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이정현표 잔혹한 로멘스 영화!

2015. 9. 15. 20:54영화, 미드 추천/주목할만한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이정현표 잔혹한 로멘스 영화!

 

 

이정현 주연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한 마디로 이정현만이 할 수 있는 이정현표 로멘스 호러 영화라고 불러야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약간의 블랙코미디도 가미가 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흔히 아는 그런 코메디는 아니다. 전혀 예상한 것도 없고 예고편도 안본 채 '이정현'이란 배우 이름만 믿고 본 영화라고 해야할까?

 

 

 

 

 

 

 

전혀 기대 없이 본 영화라서 더 그랬는지는 몰라도 일단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참 보석 같은 영화란 생각이 든다. 흔히 말하는 블럭버스터급 그런 영화는 아니지만, 이정현의 작은 체구만큼이나도 소소한 볼거리 속에 강렬한 메세지와 여운이 남는 그런 작품이었다. 아무 기대나 예상 없이 이 영화를 보다가 순간 섬뜩 놀라기도 했는데 서두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꽤 잔혹한 영화다. 그러면서도 애틋한 순애보적인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째 호러스러운 그런 분위기와 사랑이야기가 전혀 매칭이 안될 것 같고 조화로움도 없을 듯 하지만, 로멘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아닌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제목에서 예감할 수 있듯 지독하게 현실적인 세상을 살아가는 지독히도 비현실적인 아줌마의 순애보적 사랑 이야기를 안국진 감독은 참 재미지게 잘도 그려냈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극의 흐름을 챕터1. 심리치료, 2. 님과함께, 3. 신혼여행 이렇게 세 파트로 구지 나누었어야 했나 싶기는 하는 아쉬움이 남기는 하는데 분량만 놓고 본다면 세번째 챕터를 좀 더 길게 다뤄서 90분의 영화를 120분짜리로 만들었어도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가져본다.

 

 

 

 

 

 

 

 

 

 

사실 이정현 주연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어찌보면 과거 이런 비슷한 류의 영화와 마찬가지로 '잔혹한 이야기'의 계보를 잇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2005년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 2006년 '달콤,살벌한 연인', '2010년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등 이런류의 영화들이 표방했던 이른바 '잔혹한 복수극' 혹은 '잔혹한 사랑 이야기'와 맥을 같이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얼핏 현실과 이상(환상) 사이를 오가며 주인공이 풀어가는 그 숨은 이야기들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느낌도 서로 비슷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그와는 또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아주 독특한 영화였다. 자주 거론하게 되는데 이 영화 역시 배우 이정현이 아니면 딱히 완벽하게 소화할만한 이상적인 여배우도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나날이 발전하는 한국영화의 중흥기를 맞고는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쓸만한 여배우가 그리 풍족하지 않은 때에 어쩌면 이 영화는 이정현을 위한 영화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져 드니까 말이다.

 

 

 

 

 

 

 

 

 

 

대한민국 아줌마는 전세계 다른 어느 나라의 아줌마와는 다른 놀라운 힘을 숨기고 살아간다고 한다. 그 힘의 원천이 대부분 자식 때문이겠지만, 이정현이 보여준 수남이라는 캐릭터는 오로지 첫사랑이자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남편만을 위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그려보이고 있다. 아무리 힘든 일도 남편과 나 우리를 위해서라면 못할 것도 없다. 설사 그게 사람을 잔혹하게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물론 다른 여느 사이코패스들 처럼 그냥 본인의 욕망을 위해 죽이는 것이 아니라 '피치 못할 사정때문에' 죽이게 되는 딱한 사연이 담겨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 지금 다시 보아도 참 못말리는 이정현이었다. (이정현-'바꿔', 1999)

 

 

 

과거 배우 이정현을 처음 목격했던 영화는 장선우 감독의 1996년작 '꽃잎'에서였다. 당시만 해도 고작 17살 나이에 파격적인 배역을 소화해내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또 약관 20세의 나이엔 문득 가수로 데뷔해 지금도 간혹 불리어지는 '와'를 부르며 신기 내린 광녀(?)처럼 노래를 부르기도 했었다. 그리고 한동안 뜸했었는데 지난해 영화 '명량'에서 아주 오랜만에 이정현을 목격하게 되었고 이번에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 배우 이정현이 가지고 있는 어쩔 수 없는 배우로서의 면모를 다시금 발견하게 되었던 것 같다. 톡톡 튀던 10대 시절의 못말리던 소녀가 어느새 어엿한 30대 중반 나이의 중견배우가 되었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서처럼 잔혹한 복수극 또는 피치못할 사정 때문에 잔혹하게 살생을 해야했던 그런 영화는 사실 진짜 잔혹하기로는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만한게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정현이 보여준 살상극은 그런 김복남의 잔혹함에 비하면 사실 잔혹하기 보다는 깜찍(?)하기까지 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극 전체를 끌고나가는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사연들을 함께 따라가며 목격하다보면 극중 수남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연민의 감정마져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다행히 세번째 챕터 '신혼여행'에서 나름대로 잔혹할 수 밖에 없었던 잔혹사를 마무리 하고 있지만 역시도 런닝타임을 조금 길게 가져가는 한이 있더라도 조금만 더 짜임새 있고 좀 더 극적인 효과들을 전폭적으로 쏟아붓는 피날레가 있었더라면 훨씬 더 영화의 완성도도 높이고 강렬한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가져본다.

 

다음에는 내친 김에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 이어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에 대해서도 한번 다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