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테랑' 짧은 관람후기, 상업영화로서의 덕목을 고루 갖춘 영화

2015. 10. 16. 21:04영화, 미드 추천/주목할만한 영화

영화 '베테랑' 짧은 관람후기, 상업영화로서의 덕목을 고루 갖춘 영화

 

 

올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었던 한국영화 두편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아마도 '베테랑'과 '암살'이 아니었을까? '암살'은 개봉 당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쟝르(역사물,시대극)이다 보니 두 영화를 놓고 망설이고 자시고 없이 먼저 관람을 했지만, '베테랑'은 한편으로 그저 뻔한 현대극으로 선악대결이 너무도 뻔한 그런 영화 아니겠냐 싶어 일단 뒤로 미루었다. 솔직히 너무 많은 관람객들이 몰리는 영화에 대해서는 왠지 이유를 알 수 없는 거부감부터 먼저 드는게 사실이다. 그도 그럴것이 이제는 다소 식상해져 가는 황정민식 스토리텔링 그리고 류승완 감독의 액션 중심으로 전개되는 드라마에 대해 딱히 눈이 번쩍 뜨이는 그런 느낌이 부족해서였다고나 할까? 아니, 그런 선입견 보다는 오로지 재미 중심의 영화 그리고 그에 열광하는 대중적 관심사는 나로 하여금 지레 질려버리게 만들고 이내 향하던 발걸음도 방향을 돌리게 만드는 그런 부분이 있다고 하는게 더 정확하겠다.

 

 

 

 

 

 

 

 

어쨌든, 뒤늦게나마 그렇게 올 여름 대한민국 극장가를 강타했던 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테랑'을 유료 컨텐츠로 관람하게 되었다. 성급하게 평점부터 주자면 좀 그렇지만 숫자보다 별점으로 구지 점수를 메긴다고 했을 때 개인적으로는 별3개(★★★☆☆)가 적당하지 않나 싶다. 정말 냉철하게 생각해보고 주는 점수다. 물론 이 영화를 극장가에서 신나고 재미나게 보았던 사람들로서는 냉큼 "미친거 아냐?"라고 반응할지 모르겠으나 아주 솔직하게 점수를 준거라고 생각한다.

 

 

 

 

 

 

 

 

왜냐고? 일단 스토리가 진부하다. 어디선가 본듯한 뻔한 스토리라는 것이고, 황정민과 유아인이 보여주는 선악대결구도 또한 그동안 아주 익숙하게 보아온 그런 부분이라 신선할게 하나도 없다는 것과 재벌3세와 경찰의 극강대결 구도 또한 너무 현실적인 요소와 너무 비현실적인 요소의 충돌로 인한 이질감 그리고 그로인해 발생되는 정신적 피로감 및 불쾌감들로 인해 영화를 보는 재미가 반감되었다라고 하겠다. 매우 현실적인 요소란 실제로도 재벌3세들 듣던대로 미친놈들 많다. 영화에서나 보여질법한 그런 모습이 아니다. 반면에 황정민이 연기한 서도철 형사는 매우 비현실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이 두 캐릭터가 보여주는 모습들은 영화적으로 분명 재미있는 캐릭터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영화 '베테랑'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미이라 처럼 붕대연기 투혼을 보여준 배우 정웅인이 연기한 화물연대 배기사 캐릭터는 차라리 절절하리만치 너무나 현실적이라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보여지기까지 한다. 과연 정말 그럴까? 저렇게 안된 사람이 있고 대기업으로부터 저렇게 개취급 당할수도 있을까 싶겠지만, 현실적으로 일상적인 모습에 가깝기 때문에 사실 구지 말이 필요없다고 해야겠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정웅인 처럼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배우가 아닌 단순 조연이 이 역을 연기했다면 영화는 아마 이렇게 천만관객 달성이 쉽지 않았을거란 생각을 해본다. 그점에서 류승완 감독의 캐스팅 감각 하나는 정말 최고라는 칭찬을 해주고 싶다.

 

 

 

 

 

 

 

 

결국 영화 베테랑을 보고 난 뒤에 평점으로 고작 별 세개를 준 이유는 영화를 못만들어서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배우캐스팅에서부터 감독의 연출력이나 수많은 배우들의 열연 등등 어느 요소 하나 모자란 부분이 없었다고 본다. 위에서 개인적으로 가져보았던 소재선택에 있어서의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점과 예상했던 대로의 선악구도 그리고 권선징악 이런 요소들이 덜 신선했고 흥미를 반감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솔직히 적어도 열광할 정도의 신선한 소재와 재미있는 설정은 아니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도 수많은 관객들은 인산인해를 이루며 극장가로 달려갔다. 왜였을까? 배우 황정민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보는 것이기 때문에? 아니면 천만관객을 부르는 인간자석 오달수 때문에? 문득 어째서 천만관객이 가능했던 것인지 궁금해진다.

 

 

 

 

 

 

 

 

지난해 개봉했던 영화 '명량'의 경우도 개봉 당시 야단법석 난리도 아니었는데 지나고 보니 그냥 이순신 신드롬 현상이 아니었던가하는 그런 이유라도 있었지만 베테랑의 흥행 이유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말 나와서 말인데 '명량'은 어지간한 영화 두번 세번 그 이상도 보는 나로서도 진짜 진짜 두번 다시 눈이 가지는 않더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공감하겠지만 정말 어떤 영화는 두번세번이 아니라 열번도 다시 봐주는게 아깝지 않을만큼 굉장히 잘만든 영화가 있다. 그런 영화들의 공통점은 '흥미'만 있는게 아니다. 일단 기발한 아이디어와 소재가 우선이며 뭔가 숨어있는 매력적인 메세지들이 넘치고 번뜩이는 재치와 감각으로 똘똘 뭉쳐서는 볼 때마다 새로운 걸 발견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요즘들어 항상 느끼는 나만의 생각이지만, "모두가 옳다라고 해서 그게 진짜 옳은게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끔 해보게 된다. 매스미디어의 다양한 편린들을 접할 때마다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 그리고 그들이 보여주는 군중심리 이런 것들을 보다보면 참 역설적인 모습들을 많이도 발견하게 된다. 애꾸눈 원숭이가 많은 섬에 정상인 원숭이가 가면 그게 병신 원숭이라고 했던가? 결국 정상적으로 융화되기 위해 자기 눈을 찌른다고 하던데 이따금 영화 아니더라도 다양한 '작품'들을 접할 때면 진짜 작품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영화야말로 종합예술로서 대중적 관심이 가장 큰 분야라 그런면이 더 강하게 부각되기도 하는데, 단적으로 말해 흥행에 성공했다고 해서 그 영화가 정말 주옥같이 빛나는 잘 만든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즉, 나중에 다시 그 영화를 맞딱뜨리게 될 때 기꺼이 다시 볼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정말 잘 만든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물론, 상업영화를 논하는데 있어서는 이게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니다. 상업영화는 어쨌거나 저쨌거나 논란과 이슈를 부르던 말던 표만 많이 팔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볼 때 영화 베테랑을 만든 류승완 감독은 이 모호한 두 경계선을 유연하게 넘나드는 베테랑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