그 오랜 세월 참고 참아왔던 복남의 울분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실감하고도 남았을거라 생각된다.

 

 

 

 

 

 

 

 

다만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후반부의 마무리는 좀 아쉬움을 크게 남긴다. 물론 개인적 사견이기는 한데 구지 꼭 저렇게 매듭을 지었어야 했을까 싶고 또 복남의 낫 액션으로 최고조에 달하던 극적 긴장감과 환상적인 피날레가 루즈하게 흘러가는 연출로 크게 반감되면서 잠식되는 그런 감이 없잖아 있었다. 게다가 권선징악 차원의 스토리 전개도 아닐텐데 복남의 말로를 구지 꼭 저렇게 표현했어야 했나, 부득이 그랬어야 했더라도 좀 더 세련되게 기껏 고조된 극적요소를 꺽지 않으면서도 차라리 큰 여운을 남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가져본다. 막말로 모든 마무리는 그냥 관객들에게 던져버리는게 차라리 더 낫지 않았을까? 친절하게도 뒷마무리까지 구지 다 보여주려는 욕심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왔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김복남의 친구 해원 역으로 나온 지성원(개명해서 황금희)의 연기는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은 되지만 캐릭터 자체는 뭐랄까 좀 끝까지 밉상이었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해본다. 어쩌면 나름 해원이라는 캐릭터에 최선을 다해 연기한 것이겠지만 김복남을 연기한 서영희의 연기 에너지가 훨씬 강하다 보니 더 그래보였을런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한편으로는 해원이 진짜 복남이 친구였던가? 그냥 복남이 혼자 그렇게 생각한건 아닐까하는 의문마져 들었는데 결국 마지막 후반부는 그런대로 이들 관계에 대해 부족하나마 이해를 도우며 매듭을 지었던 것으로 기억되지만 그만큼 극이 절정에 달할 때까지 복남이 미친 낫 액션에 희열마져 느꼈던 관객들에게 후반부는 역시도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는 생각을 해본다.

 

 

 

 

 

 

 

 

영화 '마돈나' 때문에 다시금 서영희의 연기력에 대해 재해석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2010년작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마치 '복수란 이렇게 하는거야'라는 걸 제대로 보여준 서영희의 연기. 아마도 여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들 중에 이런 인상적인 복수를 했던 영화가 과연 몇이나 될까? 한국의 재래식 전통무기이자 농경도구인 '낫'은 참 훌륭한 살상무기이자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아이템으로 급부상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 대한 단상을 간략하게 떠올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