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뜯어먹는 토끼, 내버려둬도 괜찮을까?

2019. 7. 3. 22:19동물의세계/어쩌다토끼아빠(유튜브)

토끼 키우기하시는 분들은 다 겪는 일이지만, 토끼를 운동시키기 위해 케이지 밖에 잠시라도 내놓을라치면 영락없이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뜯을 수 있는 건 다 뜯고 갉아대는 걸 경험하셨을 거예요. 저도 처음엔 "왜 저러나" 싶었는데 토끼는 중치동물에 속하고 이가 계속해서 자라기 때문에 간지러운 이 때문에라도 여기저기 가능한 것들은 모두 쏠아댑니다. 이갈이 전용 스틱도 다양하게 건네봤지만 별 흥미를 못 느끼고, 토끼 특유의 호기심까지 더해져 각종 종이, 종이박스 특히 좋아하고요 심지어 벽지까지 뜯어대는 걸 목격하게 되지요. 

 

까치발 들고 난 잎을 뜯어먹으려는 토끼(분양보낸 아기토끼 아람이)

 

그런데 문제는 이런 것들을 씹어 삼킨다는 겁니다. 물론 배변을 통해 대부분은 배출이 되지만 깨끗한 종이, 이를테면 A4용지 같은 것도 형광물질이 들어가 있기 마련이고 일반 박스나 택배 박스 같은 것들도 잉크, 색소 각종 혼합물, 접착제 기타 등등이 마구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지요. 입으로 삼킨 다음엔 토하기가 안 되는 동물이 토끼인지라 일단 위와 장을 거쳐 변과 섞여 나오는 거까지야 모르지만 나머지 성분들은 아무래도 몸에 흡수가 될 수 있어 사실 결코 바람직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걸 못하게 해도 토끼가 은근 고집이 세고 집착도 강한 동물이라 옥신각신하게 됩니다. 

 

 

집에서 키우던 화초를 모두 절단냈던 '토슬이'

 

우리 집 복실이도 요즘 제가 쪽잠을 자는 작은방 침대에 곧잘 놀러 오는데요. 처음엔 문을 닫아두었다가 자꾸 문을 긁어대며 들여보내 달래서 방에 들였더니 침대는 아예 자기 차지가 되었고, 침대 주변 갉고 뜯어댈 수 있는 것들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이야 다 치워버렸지만, 물건을 올려놓는 테이블 위에 쇼핑백을 벅벅 찢어 먹더라고요. 입 밖으로 뱉어내고 찢는 재미를 붙이는 줄 알았더니 이따금 씹어 삼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영상에서도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또 오물오물 씹어 삼키더라고요. 

 

 

 

예전에 초창기에 토끼 키울 때는 전기줄도 쏠아대서 두꺼비집이 내려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고, 컴퓨터 사용 중에 랜선을 끊어버린다던가 마우스 줄을 끊어놓는다던가 사고도 많았습니다. 명절 기간 집을 비우면서 울타리를 다 처놓고 갔지만 거실 TV를 올려놓는 테이블 위에 올라가 그 두꺼운 멀티탭 선을 쏠았더라고요. 그 바람에 두꺼비집은 내려가고, 잠시 중간에 걱정돼 집에 들렀더니 냉장고는 녹아내리고 있고 놀란 토끼는 입 주변이 까맣게 탔더라고요. 깨알만 한 크기였지만 이후 흉터가 남았고 토끼는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토슬이 왼쪽 콧등이 흉터입니다. 

 

아무튼! 토끼 키울 때 전기줄은 무조건 싹 다 감추거나 케이블보호대 같은 걸로 감싸거나 높은 곳으로 올려야 합니다. 자칫 화재라도 나면 안 되고 또 토끼가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요. 처음 토끼를 멋모르고 키우던 칠 년 전 얘기라 그때 생각만 하면 지금도 아찔합니다. 그런데 종이박스 뜯는 버릇 역시도 못하게만 하면 난데없이 벽지를 찢어먹기 때문에 난감합니다. 그걸 또 못하게 하면 가구를 쏠아대고... 토끼 이빨은 정말 무섭게 자라나 봅니다.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을 끊임없이 연구해야겠습니다. 이번에도 복실이는 종이백을 찢어먹다가 야단 맞고 달아났습니다. 이번 참에 먹이 습관에서부터 잘못된 식습관, 이갈이 대처법을 싹 다 바꾸려 합니다. (후기도 올릴게요~^^)

 

 https://youtu.be/DYyGXczSb4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