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 '화장'을 보고

2015. 9. 13. 20:29영화, 미드 추천/주목할만한 영화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 '화장'을 보고

 

 

 

몇일전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 '화장'을 보았다. 그동안 보아왔던 임감독 특유의 영상 그리고 소재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듯한 영화라 생각을 했는데 역시도 극을 이끌어가는 대한민국 대표배우 안성기씨의 연기력과 뭐라 딱히 형언하기 어려운 그런 포스를 발견하고 있자니 역시도 임권택 감독의 영화가 맞기는 맞구나 하는 그런 느낌을 가졌다.

 

 

 

 

 

 

 

 

영화 '화장'을 다 보고 난 뒤의 소감이랄까 관람후기 이런건 사실 다른 여느 영화들 처럼 간단명료하게 혹은 보여진 그대로의 느낌을 말하기에 다소 난해한 인상을 받았다. 그도 그럴것이 이 영화는 흔히 연출을 맡은 감독이 관객들에게 거의 일방적으로 극의 흐름을 풀어 보여주듯 전달하는 그런 영화와는 좀 달랐다. 즉, 영화가 끝난 뒤 이 영화에 대한 느낌과 소감, 평가 이런것들은 온전히 모두 관객의 몫으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임권택 감독의 '화장'은 101번째 작품인 '달빛 길어올리기' 이후 4년여만에 80이라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처럼 100번째 작품이었던 '천년학' 이후 연출한 데뷔 후 두번째 작품에 해당한다. 현역감독으로 그 나이에 이런 작품을 만든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영화가 가지고 있는 무거운 주제는 뭇 사람들에게 삶에 대하여 굉장히 많은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영화 '화장'은 소설가 김훈 작가가 2004년에 내놓은 동명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제28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책으로 먼저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사실 당시 내용은 좀 먹먹하니 난해하다는 인상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이렇게 영화로 다시 만나니 그 느낌이 훨씬 새롭고 더 강하게 와닿는 듯 하다.

 

 

 

 

 

 

 

 

영화 '화장'을 보고 난 직후 인터넷에서 이 영화에 대한 평이나 반응을 좀 살펴보았는데 상당수의 사람들은 한 마디로 '재미없다'는 말을 많이 하고 있었다. 뭐 이런 말들이야 그냥 완전 개무시해도 되는 늘상 있는 조악스러운 이야기들이라 신경을 안쓰려했는데 구지 부연설명 해주자면, 이런류의 사람들은 일단 영화를 볼 때 언론이나 어딘가에서 유명감독의 유명작품이라는 그런 말들에 쉽게 현혹되는 듯 하다. 그러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성향의 영화를 먼저 찾아 보아야하는 것 아닌가? 문학성이 두드러지는 영화에서 어찌 헐리우드 식 '재미'를 찾으려고 한건지 항상 이해가 안간다. 그래놓고 영화를 막상 보고나서는 보는 내내 졸았네 어쩌네 푸념을 늘어놓는다. 또 어떤 이는 배우 김규리에 대해 혹평을 늘어놓는다. 영화 작품과 배우가 보여준 캐릭터 성향, 그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조화 이런걸 따져야지 어째 그 배우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먼저 파악하려하는건지...언제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그런 평가는 늘상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가 보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임권택 감독의 '화장'이 재미있는 영화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대게의 영화들이 그렇지만, 예술성이 우선인 영화에서 최소한 '재미'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닌가? 물론 예술성에 재미까지 곁들여진다면 더 없이 좋기야 하겠지만, 주제 자체가 엄청 무거운데 어찌 여기서 재미를 발견하려 하는건지 이해가 안간다. 영화는 그냥 영화 그 자체로 좋으면 되는거다. 꼭 아는척 하고 나대는 사람들이 헐리우드 영화랑 비교하면서 뭐가 어쩠네 저쩠네 말들이 많다. 그냥 있는 그 자체로 바라봐라. 그게 예술작품을 대하는 자세고 예의다. 그런 기본 자세를 가지고 임권택 감독의 영화 '화장'을 본다면 뭔가 확실히 다른 느낌, 작은 울림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 '화장'을 보면서 이전과는 다른, 길게 이어지는 여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니 그보다 수많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먼저 던질 수 밖에 없었다. 나라면 어땠을까? 내가 극중 오상무였다면....내 아내가 오상무의 아내처럼 그 비슷한 상황에 처한다면...이런 식의 단순한 상상과 감정이입을 넘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삶, 인생에 대한 수많은 의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였는지 인터넷 영화평 중에 어떤 사람은 "영화 '화장'이 재미없다고 말하는 사람일 수록 나이가 어린것 같다"라는 말이 맞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어떤이의 혹평 중에는 배우 김규리가 마치 모든 걸 망쳐놓았다는 식의 언급을 했던게 기억나는데 왠걸, 김규리가 아니었다면 누가 추은주 역을 소화하는게 좋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안성기가 연기하는 오상무의 역할에 시간이 흐를수록 감정까지 몰입을 할 수 있었는데 화장품회사의 오상무가 눈길을 빼앗길 수 밖에 없었던 미모의 여사원 역은 정말 김규리가 딱 이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를 수도 있는 것이겠지만, 앞서 인터넷 영화평에서 김규리를 혹평한 사람 역시 편견과 선입견이 단단히 박혀있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해보게 된다.

 

 

 

 

 

 

 

 

 

'화장'에서 아내 역을 맡았던 배우 김호정의 불타는 연기혼 정말 아낌없이 칭찬을 해주고 싶은데 앞으로도 좋은 작품에서 또다른 모습으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 어쨌든 이 영화는 시간의 흐름 전개도 하마터면 뻔한 스토리로 흐를 수도 있는 부분들을 잘 상쇄해 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영화 후반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어? 이게 모야"라는 반응을 보였을지도 모르겠는데 사실 일반적이고 통속적인 그런 영화였다면 오상무와 추은주는 아내가 죽은 뒤 새살림이라도 차리는 그런 뻔한 이야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뭐 그렇게 해서라도 해피엔딩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은 아닌가 싶다.

 

 

 

 

 

 

 

 

나는 임권택 감독의 '화장'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하나 있었는데 다름 아닌 아내가 키우던 개 '보리'를 안락사 시키는 부분이었다. 꼭 그래야만 했는지...애완동물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참 납득하기 힘든 유일한 부분이었는데 사실 '보리'라는 이름도 불교에서 말하는 의미대로라면 안성기의 설명처럼 나중에 죽어서 사람으로 태어나라는 뜻이 담겨있다고 하니 영화 흐름전개상 일리는 있는 이야기로 보여진다. 영화 '화장'을 보면서 묵직한 삶에 대한 수많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요즘 들어 내가 줄곧 주창하는 말처럼 '있을 때 잘해, 잠깐이야...'라는 말이 참 맞기는 맞는 말이구나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임권택 감독의 '화장'은 기혼자라면 누구나 다 한번쯤 보아야 할 그런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