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이웃, 덴마크 영화를 통해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다

2015. 9. 23. 21:40영화, 미드 추천/주목할만한 영화

잔인한 이웃, 덴마크 영화를 통해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다

 

 

영화 '잔인한 이웃'은 2008년에 만들어진 덴마크 영화다. 카를로비 바리 국제영화제 대상수상작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좋은 영화가 어쩌다 2015년에 와서야 국내에 개봉되었는지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올해 5월에 개봉해 나름대로 깊이 있는 내용의 영화를 좋아하는 영화팬들로부터 좋은 호평을 받은 그런 영화다.

 

 

 

 

 

 

 

 

개인적으로는 익숙치 않은 덴마크 영화 '잔인한 이웃'을 보면서 한국사회를 꿰뚫어보게 되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한국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와 비리 이런 것들을 보면서 이 영화는 그런 세태의 축소판쯤 된다고 판단하게 된 것이다. 어차피 사람사는 사회가 국적을 떠나 어디를 가더라도 다 비슷비슷 고만고만하다고 할 때 이 영화는 유럽의 낙농국가 중 하나인 덴마크 코펜하겐 부근의 어느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는 있지만 국가를 막론하고 인간이 살아가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을 다루고 있다.

 

 

 

 

 

 

 

 

영화 '잔인한 이웃'의 줄거리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얼핏 영화 제목만 보아서는 공포나 스릴러물 같이 뻔한 스토리를 담고 있을 것 같지만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주제는 비교적 무거운 편이다.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해보게 만든다. 어느날 시골 마을에 신임 경찰서장으로 부임하게 된 젊은 형사를 중심으로 낯설고 지루한 시골생활이 펼쳐질 듯 보이지만 이야기는 역시도 시간이 흐를수록 이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예상했던대로 마을 사람들에게도 은연 중에 흘러나오는 인상은 매우 수상하고 음습하기까지 하다.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듯 하면서도 텃새 또한 매우 강한 인상을 계속해서 보여주는데 작은 마을이다 보니 입소문도 엄청 빠르다. 소문이 얼마나 빠르고 무섭냐면 새로 부임한 경찰서장의 개인 신상까지 삽시간에 다 털어낼 정도이다. 주인공의 감추고 싶은 과거와 개인 가정사까지 얼마 안가 속속들이 마을 주민들이 다 알게 된 것인데 겉 보기에는 전형적인 시골 촌놈들의 습성을 간직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외지인을 심하게 경계하는 이 마을 사람들에게는 나름대로 그들만의 '질서'와 '스토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주인공도 얼마 안가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젊은 경찰서장에게 다가오는 한 여자, 그녀는 술만 마셨다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 때문에 못살겠다며 수시로 그를 찾아오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남편과의 사이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보인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딸은 폭력이 시작될 때면 마을을 배회한다는 사실을 마을 사람들은 이미 고정 레파토리 처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오직 신임 경찰서장만 몰랐을 뿐. 그리고 사건이 일어나게 되는데 결백을 외치는 남편과 가책을 느끼는 경찰서장을 두고 마을 사람들은 특유의 마을 질서를 바로 세우기로 보이지 않는 모종의 약속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다. 그 약속이라는 것은 결국 마을의 골치거리인 폭력남편과 그의 아내를 제거하는 일이었고 마침 새로 부임한 경찰서장이 마을의 숙원과 같던 그 모든 일을 삽시간에 처리해주는 그런 일이었다. 물론 '본의 아니게'라는 수식이 붙기는 해도 결과를 놓고 보았을 때 마을사람들에게는 매우 흡족한 결과를 안겨준 셈이다.

 

 

 

 

 

 

 

 

영화 '잔인한 이웃'은 결국 외지에서 새로 부임해 온 젊은 경찰서장을 위시로 해서 마을 사람들이 공공의 이익과 안녕, 질서를 위해 얼마만큼 자신들을 합리화 하며 인간의 이기심을 어느수준까지 극대화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헌데 이런 내용을 담은 영화 '잔인한 이웃'을 보면서 어떻게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게 된 것일까. 이 영화를 본 다른 사람들은 나처럼 확대해석하거나 비약이 지나칠 정도의 상상까지는 아마 하지 않았을 줄로 안다.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일 뿐이라고 여길테니 말이다.

 

 

 

 

 

 

 

 

내가 '자인한 이웃'을 보면서 느낀건 그런 것이었다. 서두에 한국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 비리 등을 언급했지만 그래도 한 때는 대한민국은 '공공의 적'을 소탕하고 '공정사회'를 추구하며 모든 '부당거래'를 일갈하고 '베테랑' 수준의 양심적인 '변호인'과 더불어 '국제사회'의 모범이 되고자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던 그런 개발도상국가 중 하나였다. 하지만 OECD회원국이 된 이후로 이 나라 이 사회는 모든 것들이 결국엔 '돈'으로 귀결되는 이상한 나라로 변모되고 있고 모든 악의 근원도 모든 문제의 시작과 끝도 돈에서 돈으로 흐르는 '망한민국'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해보게 된다.

 

 

 

 

 

 

 

 

그리고 그런 '헬조선'으로의 추락에는 애초부터 없었어야 하는 '공공의 적'이 대거 출현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즉, 싸이코패스나 패륜 양아치들이 벌이는 혐오범죄를 제외한 나머지 대다수의 범죄들은 과거와 달리 '조직범죄화' 되어가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조폭들이나 했음직한 그런 잇권싸움 내지는 잇권추구형 범죄들이 몽땅 블루칼라 혹은 화이트칼라로 옮아왔고 그것도 개인이 아닌 조직으로 '죄'를 나눠갖는 형태로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일말의 양심도 없을 뿐더러 그나마 남아있던 양심들도 고등교육을 잘 배웠다라고 하는 샌님들이 논리정연하게 자기합리화까지 해가며 매우 지능적으로 죄를 나눠갖고 있다는 말이다. 영화 '잔인한 이웃'에서의 주인공처럼 혼자만 정의로운척 기본을 따지는 이들은 어떻게든 약점을 골라내 자기들 조직으로 흡수해버리면 그만인 일들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야말로 영화속 대사처럼 '이제부터는 우리식구'가 되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이렇게 돌아간지 오래되었다. 영화 '잔인한 이웃'은 그냥 어느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일어난 일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어느새부터인가 나라자체가 다 이런식으로 썩어문들어졌다. 특히 대기업은 물론 공기업, 공공기관에서 말단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다들 이렇게 변질되었고 심지어 국가의 안전을 책임지는 군에까지 이런 형태의 조직범죄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눠갖고 있는 양상이다. 육해공군은 말할 것도 없고 툭하면 터지는 방산비리 처럼 방산업체에 이르기까지 두루두루 골고루도 썩어 문드러졌다. 거짓이 아니라 실제로 날마다 쏟아져나오는 뉴스기사만 읽어보아도 아주 지천에 널리다 못해 뭐 하나 해먹지 못하는 놈이 바보 소리 듣는 그런 세상이 되었다. 최근 자원외교로 까먹은 돈이 수십조에 달한다고 하는 소리가 자주 나오는것 같은데 거기서 일하던 인간들이 그저 술마시고 골프치며 노는데 쓴 돈만 25억이라고 했던가. 전부 국민의 혈세이건만 이 색히들은 늘 그렇듯 죄를 나눠 갖는다. 사회 곳곳 썩지 않은 놈들이 없는데 특히 더 가관인 것은 나라의 근간을 바로 세워야 하는 법조계도 매일반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전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양심과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책임을 다하는 이는 우리 사회에 그리 많지 않다. 그마저도 영화 '잔인한 이웃'에서의 젊은 경찰관이 결국엔 마을사람들과 한식구로 흡수되었듯 약점 하나만 잡혀도 기개를 유지하기는 너무나 힘들어지게 된다. 그만큼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모든 문제의 근원이 '돈의 노예'라는 사실에서부터 비롯되고 있다.

'돈의 맛'을 본 놈들이 마치 바이러스를 퍼뜨리듯 건실한 누군가를 또 다시 악의 구렁텅이로 끌어들이고 또 끌어들이면서 영화 '잔인한 이웃'에서 보는 것처럼 이익에 반하면 누구든 제 식구로 만들어버리면서까지 사악한 짓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그야말로 사회에 있어 독버섯과도 같은 존재들이다. 독버섯을 제거하고 관리해야 할 주체가 사라지다보니 이 혼탁함의 끝은 벌써 그 말로가 보이려고까지 한다. 그 독버섯 같은 놈은 종국에 가서 한 보따리 챙겨 해외로 튀겠지만 많은 것들이 망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영화 '잔인한 이웃'은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그냥 덴마크의 어느 시골마을에서 일어난 작은 이야기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좀 더 크게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보노라면 나는 개인적으로 지금의 대한민국 현실, 한국사회의 단면을 충분히 볼 수 있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러고보면 다소 지나치게 부정적인 측면도 없지않지만 이 나라가 돈 앞에 얼마나 잔인한 나라인지 다시금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부동산만 해도 그들만의 리그이고 그들만의 담합이라 하니 연일 고공행진하는 주거부담비용은 소비위축과 같은 악순환을 거듭하게 만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어느 쪽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이기심이 극도로 팽배해 있으니 말이다. 모든 것이 돈으로 시작해 돈으로 끝나는 사회현실은 결국 영화 '잔인한 이웃'에서 처럼 자기들만의 방정식으로 세상 질서를 풀어가겠다는 그들의 지독한 집단 이기주의를 엿보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