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24. 20:06ㆍ동물의세계/예쁜토끼들세상
애완토끼분양, 아기토끼 분양 할 때마다 느끼는 것들
애완토끼분양이란 말이 사실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일단 갓 태어났을 때부터 그야말로 핏덩어리만할 때부터 쭈욱 지켜봐온지라 잠깐 동안이기는 해도 이 녀석들과 쌓인 정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기껏 정이 들게 된 아기토끼분양을 할 때가 다가오면 미리부터 알아보지 않는 이상 정말 믿고 안심할만큼 잘 키워줄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떤 이는 이럴 때면 "매번 그럴거면 모하러 새끼를 받느냐"고도 하는데, 뭐 말이야 쉽지 그게 어디 내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아기토끼 분양을 하는 일이 이제 한두번도 아닌지라 지난해 아빠토끼인 복실이를 수술시키려고도 했었다. 미리 다 알아보고 예약까지 하고서는 복실이를 안고 동물병원에 간 적이 있다. 막상 가보니 막말로 전부 개판이었다. 뭐냐면 왠만큼 잘 알려진 동물병원이라고 해도 취급(?)하는 동물들이 거의 90%이상 전부다 강아지들이란 얘기다. 그 때 찾아갔던 동물병원 분위기로 봐서는 99% 아니 100%에 가까울 정도로 온통 강아지판이라 해도 틀린말이 아닐지경이었다. 우리 차례를 기다리면서 한쪽 켠에서 복실이랑 앉아있는데 모든 개들이 우리를 보고 짖어댔다. 우리 복실이는 난생 처음 보는 광경이라서인지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데 치와와 푸들할 것 없이 주먹만한 강아지에서부터 다 큰 개들까지 우리를 보고 짖어댔다.
▲ 숫토끼 복실이의 위엄(알고보면 운이 억시로 좋은 토끼다) ▼ 요즘 부쩍 털갈이 시즌인지 빗질을 종종 해주고 있다.
그리고 이내 우리 순서가 되어서 원장님과 사전에 토끼 정관수술을 놓고 상담을 먼저 했는데 원장님은 되게 솔직한 분이셨다. 수술이 무조건 완벽하게 잘 된다라고 보장할 수는 없는거라나? 즉, 수술 후 토끼가 잘못될 수도 있는 것이고 또 수술을 했다고 해서 숫토끼의 습성이 어디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말인즉슨 임신만 안되는 것이지 평소 하던대로의 습성은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말을 듣는 순간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임신이 안되면 좋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말 못하는 복실이가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도 상관않고 편의를 위해 수술을 감행하는게 과연 옳은 일일까 심히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물론 안아푸게 마취하고 수술은 해도 회복될 때까지 얘는 또 얼마나 불편할 것이며 또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은 아닌지, 말못하는 토끼에게 인간의 편의를 위해 이게 과연 괜찮은 일인지 여러 고민이 스쳤다. 결국은 자연은 자연 그대로 키우겠다는 심지로 수술을 거부하고 동물병원을 나왔지만 일단 복실이한테는 잘된일이었다. 복실이가 아기토끼였을 때부터 겪어온 숱한 수난사를 떠올려보면 이번에도 녀석은 참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 발길을 되돌렸다.
그래서였을까? 이후로 복실이는 또 아기토끼를 여러차례 낳았다. 아무리 조심을 하고 또 조심한다고 해도 토끼가 임신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2초~3초? 잠깐 딴데 보는 사이에 역사는 이루어진다.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최대한 아이들을 자유분방하게 키운다고 하는 우리 잘못이지. 에구구...남들이 욕해도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각별한 주의에도 불구하고 단 한 순간의 방심 혹은 실수가 이런 사태를 야기하니 나로서도 머리를 쥐어뜯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어쨌든 아기토끼 분양은 다행히 매번 잘 이루어진 편이었다. 일단 가족들 중심으로 토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서로 나누어 키웠다. 하지만 이제는 더이상 가족만으로는 안되게 생겼다. 그래서 결국 처음으로 애완토끼분양을 위해 집사람이 카페에 수소문을 하기에 이르렀고 4마리의 아기토끼는 분양에 성공할 수 있었다. 말이 좋아 아기토끼분양 성공담이지 매번 안도의 한숨과 지겹다는 한숨이 섞여나온다. 지겹다는건 다른게 아니다. 세상에 이보다 더 귀여울 수도 없는 동물 아기토끼를 분양 보내는 일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울증 마져 생기는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보낼 때마다 시원섭섭 등등 이루 표현하기 힘든 여러 감정이 교차하게 된다.
다행히 이번에는 4마리의 아기토끼를 분양했지만 앞서는 7마리를 낳아서 애완토끼분양 보내는 일이 정말 엄청난 숙제로, 고민거리로 다가오기도 했었다. 그래도 무슨 복인지 매번 정말정말 토끼를 귀여워하고 사랑하며 키워줄 분들이 나타나서 천만다행이었다. 물론 개 중에 들려온 사망소식도 두건이나 있었지만, 그게 무지에서 비롯된 부주의였던 어쨌건 명복을 빌뿐이다. 아기토끼를 분양한 뒤에 도맡아 키우려 했던 사람들이야 나름대로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을 터인데 그런 결과를 겪게되면 일단 무척 놀라고 당황스러웠을거라 짐작해 본다.
어쨌든, 그래서인지 아기토끼분양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새끼 토끼들에게 이름 붙이는 일을 하지 않는다. 처음으로 아기토끼를 받았을 때는 7마리 모두에게 이름을 다 지어줬었다. 엄지,검지,콩지,팟지,깜지,람지,반지....이 아이들이 그래서인지 가장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다. 그리고 이중에 가장 맏이 같았던 엄지가 최근에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얼마나 비통했는지 모른다. 다른 이유들도 있었지마 함께 키우던 애완견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제일 크지 않았나 싶다.
이번에 애완토끼분양을 한 곳은 지역도 다 틀렸다. 한 곳은 강원도 원주였고 또 한 곳은 서울 사당, 나머지 한 곳은 경기 성남이었다. 원주에서 아기토끼분양하신 분은 두 마리를 분양 받았는데 이름도 미리 지어놓고 있었다. '별'이랑 '구름'이라고 이름 지어놔서 얼마나 예쁘게 지었는지 모른다며 안심할 수 있었다. 이분은 대학생신분이다보니 우리가 바람 쐬러 갈겸 원주까지 직접 가서 전달을 했다. 주문을 한 게이지와 먹이가 도착하지 않은 상황이라 임시로 거처를 마련해 두었는데 아기토끼들에게는 나름 불편함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이런저런 참고사항 등을 꼼꼼히 일러주고는 돌아왔다. 나중에 먹이를 주고 노닐던 아기토끼들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왔는데 키우기로 하신 분의 동물을 사랑하는 심성이나 센스, 꼼꼼함 등을 보니 더욱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두번째로 서울 사당동으로 분양된 아기토끼를 키우는 분 역시 대학원생이었는데 이 분도 나름 사전에 공부를 많이 해둔 듯 보였다. 집을 꾸려놓은게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아기토끼가 안심할 수 있도록 아늑한 환경을 갖추어 놓았고 말린과일과 같은 토끼 먹이에 대해서도 미리 다 공부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내가 직접 전달하지 않고 집사람이 아기토끼분양을 했기 때문에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크게 안심이 되었다. 만에 하나라도 건방진 이야기이지만 아기토끼분양 받을 자격이 미달이신 분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퇴짜'(?)놓을 생각까지 했었다.ㅎㅎ 말이 그렇다는 것이고 그만큼 각별했으니 말이다.
문제는 세번째로 경기 성남에 계신 주부분에게 애완토끼분양을 한 경우는 처음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4마리의 아기토끼 중에 아이라인이 있는 아이가 이 주인을 만난 것인데...아뿔싸! 데려간 이후 보내온 사진은 그야말로 토끼장이 아니라 새장에 가까웠던 것이다. 그 사진을 집사람이 친정에 갔다가 보고는 마음 아파서 내게도 보내왔는데 나 역시 보는 순간 "헉!"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아무리 아기토끼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작은 토끼라도 저렇게 작은 집을 마련해주면 그냥 전시목적이 아니란 말인가"라며 순간 급흥분하기까지 했다. 다행히 이 분은 굉장히 마음씨가 곱고 예의바른 분이시라 집사람이 사실대로 일러준 말에 크게 당황하며 놀라더라고 한다. 그리고 이내 바깥분과 의논해 다시 만들어 보내온 보금자리 사진은 우리를 감동시켰다. 정말 안심할 수 있었다고 할까? 크고 아늑하고 운동장도 있는 울타리는 호사스러울 정도였다. 게다가 아기토끼가 아늑하게 거처할 공간까지 따로 배려해두었다. 이만하면 합격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그 분에게도 하마터면 오해할 뻔한 상황에 대해 미안스러운 마음과 고마움이 함께 들었다.
이렇게 해서 애완토끼분양은 잘 마무리가 되었다. 두번째로 분양간 사당동 주인분은 아기토끼 얼굴을 본 다음에 이름을 지어주겠다고 하셨는데, 사실 그 녀석이 4마리 중에 제일 예쁜 토끼였다. 덩치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다소 왜소했지만 유독 눈이 초롱초롱하면서 하는 짓도 앙징 맞은 그런 녀석이었다. 그리고 4번째 아이라인 있는 아기토끼 역시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짙고 선명한 아이라인과 함께 매력만점 토끼였다. 마치 우리 집에 처음 들어온 토슬이를 떠올릴만큼 닮은 모습이었는데 이 아이에게도 역시 집사람의 애정이 각별했다. 물론 처음 아기토끼분양을 받아가신 별이와 구름이 주인님에게도 요청대로 아이라인이 없는 녀석 둘을 선별하는데 있어 배려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원주라고 하는 먼 거리로 분양을 가야해서인지 마음은 왠지 기왕이면 좀 더 건강한 아이로 보내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그래서 보송보송하게 용감한 녀석과 눈이 반짝반짝 맑은 아이를 한쌍으로 데려가게 된 것이다. 우리가 직접 이름까지 지어주었더라면 이번 토끼분양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다행인지 처음 우리가 아기토끼를 보았을 때의 그 녀석들 중 세 녀석은 지금도 보고 싶을 때면 보고 산다. 불행히도 첫째인 엄지는 운명을 달리했지만 람지가 큰 처형네서 살고있고, 깜지는 막내처제가 키우고 있다. 그리고 파찌가 바로 우리집에서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 이번에 아기토끼분양을 하게 된 그 네마리의 토끼 엄마는 바로 파찌다. 나머지 세마리 반지,검지,콩지는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역시 수소문하면 소식을 들을 수 있다. 토끼분양은 이처럼 또 하나의 거대한 행사나 마찬가지이다. 그냥 "옛다!"하고 누군가한테 주고 말 그런 일이 아니다. 서로 교감하고 배려하고 위하는 마음들이 오가는 감사의 자리가 바로 아기토끼분양이다. 부디 앞으로도 좋은 주인 만났으니 행복하게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바랄 뿐이다. 끝으로 이번에 아기토끼분양에 참여해주신 주인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부디 건강하게 잘 키우시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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