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스톤의 내츄럴본 킬러 오프닝 크레딧

2015. 10. 28. 20:00영화, 미드 추천/주목할만한 영화

올리버스톤의 내츄럴본 킬러 오프닝 크레딧

 

 

올리버스톤의 내츄럴본 킬러는 아마도 개인적으로 20번도 넘게 본 듯 하다. 한 마디로 당시엔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수가 없는 것인데, 아무리 삘 꽂힌 영화라고 해도 좀 병적으로 집착에 가까웠던 이유를 모르겠다. 당시 20대 시절 한창 고민 많고 방황하던 순간에 맞딱뜨린 영화여서 더 그랬던 것 같은데 영화 내용도 20년 세월이 지나니까 세세하게 기억나던 부분 조차 이젠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이 영화에 있어 가장 백미라고 할 수 있는건 OST를 빼놓을 수 없을 듯 하여 오늘 올리버스톤의 킬러 오프닝 크레딧 소개를 할까 한다.

 

 

 

 

 

 

 

어제 레너드 코헨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미드 '트루 디텍티브' 시즌2의 주제곡 이야기를 잠깐 했었는데 내친 김에 이 양반의 명곡이 두 곡씩이나 삽입된 그 OST 앨범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다. 일단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에는 원로가수라 할 수 있는 레너드 코헨의 노래가 오프닝 크레딧에서 'Waiting for the miracle' 그리고 엔딩 크레딧에서 'The Future' 두 곡이 들어갔다. 아마도 올리버스톤 감독의 특별한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이 영화의 각본을 쓴 쿠엔틴 타란티노의 선택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왠지 내가 아는 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집착에 가까운 선택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당시 이 영화로 주목 받기 전까지만 해도 비디오가게 점원으로 일하면서 영화 시나리오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던 걸로 안다. 그가 만들어내는 작품 세계야 뭐 이제는 너무도 유명하다 못해 뻔할 정도로 그만의 독특한 세계가 펼쳐진다는 것쯤 이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부분은 영화라는 종합예술에 있어서 OST 주제곡의 선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기 때문에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손수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선정하게 되는 음악선택의 감성에 대해 조금쯤은 이해해줄만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쨌든, 1994년 국내 개봉된 올리버스톤의 킬러, 내츄럴 본 킬러(Natural born killer)는 당시 파란을 불러오기에 충분한 그런 영화였다. 영상미디어 종사자들에게 영감적으로나 철학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미쳤던 그런 영화인데 영화적 기교(Technic)만 해도 이제는 그 정도쯤이야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보수적 생각 혹은 아카데믹한 매너리즘에 젖어있는 영화학도 입장에서도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파격을 안겨주었었다. 뭐 냉정하게 말하자면 조금 수습이 안되어서 그렇지 약간 오바스러운 부분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이를테면 난데 없이 만화가 등장하기도 하고 칼라와 흑백이 어지러울 정도로 난무하는 식의 팝아트적 요소와 뮤직비디오를 연상하게 하는 많은 장면들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만큼 90년대 영화에 있어 올리버스톤의 킬러는 영화사에 미완의 모습으로나마 한 획을 분명히 그었던 일종의 '사건'이었다라고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데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영상기법도 그렇지만 실제로 이 영화에 삽입된 수많은 음원들을 보면 레너드 코헨 뿐 아니라 미국 현대사를 가로지르는 수많은 명곡들이 대거 들어가기도 했다. 밥딜런 뿐 아니라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곡이 차고 넘치게 들어가 이 영화 OST 앨범은 소장 가치가 충분한데 그 중에서도 오프닝과 엔딩을 장식하는 레너드 코헨의 목소리는 가히 일품이다. 코헨 자체가 노래하는 '음유시인'이라서 더더욱 그러하다. 그의 노래 가사에 들어있는 의미심장하고 철학적인 내용들이 올리버스톤의 킬러와 딱 맞아 떨어졌다고 해야 할까.

 

 

 

 

 

 

 

 

 

 

나에게는 젊은 시절 나의 사고와 가치관, 철학 등 여러면에서 어떤식으로던 영향을 미친 영화를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내츄럴 본 킬러'를 꼽고 싶다. 그런데도 이 영화가 대중들 사이에서 크게 어필되거나 기억에 남는 영화로 좀체 자리잡지 못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일반인들의 사고(고정관념 및 편견)로서는 이 작품을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당시 동생이나 주변 지인 중에는 영화를 보고 아연실색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심지어 "이게 영화야?"라고 되묻는 식이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엽기적인 연쇄살인마 커플이 벌이고 다니는 행각부터가 그닥 아름답게 보일리 만무하다. 이 이야기는 일반인들의 경우 예술작품을 마주하는 데 있어 '내용' 또는 '주제' 다른 말로 '알아야 한다(Know)'라는 개념과는 매우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너무도 당연할지도 모른다. 이게 다 훌륭한 교육의 산물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내츄럴본 킬러가 아니더라도 어떤 영화, 어떤 예술작품을 대하는 데에는 단지 그 '알아야 한다(know)'라는 개념이 우선되어서도 안되고 우선되어봐야 방해만 될 뿐이다. 모든 작품은 그저 '느끼는게(Feel)'게 먼저다. 사람들은 대게 올리버스톤의 킬러에서처럼 연쇄살인마 커플이 활보하는 모습에 도덕적 잣대를 가져다 대기에 너무나 바쁘다. 그냥 영화적 요소로, 그 이면에 제작자 또는 시나리오 작가, 감독이 말하고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영화를 다 보고나서 총체적으로 판단하면 안되는 것일까? 너무 큰 기대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어떤 영화 어떤 예술작품을 상대하더라도 선입견과 편견 또는 매너리즘은 눈과 귀를 막아버리게 될 것이라는 게 오늘 이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남기고 싶은 말이다.

 

 

 

 

 

 

▲ 20년전만 해도 '아이언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우디 해럴슨과 줄리엣 루이스의 포로였다.

 

 

 

Anyway! 올리버스톤의 킬러 오프닝 크레딧 영상을 기억하는 분이라면 오랜만에 레너드코헨의 목소리와 함께 다시 한번 감상해보시기 바란다. 우디 해럴슨과 줄리엣 루이스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본래 매스컴을 까는 게 주목적이었다고 한다. 언론 매스미디어의 타락과 협잡군에 가까운 행태를 비꼬고 실랄하게 비판하고자 했던 쿠엔틴 타란티노의 숨은 의도가 담겨있던 영화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이 영화는 다시 보아도 많은 생각과 영감을 주는 그런 영화다.

 

 

 

 

▲ 올리버스톤의 킬러(내츄럴 본 킬러.Natural Born Killer) 오프닝 크레딧-Waiting For The Miracle(레너드코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