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돈나', 독특한 소재와 배우들 열연이 빛나는 한국영화

2015. 9. 20. 16:32영화, 미드 추천/주목할만한 영화

영화 '마돈나', 독특한 소재와 배우들 열연이 빛나는 한국영화

 

 

 

영화 '마돈나'는 신수원 감독의 완벽한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독특한 한국영화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 문득 과거 샤를리즈테론 주연의 '괴물'이란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당시 개인적으론 테론의 놀라운 연기력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었지만 한국영화에서도 이처럼 사회 어두운 곳에서 소외받고 주목받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좀 더 많이 소개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그런 영화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마돈나'가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그만큼 영화 소재가 매우 독특했다고 할 수 있겠다.

 

 

 

 

 

 

 

 

영화를 보기 전에 먼저 접한 정보는 앞서 보았던 '무뢰한'과 더불어 제68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부문 '주목할만한 시선' 초청작이라는 정도였다. 영화를 보기에 앞서 때론 미리 궁금한 정보를 낱낱이 파헤치고 싶을 때도 간혹 있지만, 대게의 경우는 편견이나 선입견이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고 '느낌'만으로 보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래서인지 영화 '마돈나'가 주는 놀라운 이야기들은 묵직한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했다고 생각된다.

 

 

 

 

 

 

 

 

한국영화를 보다보면 '참 좋은 배우들이 너무나 많구나'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물론 훌륭한 연출력을 선보이는 감독들도 많고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불철주야 영화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갖은 고생을 다하며 애쓰는 스탭들의 노고도 항상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인지 이런 열정적인 노력에 대한 성과는 이따금 해외영화제에서 좋은 호평과 함께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중흥기를 맞이하고 있는 한국영화는 그만큼 과거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성황을 누리고 있는게 사실이다. 솔직히 영화를 비롯해 문화예술계는 이미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고도 남는다고 생각되지만, 다른 여타의 부분들(정치라던가)은 여전히 개차반 개후졌다.

 

 

 

 

 

 

 

 

 

 

아뭏든, 그런 가운데 또 한번의 수작을 접하면서 '마돈나'를 연출했던 신수원 감독 이야기도 살짝 언급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전직 교사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신감독의 연출작은 매우 탄탄한 시나리오와 더불어 여성 감독 그 이상의 탄탄한 연출력이 잘 녹아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 칸 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시선에 공식 초청된 '마돈나'에 대한 해외반응도 굉장히 뜨거웠지만 알고보면 신수원 감독은 이번이 두번째라고 한다. 지난 2012년 제65회 칸영화제에서 '카날플뤼스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대한민국 여성 감독 중 칸과 베를린 국제영화제를 석권하면서 명실상부 세계적인 감독 반열에 올랐다고 해야 할 정도이니 말이다.

 

 

 

 

 

 

 

 

 

 

신수원 감독의 작품들이 다소 그런 면이 있지만, 특히 이번 '마돈나'에서는 장미나라는 캐릭터를 통해 소외 받는 계층의 쓰디 쓴 이야기를 제대로 보여줬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생명의 존귀함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안에서조차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자의 차별대우에 대해서도 생각을 안해볼 수가 없었다. 마돈나는 그렇게 불우하게 태어나 불행하게 자라면서 천대 받고 이용당하며 멸시받다 못해 사회로부터 내동댕이 쳐지고, 그마져도 부족해 뱃속의 태아를 만나보지도 못한 채 죽어가면서도 부자의 생명연장을 위한 심장이식까지 해야 하는 극한 상황에 처해져도 되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영화적 설정이기는 하지만 현실이 그와 별반 다르지 않을 정도로 우린 물질만능주의의 각박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마돈나'가 이 사회에 던지는 충격파는 가히 그 울림이 매우 크다고 해야겠다.

 

 

 

 

 

 

 

 

 

 

간호조무사로 일하면서 우연히 그런 '마돈나' 장미나의 뒤를 추적하던 해림이 밝혀내는 이 놀라운 이야기들은 참으로 잔혹하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가 흔히 북한의 인권을 비난하지만, 북한이 소수의 권력자들로부터 지탄 받는 인권유린을 자행한다라고 했을 때 그와 반대로 자본주의 사회를 살고있는 이 땅은 암묵적으로 조금만 힘이 약하거나 가진게 없을 때 사회 전체가 그 사람의 인권을 유린하거나 짓밟고 있거나 무관심하게 방조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장미나 스스로가 내뱉은 말처럼 '불쌍한 년'으로 살아가던 그런 마돈나의 인생을 되돌아보던 해림도 결국은 감추어 두었던 자신의 지난날에 대해 회한의 눈믈을 보이지만, 그래도 장미나가 온전히 불행을 모두 떠안았다라고 생각되지 않는 것은 적어도 제2의 장미나만큼은 부디 그런 삶이 아닌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희망이 생겨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 '마돈나'를 다 보고 난 뒤에 한가지 실토를 하자면, 남자인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해림'역의 서영희를 줄곧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사람 얼굴을 못알아보는 '안면인식장애'라지만,(특히 여배우를 못알아봄) 그래도 좀 너무했다는 생각을 뒤늦게 해본다. 워낙 서영희에 대한 이미지를 '김복남' 이미지에 가둬놓아서였는지 더 그랬다. 그도 그럴것이 섬마을에서 낫을 휘두르는 김복남과 날씬한 몸매에 깔끔한 간호복과 차가워보이는 머릿결이 보여주는 간호조무사 이미지는 도저히 매칭이 안되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마돈나'에서 보여주는 서영희의 연기는 감정의 기복 없이 차분하면서도 차갑고, 시종일관 '해림'이라고 하는 배역에 완벽하게 몰입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배우 서영희는 대사보다 눈빛으로 감정연기를 하고 있었고, 눈빛만으로도 모든걸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지않아도 몇 안되는 한국영화계의 매우 좋은 여배우 중 한 사람으로 TOP반열에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영화 '마돈나'를 보고 난 뒤에 더 깊어졌다. 앞으로 서영희가 나오는다는 영화는 모두 섭렵할 참이다.

 

 

 

 

 

 

 

 

 

 

 

연기 이야기를 하니 아마도 '마돈나' 그러니까 장미나 역을 했던 배우에 대해서도 궁금해 할 사람들이 많을 줄로 안다. 연극배우로 10여년간 탄탄한 연기를 다져온 배우 권소현은 스크린에서는 신예나 다름 없지만 이미 연기력은 검증 받은 배우다. 나는 이 배우를 보면서 서두에 언급했던 '괴물'의 샤를리즈테론 생각이 났던 것이다. 다만, 비주얼만을 따지는 부류의 사람들이 볼 때는 연기에 대한 인정을 하면서도 크게 각인되기엔 무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 겉보기에 연연해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마돈나'는 극중에서 장미나가 남들 보다 좀 달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회의 가장 구석지고 어두운 곳으로 내몰렸 듯 혹시라도 배우를 보고 평가하는데 있어서도 그러해서는 안될 것이다. 때문에 권소현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벌써부터 해보게 된다. 아울러 이번 칸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비상을 또한번 발견했던 것처럼 '마돈나' 같은 좋은 영화들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고무적으로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며 관람후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