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들' 노래 주제곡, 이은하 '봄비' 왜 이 곡이었을까

2016. 1. 11. 19:40

'내부자들' 노래 주제곡, 이은하 '봄비' 왜 이 곡이었을까

 

 

개인적으론 영화를 볼 때마다 한국영화든 외화든 음악에 많이 주목하게 된다. 남들이 느끼는만큼 좋은 곡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때론 남들이 별로 주목하지 않는 음악에도 각별히 관심이 가는 편이다. 이번에 보게 된 영화 '내부자들'의 OST 또한 주목하게 되는데 그 중 가수 이은하가 1987년 부른 '봄비'라는 곡도 꽤나 각별한 느낌으로 전해진다.

 

 

 

 

 

 

이은하의 '봄비'는 '내부자들'에서 두차례에 걸쳐 나온다. 첫번째는 이병헌(안상구)이 보험 삼아 증거를 확보하려 했던 '여우같은 곰' 짓을 할 때 납치한 직원을 망치로 협박하면서 무반주로 흥얼거리듯 직접 부르는 장면이고, 두번째는 성접대를 위해 별장에 차를 몰고 가는 중에 차 안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오고 이병헌은 노래를 따라 부른다.

 

 

 

 

 

 

어찌보면 많은 이들은 이 노래가 흘러오는 대목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을지도 모르겠는데 난 이 장면을 결코 놓칠리가 없었다. 가장 궁금한건 과연 이 장면에 누가 이은하의 '봄비'를 삽입할 생각을 했느냐이다. 우민호 감독의 생각이었을까? 아니면 원작대로 원작자인 윤태호 작가의 의견이 반영되었을까.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도 이 노래를 단독으로 듣다보면 영화속 바로 그 장면이 아주 생생하게 떠오른다. 아울러 영화 전체의 분위기 뿐 아니라 이병헌이 연기한 안상구를 위한 노래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왜 하필 다른 노래도 많은데 1987년도의 이은하가 부른 '봄비'일까. 일단 추측해보자면, 1987년 무렵은 이른바 '정치깡패'가 가장 악명을 떨치던 시대라고 볼 수 있다. 전두환 정권이 물러나면서 바야흐로 군사정권이 흔들리던 그 무렵은 안상구가 이강희와 인연이 맺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정치깡패로 성공가두를 달리기 시작하던 그 때와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어쩌면 안상구에게 이 노래는 각별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누구나 자신에게 십팔번 노래가 있듯 아마도 그랬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 그게 아니라 우연히 부른 곡 치고는 이은하의 '봄비'는 가사를 보아도 안상구의 복수극과 어느정도 매칭이 되고 있다. 실제로 그렇게 비가 내리던 날 안상구는 정치깡패로서의 인생에 막을 내려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는다. 그렇게 그 바닥에서 떠나야했던 안상구에게 이 노래만큼 잘 어울리는 노래가 있을까? 가사는 기가 막힐 정도로 매우 간단 명료하다. 그야말로 비 오던날 너무도 아쉽게 떠나게 되었지만 다시 봄비가 되어 돌아온 사람. 그가 바로 안상구이기 때문이다.

 

 

이은하 '봄비'

 

가사

 

봄비 속에 떠난 사람
봄비 맞으며 돌아왔네

그때 그날은 그때 그날은
웃으며 헤어졌는데

오늘 이시간 오늘 이시간
너무나 아쉬워

서로가 울면서 창밖을 보네

봄비가 되어 돌아온 사람
비가되어 가슴 적시네

 

 

 

▲ 이은하-'봄비'(1987)

 

 

 

 

 

 

개인적으로 영화 '내부자들'을 보고 난 뒤에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 이은하의 '봄비' 이 노래 한곡을 이처럼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듣고 있노라면 안상구라는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어째서 깡패하면 전라도 깡패가 많을까에 대해서까지 생각이 거슬러 올라가게 되는데 유독 전라도 깡패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는 데에는 역사적 시대적 지리적 배경이 짙게 깔려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해본다. 그리고 안상구도 그렇게 세상에 나와 성공을 거둔듯 했으나 진짜 깡패보다 더 무섭고 더 더럽고 더 비열하며 더 간악한 놈들에 의해 하루 아침에 이용만 당하다 버려지게 된 것이다.

 

 

 

 

 

 

 

그런 안상구의 복수극이 영화 '내부자들'의 전체 흐름을 확실하게 움켜쥐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 주인공으로 안상구라는 배역에 이병헌만큼 잘 어울리는 배우도 없었을거란 생각도 해보게 된다. 배우라면 사실 누구나 '깡패'역할을 하는게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배우 이병헌은 확실히 자신의 색깔대로 캐릭터를 잘 소화해낸다는 생각을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광해, 왕이된남자'에서도 그런걸 조금은 발견했지만 이병헌이 괜히 글로벌 액터이겠는가.

 

 

 

 

 

 

 

이병헌이 그렇게 이은하의 '봄비' 가사처럼 비 속에 떠나던날 비교적 쌘 장면으로 쇠톱이 나오는 장면은 이 영화에 있어 야한장면 이상 가는 명장면 중 하나일 듯 하다. 그래도 지아이조의 스톰쉐도우인데 이렇게 당할줄이야. 특수분장도 어찌나 리얼하던지...잘 나가던 사람이 어찌 저렇게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까 싶은 생각이 들면서 그 옛날 80년대~90년대에 길거리에서 흔히 마주쳤던 고무장화 신고 바닥을 기어가며 카세트테잎 팔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어서 저리 되었을까 항상 궁금했었는데 어느순간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내부자들을 보면서 "혹시...?"하는 생각도 한번쯤 해보았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영화 '내부자들'은 '미생', '인천상륙작전', '이끼' 등 숱한 화제작이자 흥행작을 내놓았던 윤택호 작가의 원작을 가져온 영화다. 어떻게 된게 내놓는 작품마다 영화로도 대박이 나는 게 완전 노다지다. 이 영화는 개봉 이후에도 지난 12월31일 연말에 '디오리지널' 버전을 새로 선보였다고 한다. 아직 못보았지만 50분가량 분량이 추가되었다고 하는데 그 내용이 궁금하다. 직접 한번 보아야할 듯 하다.

 

 

 

 

 

 

영화 '내부자들'은 한 마디로 말해 깡패보다 더 깡패같은 점잖은 놈들의 세상 농락 또는 유린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앞서 포스팅에서도 한국언론을 꼬집는 영화로 '특종 량첸살인기'나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를 소개한 바 있는데 그에 비하면 내부자들은 극한을 보여준다. 물론 영화적 상상과 효과에 의해 그렇게 보여지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는 실제 '팩트'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일테니 말이다. 언론과 제계 권력의 유착관계가 이 정도일줄은 아마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한국에서나 가능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이강희의 말처럼 '개돼지'로 살지는 말아야 할 것으로 안다.

 

 

 

 

 

 

그나저나 내부자들 OST에 들어간 이은하의 '봄비'는 참 들어도 들어도 굉장히 중독성이 강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내부자들을 보신 분들이라면 이 노래 한번 다시 들으면서 영화 속 장면과 여운을 한번 느껴보심이 좋을 듯 하다. 참고로, 영화 '내부자들'은 청불(청소년관람불가) 영화로는 역대 1위였던 '친구'를 앞질렀다고 한다. 기회되면 다시 한번 이 영화에 대해 언급하겠지만, 언젠가 10여년전 우연히 언론사 사장이 배석한 술자리에서 그 인간이 술이 오르자 했던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언론은....권력이야~!!!" 그래서 뭐 어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