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강아지, 엄친아를 만나다

2015. 11. 2. 19:27동물의세계

시골 강아지, 엄친아를 만나다

 

오랜만에 시골 고향집을 다녀왔다. 집에 도착해보니 감나무도 탐스럽게 열리고 좋았는데 눈에 띄는 녀석이 하나 있었다. 바로 시골 강아지다. 이른바 족보 없는 '똥개'라고 부르는 이 강쥐가 때론 다른 여느 족보있는 애완견들보다 훨씬 귀엽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데 구지 꼭 '우리집 강아지'라서 그랬던 것만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집에서 토끼를 키우고는 있지만 이 강쥐녀석을 '엄친아'라고 불러주어도 좋을만큼 토끼와는 다른 애교만점 덩어리였기 때문이다.

 

 

 

 

 

 

 

아직 이름도 지어주지 않은 시골 강아지는 지금도 집에 있는 어미개가 낳은 새끼는 아니다. 몇일전 옆집에서 낳은 강아지 중 한마리를 키워보라며 데려온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녀석을 맞딱뜨린건 시골집에 온지 삼일째 되는 날이었다. 시골집 강아지들이 으례 그렇기는 하지만 문밖 한데서 먹고자며 그렇게 사는지라 아직 변변한 목줄이나 집도 마련되지 않아 임시로 토끼를 키웠던 낡은 토끼장 안에서 우리와 마주쳤다.

 

 

 

 

 

 

 

 

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처음 와서부터 내내 낑낑댄다고 한다. 얼마나 낑낑댔는지 목이 다 쉬었을 정도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어미가 그립거나 아직 새끼 강아지라고 해서 부릴만한 응석보다도 집이 마음에 안들었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문밖으로 풀어주었을 때 마구 안기고 핥고 엉겨붙고 난리도 아니었다. 아직은 정이 더 그리운 아이라 그럴만도 하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팔다리도 짤뚝만한 녀석이 눈에 쌍꺼풀까지 있다. 귀엽다.

 

 

 

 

 

 

 

 

이 강쥐녀석이 시골 부모님댁에 오기 전에 원래부터 키우는 개가 한 마리 있다. '곰순이'라고 부르는 순한 암컷인데 성격이 정말 온순하면서도 한달 만에 찾아가도 멀찍이서 우리차만 보면 어떻게 알았는지 벌써 꼬리부터 흔든다. 그런 어미개 '곰순이'는 이 시골 강아지 녀석의 친엄마는 아니지만 경계하거나 홀대하는 것 없이 나름 친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녀석도 조막만한게 그 앞에서 갖은 아양을 다 떨면서 부쩍 친해지고 있다. 보기 좋은 모습이다.

 

 

 

 

 

 

 

 

다음날 강아지용 목줄을 사다가 목에 메주고 임시 거처였던 토끼집은 치워버렸다. 그리고 원래 개 전용 작은 집을 마련해주었는데 녀석도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그전에 먼저 마당서 풀어주고 노는걸 보니까 꽤는 좋은 모양이다. 사람 걸음 가는대로 졸졸졸 따라오고 앞질러 가기도 하면서 집 안뜰과 마당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닌다.

 

 

 

 

 

 

 

 

이 시골 강아지 녀석을 보고 온 뒤로 '엄친아'라 부르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집에 키우고 있는 토끼들에 비해 사람을 따르는 그게 확실히 다르긴 달랐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토끼는 벌써 몇년째 우리랑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친한척 하거나 따르지는 않는다. 숫토끼인 복실이는 열심히 사람 발을 따라다니기는 하지만, 본심은 다른데 있는 녀석이다. 숫토끼를 키워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사람 발을 따라다니는 이유는 따로 있다.

 

 

 

 

 

 

 

 

어쨌든 그런 토끼와 다르게 시골집 가서 보고 온 강아지는 여러면에서 달랐다. 사람을 따르기가 왠만한 아이들만큼이나 된다. 머리 한번 쓰다듬어주면 몸을 비비고 엉기고 팔도 물고 그런다. 아직 새끼 강아지라서 이가 날카롭지도 않지만 세게 깨무는 것도 아니고 이가 간지러운건지 앙앙대는 수준이다. 정에 엄청 굶주리기라도 한 녀석처럼 사람을 따르는 게 정말 장난아니다. 이런 녀석이라면 나중에 시골 강아지 한 마리 키우는 것도 참 좋겠구나 하는 생각은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 우리집 토끼들을 보고나니까 바로 느낌이 왔다. 왠지 달라보이는 우리 애들. 이게 인간의 욕심이고 이기심일까? 엄친아를 보고 온 엄마들이 느끼는 심정이 바로 이런거겠구나 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오늘도 번갈아가며 녀석들을 풀어주고 운동도 시키고는 했지만 역시도 토끼는 토끼다. 토끼라는 그 사실 자체를 존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자꾸만 시골 강아지 녀석 얼굴이 떠오른다. 그동안 토끼만 이뻐하고 토끼만 보아와서 잘 몰랐는데 시골 강아지가 그렇게 귀엽고 이쁜줄 몰랐다.

 

 

 

 

 

 

 

 

다음에도 시골집을 다녀올 때마다 녀석을 이뻐해줘야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토끼들을 무시하고 싶지는 않다. 녀석은 녀석이고 우리 토끼들은 벌써 몇년을 함께 정들었으니 말이다. 동물들은 언제나 그 자체만으로도 이쁘고 사랑스럽다. 사람 사는 세상에 고단함을 느끼거나 이력이 나는 사람들이라면 왜 이런 말을 하게 되는지 동물을 사랑으로 한번 키워보면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