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전 속 흘러간 노래, 신세영의 '전선야곡'

2016. 1. 13. 22:19

고지전 속 흘러간 노래, 신세영의 '전선야곡'

 

 

벌써 5년이나 지났다. 아직까지도 영화 '고지전'이 기대했던만큼의 흥행을 하지 못했던데 대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아있다. 오늘 문득 다가오는 설 명절을 앞두고 흘러간 옛노래를 뒤적이다보니 영화 속 흘러나오던 노래로 '전선야곡'을 발견하면서 다시금 이 영화를 떠올려보게 된다. 알다시피 이 노래는 영화 속에 여러차례에 걸쳐 나오는데 주제곡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영화에서 나름 인상적인 여운을 남겼던 곡이기도 하다.

 

 

 

 

 

 

'전선야곡'은 지난 2010년 타계한 원로가수 신세영씨의 히트곡이기도 하다. 영화 '고지전'이 그 이듬해 개봉했으니 만약 고인이 살아생전에 영화속에서 흘러나오는 그때 그 시절 자신의 노래를 들었더라면 얼마나 감회가 깊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해방 이후 가수 현인에 이어 가장 성공한 대중가수로도 알려진 신세영씨의 이 곡은 안타깝게도 처음 곡을 녹음하던날 어머님이 운명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목소리로 듣는 '전선야곡'은 항상 목이 메였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어쨌든 이 '전선야곡'은 현인이 불러 유명해진 '신라의달밤', '이별의 부산정거장', '비내리는 고모령', '굳세어라 금순아'와 비슷한 맥락으로 이어지는데 알고보니 유명 작곡가였던 '박시춘' 선생이 모두 작곡한 곡이라고 한다. 대게 1950년 6.25 전쟁을 전후해 나온 곡들이다. 특히 '전선야곡'은 전쟁이 한창 절정을 치닫던 1951년에 발표되면서 요즘말로 치면 그 시대의 유행곡이나 다름 없었는데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을 그대로 담아내 금세기까지도 군인들에게 열창되던 그런 노래이기도 하다.

 

 

 

 

 

 

그러고보니 아버지 세대를 비롯해 내가 군생활하던 그 때까지도 열심히 불려지던 그런 곡이었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물론 요즘 군대에서는 이런 흘러간 옛노래를 병사들이 부를까마는 이런 곡이 있었다라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영화 '고지전'에 이 곡이 여러차례에 걸쳐 흘러나올 때 중년이상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그 느낌과 그 정서가 남다르게 다가왔을 터인데 신세대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도 사뭇 궁금해진다.

 

 

 

 

 

 

이 노래가 '고지전'에서 나오는 대목은 영화 도입부 시장통에서 레코드, 그러니까 축음기를 통해 가늘게 멜로디가 흘러나오고, 소년병이기도 했던 남성식 일병이 앳된 목소리로 부르는 장면에서도 나온다. 또 치열한 전투중에도 국군이나 북한군이나 모두 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도 한번 더 나온다. 어불성설 같은 영화적 설정이기는 하지만, 사실 지금이야 분단이 완전 고착화 되어 이제는 서로 다른 나라처럼 되어 버렸어도 그 당시만 해도 분단직후인데다 같은 말을 쓰고 '어머니'라는 공통의 정서를 안고 살아가는 '조선'이라는 나라의 한 민족이었기에 서로가 느끼는 감정의 깊이도 비슷했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마지막 격전을 앞두고 남북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안개가 짙게 드리워진 고지에서 모두가 합창을 하게 되는 장면에서도 이 '전선야곡'이 불리워지게 된다. 아마도 당시엔 북한 인민군 사이에서도 이 곡을 아는 이들이 많았을지 모르겠지만, 1951년 전쟁이 한창일 때 나온 곡이라 사실 현실성은 좀 떨어질거라 본다. 왜냐면 서로 다른 이념과 사상, 체제 속에서 훈련 받은 북한군이 남조선의 유행가를 따라부를리가 있었을까 싶기 때문이다.

 

 

 

 

 

 

 

 

암튼 영화 '고지전'이 아니었다면 '전선야곡'이라는 노래는 그야말로 어디까지나 '가요무대'에서나 불려지며 부모님 세대에서나 기억되는 그런 흘러간 옛노래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렇게라도 영화 속 주제곡 중 하나로 불리워지는데 정작 원곡을 불렀던 원로가수 신세영씨가 영화 개봉 전에 유명을 달리한 부분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게 되는 듯 하다.

 

 

 

 

▲ 영화 '고지전'의 분위기를 담은 6.25 당시 실제 영상, 그리고 다른 버전의 '전선야곡' 

 

 

 

여담이지만, 7080세대들에게는 이런 류의 노래들이 사실 되게 친숙한 부분이 많다. 어린시절부터 요즘처럼 다양한 미디어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부모님 세대가 전축을 통해 이런 곡을 틀기라도 하면 어깨너머로 흘려듣던 그런 노래들이 평생에 기억으로 자연스레 남게 되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꼭 명절무렵이면 더 자주 들렸던 것 같다. 그래서 오늘 설명절을 앞두고 우연히 흘러간 옛노래를 뒤적거리던 중 영화 '고지전' 속 노래 '전선야곡'을 오랜만에 다시 들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