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11. 17:34ㆍ동물의세계/어쩌다토끼아빠(유튜브)
여러분은 새끼 토끼를 키워보신 적 있으신가요? 있다고요? 그럼 이제 막 태어난 새끼 토끼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지금은 아니지만, 토끼 아빠는 몇 년 전 새끼들이 태어나 어미젖을 먹고 눈을 뜨며 아장아장 걷다가 이내 뛰어다니는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던 때가 있었습니다.
저희 집을 거쳐간 아기 토끼들은 기억을 더듬어 숫자를 헤아려 보니 총 32마리였습니다. 말도 안 된다고요? 실제로 그랬습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7마리가 태어날 때도 있었고 4마리가 태어날 때도 있었고, 혹은 단 한 마리만 태어난 적도 있었습니다. 어미가 젖을 물리지 않아 사망한 사례도 있었으며 기형으로 태어난 토끼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미젖을 뗀 후에 분양 보내어졌습니다.
수많은 아기 토끼들을 지켜보면서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들은 처음 우리 집에 새끼들이 태어나면서 너무나 신기하고 놀라운 나머지 제가 직접 하나하나 저마다 이름을 지어주었던 7마리의 토끼였습니다.
엄지, 검지, 반지, 콩지, 파찌, 람지, 깜지...
토끼는 태어날 때 털이 없이 태어납니다. 그야말로 핏덩어리란 말처럼 아주 작은 알몸으로 태어납니다. 어미 토끼는 임신 후 출산의 모든 과정을 혼자 도맡게 되는데 그 과정은 그야말로 눈물겹습니다. 토끼 새끼는 임신 후 어김없이 30일 만에
출산을 하고, 출산이 가까워지면 피부가 보일 정도로 가슴털을 뜯어 보금자리를 만들어 새끼 받을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 탯줄은 어미가 직접 다 끊어내고 태반과 탯줄 모두를 어미 토끼가 먹습니다. 냄새를 맡고 다가올지 모를 모든 육식동물로부터의 위험을 감추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입니다.
그리고 태어난 토끼들을 모두 혀를 핥아 씻기며 젖을 물리고 온갖 정성을 다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형으로 태어난 토끼가 있거나 선천적으로 너무 약한 새끼는 가차 없이 버립니다. 불쌍해서 다시 보금자리 품에 데려다 놔도 다음날 보면 어느 구석엔가 버려져 있기를 반복합니다. 그게 자연입니다. 살아남기 위한 자연의 섭리죠.
그리고 건강한 새끼들은 하루가 다르게 매우 빠른 속도로 몸을 키워나갑니다. 약 일주일 정도면 하나둘 눈을 뜨기 시작하고 털도 어느 정도 자라나 있게 되는데요. 눈을 완전히 뜬 다음 열흘 째부터는 보금자리 주변을 나와 서툴지만 조금씩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합니다. 이때부터는 좀 더 빠른 속도로 자라나기 시작하는데 걸음마는 하루만 지나도 빠른 걸음으로 바뀌고 털도 제법 보송보송 자라나 있는 데다 이빨도 빠른 속도로 자라나게 됩니다.
특히 이빨이 자라면서부터 어미 토끼는 고통이 시작됩니다. 새끼 토끼들은 여전히 눈만 뜨면 어미젖을 찾고 눈이 보이기 때문에 어미를 쫓아다닙니다. 하지만 어미는 젖을 먹이는 시간을 철저히 지키려 합니다. 젖을 물리더라도 여러 마리의 새끼들이 젖을 먹는 순간순간은 어미 토끼에게 말 못 할 고통과 더불어 괴로운 시간입니다. 그래도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본능은 이 모든 순간을 지배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새끼들 이빨에 고통스러워하다가 어미 토끼가 뿌리치거나 소리를 지르기도 합니다. 보통 토끼는 성대가 퇴화되어 소리를 안내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토끼도 소리를 냅니다. 다만 매우 제한적입니다. 극한의 상황을 맞을 때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물론, 소리를 내는 상황은 있어선 안 되겠지만 크게 다친다거나 고통스러울 때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비명을 내지르기도 하는 게 토끼입니다.
불행한 일이지만 언젠가 잘 놀고 있던 람지가 울타리를 뛰어넘다가 골반 뼈가 부러지는 사고가 났을 때 람지의 비명 소리는 거실을 지나 안방 샤워실에 있던 집 사람도 깜짝 놀랄 정도로 엄청나게 크게 들렸을 정도이니까요. 하필 그땐 제가 집을 비웠을 때였고 한 바탕 난리가 났었죠.
눈을 뜨고 이빨이 자라고 털옷도 모두 갖춰 입은 데다 뜀박질까지 하기까지 보통 2주, 보름 정도의 기간이면 충분합니다. 이때까지 가장 예쁠 때이고, 자라나는 속도가 가장 빠를 때입니다. 그리고 1개월이 넘어가면서는 조금씩 아기 토끼의 흔적이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아주 조금씩 조금씩 자라나는 게 보이고 2개월을 넘어서면서부터는 더 이상 아기라 부르기에도 애매할 정도로 많이 자라나 있게 되며 3개월을 넘어서는 더 이상 아기 토끼가 아니게 됩니다. 심지어 그 이후부터는 임신과 출산도 가능할 정도입니다. 그게 토끼입니다.
그리고 보통 어미젖을 뗀 이후 15일 이상 시간이 지나면 분양을 보내게 됩니다. 잘 맡아 키워줄 좋은 분을 만나 일생에 가장 행복했을 엄마와의 정, 형제들과의 정을 뒤로한 채 요람을 벗어나 저마다 새로운 생을 살아가게 되지요. 이유야 어찌 되었든 간에 저는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그렇게 새끼 토끼들과의 시간들을 보냈던 적이 있습니다.
처음 요정 같은 아가들이 콩알 콩알 뛰어다니던 그 비현실적인 순간들을 보내면서 솜사탕처럼 깨물어주고픈 아이들이
결국은 어디엔가로 저마다 뿔뿔이 분양 보내져야만 하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은 솔직이 좀 아픕니다. 지금까지도 그랬던 아이들 모습이 이따금 꿈속에서 튀어나오고 지금도 집안 어디에선가 녀석들이 아장아장 걸어 다니며 함께 살아가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때도 있으니까요.
처음 이제 막 정들었던 아이들과의 원치 않는 이별을 한 뒤론 그게 너무 마음 아파서 이후론 태어난 새끼들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새로 만나게 될 좋은 주인에게 남겨두어야 할 몫이기도 했으니까요.
여담이지만 마트 같은 데선 새끼 토끼를 판매도 하는데 잘 팔리라고 먹이도 잘 안 준다고 합니다. 너무 빨리 자라니까요. 그 사실을 알고는 참 탄식밖에 안 나오더라고요. 그나마 좋은 주인 만나기라도 하면 다행인데 말이죠. 토끼와 함께하는 시간을 7년 동안 해오면서 새끼 토끼들에 대한 기억이 여전히 너무나 강하게 남아있어 한번 이야기 꺼내보았습니다.^^*
https://youtu.be/WgFjR7JV_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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