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10. 22:50ㆍ동물의세계/어쩌다토끼아빠(유튜브)
토끼를 키우면서 의외로 하루 종일 케이지 안에만 가둬두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니 그보다는 제가 좀 유별난 쪽에 가까울 수도 있겠네요. 저희 토끼 복실이는 온종일 풀어놓고 키우니까요. 어디에 있건 크게 개의치 않다 보니 이 녀석이 집안 곳곳 안 다니는 곳이 없습니다. 그나마 안방만큼은 절대 출입금지 구역으로 해놓았지만 그 마저도 최근에 경계가 허물어졌습니다. 아시죠? 토끼 고집 센 데다 호기심도 많다는 사실요. 못하게 하면 더합니다. ㅠㅠ
토끼가 어디를 가던 상관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이갈이를 해야만 하는 동물이다 보니 조금만 호기심이 가고 관심이 가다 보면 닥치는대로 물어뜯습니다. 종이박스는 물론 가구를 갉아대고 벽지를 뜯기도 합니다. 저희는 오래전부터 토끼의 이런 습성 때문에 멀쩡하던 집이 폐가처럼 변하는 건 시간문제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베란다나 케이지 안 등 공간을 제한하는 분들은 저처럼 이런 상황을 겪어보지 않았다 해도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중요한 건 토끼도 가끔은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루종일 한 곳에 머무르며 웅크리고 있는 건 옳지 않습니다. 실제로 몸에 무슨 이상이 있으면 소리를 내지 않는 토끼는 한쪽에서 웅크리고 앉아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이래저래 사고는 치더라도 나름 활동이 왕성할 때 그만큼 건강하다 할 수 있겠는데요. 따로 운동을 시킬만한 공간도 여력이 되지 않고 또 어떻게 운동을 시켜야 할지 고민된다면 작은 놀거리나 호기심 거리를 줘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위험하지 않은 것이어야겠지요.
며칠 전 우리집 토끼 복실이에게 종이로 된 계란박스를 줘보았습니다. 아주 조그만 것까지 따지다 보면 이것도 그리 안심할만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반 박스는 잉크가 인쇄된 데다 비닐테이프 등이 있어 더 안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시겠지만 종이박스 제조공정을 조금만 들여다봐도 박스 종류가 사실 위생적인 놀잇감은 아니지요. 그렇다고 무균실에 토끼를 가둬두고 키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어쨌든 호기심 많은 우리 복실이는 자기가 차지한 쇼파 위에 수상한 물건이 나타나면 가만 두지를 않는 듯합니다. 그래도 본색이 상남자 수토끼인지라 더더욱 그렇습니다. 사정 보지 않고 다 뜯어 발기거나 집어던지고 내동댕이 치기 일쑤입니다. 이번에 계란박스 역시 자기 영역에 나타난 수상한 물건이라 생각되어서인지 바로 덤벼서 물고 뜯고 씹고 즐기고 심지어 맛보기까지... 영락없이 공략을 합니다. 이 과정이 토끼에게 나름 운동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물론 바람직할지 여부는 확인할 수가 없지만 지켜보는 가운데 계란 박스와 씨름을 하면서 몸 근육을 골고루 쓰게 됩니다.
이런 방법 말고도 이따금 매트가 깔린 바닥을 달리고 구르고 뛰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운동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토끼를 너무 가둬두거나 가만히 앉아있게만 두지 마시고, 이따금 운동이 될만한 방법들을 고안해볼 필요가 있다는겁니다. 그래야 소화도 잘 되고 조금이나마 생활의 활력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하루 종일 무료하게 멍하니 앉아만 있는 토끼가 건강할 수도 없고 보기에도 안타깝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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