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토끼 '아람이'에 대한 추억

2019. 6. 25. 16:36동물의세계/예쁜토끼들세상

토끼를 키운다는 일은 다른 여느 반려동물과 마찬가지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먼저 키워본 사람들은 걱정과 우려를 많이들 하는데요. 토끼를 키운 지 칠 년이 되었어도 유튜브에 제가 영상을 올리면 보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주 사소한 부분에 대해서도 염려의 말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게 습관인 모양입니다. 

 

 

 

하지만 토끼를 키우는 데 있어 사전에 알아야 할 것들과 더불어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경우는 사실 흔치 않습니다. 저처럼 어쩌다 토끼를 키우는 경우가 아마 대부분일거라 생각됩니다. 물론, 저처럼 몇 년이 흐르도록 끝까지 책임지고 키우는 분들도 많지만 누구나 처음부터 토끼에 대해 잘 알고 키우는 분들은 극히 적다고 봅니다.

 

국내엔 사실 진짜 토끼 전문가는 없다고 합니다. 적어도 낙농국가로 대표되는 유럽과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다더군요. 즉, 아직까지는 가축 단계에서의 지식정보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할 정도로 문헌상으로나 연구 자료, 특히 애완용 토끼에 대한 심도 있는 데이터 베이스는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도 토끼 전문가로 알려진 몇몇 분들이 책을 내면서 하는 말들입니다. 

 

 

 

 

실제로 토끼가 아프거나 했을 때 병원을 가보면 이런 현실을 바로 깨닫게 됩니다. 물론 서울 대도시 토끼 전문 특수병원으로 유명한 극소소의 몇몇 병원은 다르다지만, 서울 및 신도시급에서도 특수동물과를 가보면 솔직히 깊은 신뢰까진 가지 않아 실망한 적도 있습니다. 적어도 다시 재방문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진료비용은 아무리 보험처리가 안된다지만 왜 이렇게 비싼지...

 

 

 

아무튼 서두에 이런 넋두리를 하게 된 이유는 지난해 무지개다리를 건넌 토슬이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토슬이... 이걸 어찌 말로 다 할까요. 그 이름조차 부르기가 주저스러운 이유는 우리 집에 제일 먼저 마주하게 된 녀석이었기 때문입니다. 젖 떼기가 무섭게 왔던지라 정말 주먹만 하게 앙징맞은 그런 녀석이었고 그동안 많은 기억들을 함께 했습니다. 새끼도 많이 낳았고 정말 남다른 아이였습니다. 

 

 

 

그런 토슬이가 무지개다리 건너기 전에 마지막으로 낳은 아이가 '아람이'였습니다. 딱 한 마리만 낳아 놀랍기도 했는데 그래서인지 오래도록 젖을 물리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보통 2주가량 되면 어미는 더 이상 젖을 물리지 않고, 아기 토끼들도 무서운 속도로 이빨이 자라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수유가 불가하니까요. 하지만 아람이는 한 달을 넘게 젖 먹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마치 막둥이가 서너 살 되어서도 엄마젖 타령하듯 말이지요. 

 

 

 

그런 오붓한 시간들도 잠시...아람이가 결국은 좋은 주인을 만나 분양 보내고 난 뒤, 불과 삼 개월 정도 지나 토슬이가 갑자기 무지개다리를 건넌 것이었습니다. 멀쩡해 보이던 녀석이 어느 날 호흡이 가빠하던 걸 보면서 서울 유명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지만 병원에서도 정확한 병명은 알 수 없다는 것이었고, 폐와 복부 쪽의 이상 증상 등에 대해서 설명은 해주었지만 원인이나 치료 방법 등에 대해서는 만족할만한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나이를 먹은 애도 아니었는데, 여섯살이면 아직도 한참 때인데 그렇게 어처구니없게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아마도 토슬이를 아는 분들에겐 충격적인 일이라 복잡한 심정에 말도 꺼내지 못했습니다. 이후로 우리 부부는 얼마간을 낙담하며 우울한 시간을 보냈는지 모릅니다. '팻 로스 증후군'이란 게 이런 건가 싶었으니까요.

 

 

우리가 토끼를 키우면서 알고 있는 단발적 지식들은 알고보면 솔직히 웃음밖에 안 나옵니다. 하지만 그런 정보들이라도 잘 챙기는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그런 최소한의 정보도 없이 토끼를 입양하거나 호기심에 키워보겠다고 하다가 버리는 불행스러운 일을 경계해야겠지요. 오랜만에 토슬이와 마지막 아기토끼였던 '아람이'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https://youtu.be/0dPjhX6BqG0

토슬이가 낳은 마지막 아기토끼 '아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