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 량첸살인기'는 언론을 꼬집는 그런 영화?

2015. 12. 2. 19:01영화, 미드 추천/주목할만한 영화

'특종 량첸살인기'는 언론을 꼬집는 그런 영화?

 

 

배우 조정석이 나오는 '특종 량첸살인기'를 보았다. 그동안 이친구가 나오는 영화들을 모두 다 보았던 것이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사극에 출연했떤 영화만을 보았기 때문에 스크린 배우로는 왠지 첫 인상이 좀 낯설다 싶었다. 특히 현대물에 나오는 배우로는 더더욱 그랬다. 조정석이 나왔던 사극 영화로 인상 깊게 보았던 건 '역린'과 '관상' 이 두 영화였다. 이들 영화에서는 주연급이라기 보다 조연급에 가깝고 또 현빈이나 송강호 같은 익히 잘 알려진 배우들에 견주어서는 솔직히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게 사실이고 맡은 배역 캐릭터 또한 다소 약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특종 량첸살인기'에서 조정석의 연기는 확실히 원맨쇼에 가까울 정도로 절대적이었다. 그만큼 특종을 다루는 허무혁 기자의 역할이 굉장히 컸는데, 모든 사건의 시작과 끝을 모두 조정석이 여닉한 허무혁에 의해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그저 그런 코믹영화가 아닐까 싶었는데 선입견 없이 보아서인지 꽤 괜찮은 영화였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영화 내내 겁 많은 소시민이자 주도권에서 밀리기만 했던 어설픈 허기자의 허둥대고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이 눈에 역력하다.

 

 

 

 

 

 

일생일대 최고의 특종을 다루면서 일이 이렇게까지 크게 번질줄 누가 알았을까. 거짓말은 또다른 거짓말을 낳게 된다는 말이 사실이긴 사실인 모양이다. 마치 늑대와 양치기 소년과도 같은 조정석의 연기가 그래서 더 빛나 보였다. 배국장 역을 맡고 있는 여장부 스타일의 이미숙이라는 대배우와 충무로 단골배우 김의성, 배성우 같은 선배연기자들의 기세에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조정석은 '특종 량첸살인기'에서 열혈단신 엄청난 이야기들을 자의던 타의던 정말 잘도 이끌어나갔다는 총평을 하고 싶다.

 

 

 

 

 

 

 

후반에 가서 진짜 범인이 등장했을 때 놀랍기도 하고 또 역시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배우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도록 하겠다. 아직 안본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특종 량첸살인기' 영화를 보고난 뒤의 소감을 짧게 정리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언론을 꼬집는 그런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 후반에 백국장 이미숙이 했던 대사가 명언이고 명대사다. 허기자가 취재한 내용들이 진실이라 보도를 결정한 게 아니었다는 말하는 그 부분 말이다.

 

 

 

 

 

 

 

"뉴스란 게 그런거잖아. 뭐가 진짜고 가짠지 가려내는거 그거 우리일 아니야. 보는 사람들 일이지. 그들이 진짜라고 믿으면 그게 진실인거야." - 백국장

 

 

 

 

 

 

 

나는 개인적으로 '특종 량첸살인기'를 보면서 배국장 이미숙이 말했던 이 대사가 이 영화의 주제이고 명대사라고 결론 내리게 되었다. 실제로 현실에서 각종 매체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뉴스들을 보면서 때론 '언론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기자정신'이란 어디에 있는가 라는 물음을 가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객관성을 유지한다며 한 발 뺀 상태에서 그냥 쏟아내는 기사는 그래서 종종 '나팔수' 역할만을 할 때가 많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종 량첸살인기'에서 이미숙이 내뱉는 대사...바로 그게 이 시대 언론을 꼬집는 명쾌한 발언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싶다. 더불어 과거 어두웠던 시절의 '기자정신'이란 것도 오늘날엔 그저 '밥벌이 수단'으로 전락한지도 꽤 되었다는 씁쓸한 시대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어찌 그냥 단순히 어느 한 기자에 의해 일어난 허무맹랑한 해프닝, 재미거리로만 해석하고 넘어가겠나 싶다.

 

 

 

 

 

 

 

 

영화 '특종 량첸살인기'를 보면서 특별히 뭔가 줏어담을 무언가를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던 영화 후반부에 가서 배우 이미숙의 명대사를 발견하게 되는 순간, 그래서 이 영화를 언론을 꼬집는 그런 영화라고 결론 짓게 된 것이다. 요즘 한국영화는 수작들이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온다는 생각을 또 해보게 된다. 과거 90년대만 해도 1년에 한편 백만관객 넘는 영화가 하나 나올까 말까 했던 시절만해도 한동안 그 영화 이야기로 세상이 떠들썩했을텐데 잘만든 영화들이 연이어 쏟아지니 왠만해선 제대로 된 스포트라이트 받기도 어렵고 사람들 사이에서 화자될 시간적 영유도 별로 없어 보인다. 또다른 괜찮은 영화가 바로 뒤에서 밀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구지 꼭 이미숙의 명대사가 아니었다해도 이 영화 '특종 량첸살인기'는 정말 볼만한 그런 추천영화다. 단순히 언론 방송사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이라고 해도 좋고, 스릴러라고 해도 좋다. 125분이라는 런닝타임 내내 좌충우돌 뛰어다니며 배역에 완벽하게 몰입한 배우 조정석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마도 조정석에게 이 영화는 배우 인생에 있어 일생일대의 특종영화가 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참고로 이 영화는 2013년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감독상을 수상한 노덕 감독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