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사탕', 순수한 영혼 그 자체를 연기했던 설경구 그리고 주제곡

2015. 9. 8. 18:31영화, 미드 추천/주목할만한 영화

'박하사탕', 순수한 영혼 그 자체를 연기했 설경구 그리고 주제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이 개봉했던 때가 2000년 1월이니 벌써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밀레니엄 새해를 열면서 새해 벽두에 개봉되었던 이 영화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더불어 가슴 저미는 이야기를 고스란히 전달해주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특히 지금까지의 모든 연기 중 가장 완전한 혼신의 연기를 보여주었던 설경구의 연기야말로 단연 압권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순수했던 영혼의 주인공 '김영호'라는 캐릭터 그 자체를 온몸으로 흡인하는 놀라운 연기 몰입감은 설경구란 배우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시간이 이만큼 흘러 지나서도 그만큼의 연기를 이후 어디에서도 다른 어떤 배우를 통해서도 본 것 같지 않다는 생각마져 드니까 말이다. 설경구는 곧 김영호 그 자체였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된다.

 

 

 

 

 

 

 

 

 

얼마전 DVD로 다시 꺼내보게 된 영화 '박하사탕'은 바로 그런 영화였다. 마치 날고기를 먹는 것과도 같이 그 어떤 가식이나 꾸밈도 없이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시간을 거슬러 실제로 1970년대에서 1980년대 그리고 1980대에 이르기까지 배역을 맡은 배우들을 따라 마치 시간 여행을 다녀온 듯한 그런 기분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가슴이 먹먹해 오는 그 느낌은 오히려 10여년 전의 그 때보다 더 무겁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결코 가벼운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 이런 것! 바로 이런 걸 우리는 진정한 예술작품이라며 그 가치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 영화 '박하사탕' 주제곡, Peppermint (Korean Movie) ost Main theme

 

 

 

 

영화 박하사탕을 오랜만에 다시 접하면서 그런 느낌이 먼저 다가오는 것도 어쩌면 주제곡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 '박하사탕'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역시 그들과 시간여행을 하는 열차를 타고 함께 떠나보는 그런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 마치 기차를 타고 지나온 길을 거슬로 올라가듯 느껴지는 박하사탕의 주제곡은 영화 전체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해 주기에 충분하다.

 

 

 

 

 

 

 

 

박하사탕의 주제곡을 듣다보면 다시 주워담고 싶고 되돌리려 해도 너무 멀리 지나와버린 주인공 김영호의 끔찍한 현실보다는, 조금은 서툴고 촌스럽고 어리숙했을지언정 윤순임에게 다 전하지 못한 말들과 순수했던 마음들이 온전했던 그 기억들 속으로 다시 함께 달려가는 듯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하다. 종합예술로서의 영화를 이야기할 때 배우의 연기나 각본, 연출 그 무엇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언제나 영화음악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게 되는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이다. 그 느낌이 한 순간에 전해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래야 영화가 살아난다.

 

 

 

 

 

 

 

 

어쨌든 이창동 감독의 2000년작 '박하사탕'은 단순한 스토리 구조 같아 보이기는 해도 말로 다 표현 못하는 그 이야기들을 100% 혼신을 다해 연기하는 배우들, 그중에서도 특히 배우 설경구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면서 주제곡과 함께 최고의 걸작을 만들어냈다는 생각을 십수년이 지난 지금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다만, 아쉬운 것은 당시의 그런 살아있는 연기를 더 이상 배우 설경구로부터 발견해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영화 박하사탕의 성공 이후 국민배우나 다름없는 흥행배우 대열로 합류하면서 처녀작에서 발견할 법한 그런 것들이 많이도 희석된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발견하게 된다. 심지어 일부 사람들로부터는 "이제 배우 설경구의 연기가 너무 익숙해졌다"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나쁜 말로 '신선도'가 좀 떨어졌다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박하사탕 시절에 혜성처럼 등장해 몸서리 처질 정도의 생생한 연기를 온몸으로 배출해내는 저 배우는 과연 누구인가라는 수식어를 들을 때는 이미 한참 지나버렸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지금껏 배우 설경구하면 최고의 찬사를 아낌없이 받아도 부족한 작품으로 박하사탕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물론, 윤순임으로 함께 출연했던 배우 문소리와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에서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기는 했지만, 왠지 '박하사탕'만큼의 그런 것과는 또다른 느낌이다.

 

 

 

 

 

 

 

 

 

 

생생하다 못해 무서울 정도의 그런 연기, 바로 그런 연기를 확인할 수 있었던 영화가 '박하사탕'이다. 그리고 끝으로 이 영화의 느낌을 온전하게 되살리는 ost 또한 최고의 걸작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박하사탕 주제곡은 영화음악 감독 이재진씨의 작품이다. 감히 전문가도 아닌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영화음악이란 자고로 이래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영혼이 있는 음악...바로 그게 진짜 영화음악이다. 재간만 살아 꿈틀대는 것이 아니라 음악 한 소절만 들어도 느낌이 확 되살아나거나 후벼팔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게 지론이다. 그래서 인정 안 할 수가 없다. 오늘은 오랜만에 15년 전의 걸작 '박하사탕'에 대한 회상의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창동 감독님도 그새 많이 늙으신 듯 하다. 이런 영화를 만들어 주신데 대해 경외감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