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도 vs 대왕의길, 같은 이야기 다른 느낌 그리고 작곡가 이동준의 OST

2015. 11. 3. 18:21영화, 미드 추천/주목할만한 영화

영화 사도 vs 대왕의길, 같은 이야기 다른 느낌 그리고 작곡가 이동준의 OST

 

 

최근에서야 영화 '사도'를 보았다. 사극영화에 있어 '왕의 남자' 이후 나름대로 사극영화의 한 맥을 유지해 온 이준익 감독의 영화다. 우선 비운의 왕세자 '사도세자'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는 1998년 방영되었던 '대왕의 길'과 같은 내용이나 제목부터 그 느낌이 다르다. 우리는 흔히 조선 후기 조선의 역사에 있어 가장 위대한 왕으로 손꼽는 이산, 정조대왕을 이야기하는데 어쩌면 그런 정조대왕이 탄생하기 이전의 비극을 그린 드라마가 바로 '대왕의 길'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영화 '사도'와는 다른 작곡가 이동준의 대왕의길 OST 주제곡에 새삼 주목하게 된다. 그만큼 '사도'의 영화음악이 약했다는 느낌이다.

 

 

 

 

 

 

 

그동안 숱한 연극과 드라마, 영화의 소재로 올랐던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사도'를 보면서 문득 지금으로부터 17년전에 보았던 MBC 사극 '대왕의 길'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내용이야 익히 아는 이야기라 하지만, 느낌으로 먼저 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음악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국민배우 송강호나 유아인의 압도적인 연기가 아무리 좋았어도 영화를 다 보고 난 이후에 음악이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것이 구지 흠을 잡자면 큰 흠이라고 해도 좋을 듯 하다. 반면, 오늘 언급하려는 작곡가 이동준의 OST는 다르다.

 

 

 

 

 

 

 

물론, 이동준씨가 영화음악을 다루는데 있어 초창기 작업이었던만큼 '대왕'이라는 컨셉에 맞추어 곡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는 해도 어째 영화 '사도'보다 더 영화음악 같은 느낌으로 먼저 다가온다. '대왕의길' OST에는 이동준씨의 곡이 왕가의테마1, 왕가의 테마2, 혜경궁 홍씨, 행복의 테마, 애가, 세자의슬품, 왕가의 테마3, 어머니에게, 문나인, 탈출, 음모 등 무려 11곡이 삽입되어 있다. 물론 이 드라마가 방영되던 1998년 그 무렵에는 오프닝 주제곡으로 주현미의 노래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트롯트 느낌이 많이 나는 그 음악이 어불성설 같지만 과거엔 흔한 일이기도 했다.

 

 

 

 

 

 

 

 

MBC사극 '대왕의길'은 드라마로서는 성공작이었던 '이산'의 이병훈PD가 연출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주연 사도세자 역으로 나왔던 배우 임호의 아버지인 드라마작가 임충씨의 각본과 소원영PD의 손을 거쳐 제작되었고 배우 박근형씨가 영조대왕역을 임호가 사도세자 그리고 홍리나가 혜경궁 홍씨 역을 그 외에 김성령, 윤손하, 고호경 등이 출연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다만, 1998년 4월15일에 첫방영을 시작으로 제법 잘 흘러나가던 이 드라마는 문득 석연찮은 이유로 같은 해 8월 종영되어 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었다. 이 드라마가 방영되던 그 해에는 IMF가 터지기도 했던 해이기도 한데 20년 세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영화 사도의 개봉과 더불어 나라 경제도 기울고 있다는 점은 좀 안타까운 일 중에 하나다. 아니 오히려 그 때보다 더 힘들다나?

 

 

 

 

 

 

 

 

어쨌든, 영화 사도와 드라마 대왕의길은 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있어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라는 것은 개인적인 견해다. 대왕의 길은 제목부터가 왕으로의 승계를 잇지 못한 채 뒤주 속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비운의 왕세자의 이야기를 보다 상세하게 사료에 입각해 잘 그려내고 있었던 것만큼은 분명하다. 지금도 기억하지만 조선역사 중 삼대 악녀 중 하나였던 정순왕후가 영조대왕에게 간택되기 위해 정성을 다하던 그 모습도 기억에 선하다. 반면에 사도세자 역을 맡았던 배우 임호가 다가올 비극을 뒤로 한 채 혜경궁 홍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이산, 훗날 정조대왕을 안고 "내가 니 애비다~"라며 껄껄 웃던 장면도 눈에 선하다.

 

 

 

 

 

 

 

 

 

영화 '사도'는 그랬던 대왕의 길과 다르게 어찌보면 이준익 감독에 의해 너무 협소한 해석을 하지는 않았나 하는 그런 아쉬움을 발견해 본다. 조선 역사상 위대한 임금 중 하나인 정조의 아버지 즉,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데 있어 아버지와 아들의 비극적인 운명을 지나치게 개인사에 입각해 협소하게 바라보지는 않았던 것인지, 오랜만에 '대왕의길' OST를 듣고 있자니 그런 생각이 스친다. 그래도 급변하는 세계정세를 배경으로 한 18세기 영정조시대에서의 조선의 국운에 명운이 엇갈릴 수도 있었던 엄청난 이야기를 다루는 것 치고는 말이다.

 

 

 

 

 

 

▲ 사도세자의 아들이자 조선의 위대한 임금 중 하나였던 '정조'를 다룬 영화 '역린'. 현빈이 개혁군주 정조역에 가장 잘 어울렸다.

 

 

 

아뭏든 그거야 연출을 맡은 감독의 재량과 나름대로의 소신과 철학이 있었기에 나름대로 나쁘지만은 않은 새로운 관점을 발견해보기도 하지만, 영화기법적으로 끝내 OST에 대한 아쉬움은 지울 수가 없을 것 같다. 차라리 대왕의길 OST를 만들었던 작곡가 이동준씨를 참여시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구지 필요 없는 것은 역시도 같은 주제, 같은 내용을 다루고는 있어도 연출을 책임지는 감독의 해석과 입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그런 제작의도에 걸맞는 좀 더 분명한 색깔의 영화음악이 못내 아쉽다. 어정쩡하게 기억되지 않는 음악이라고 한다면, 항상 하는 말이지만 기껏 영화를 잘 만들어놓고도 그만큼 관객에게 어필하는데 있어 생명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 드라마 '대왕의길' OST 中 작곡가 이동준의 '왕가의 테마1'

 

 

 

 

▲ 작곡가 이동준은 지금까지 7번방의 선물, 마이웨이, 포화속으로, 태극기휘날리며, 유령, 쉬리, 초록물고기,은행나무 침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구미호 등 굵직한 작업들을 많이 해 온 한국영화의 대표적인 영화음악 감독이자 작곡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 '사도'에 대한 관람후기를 다루는데 있어 다 아는 이야기를 가지고 다 아는 이야기들을 곧잘 한다. 하지만, 언제나 삐딱할지언정 조금은 다르게 바라보고 다르게 해석하고자 하는 생각에 캐캐묵은 17년전 드라마 '대왕의 길'을 꺼내보았다. 두 작품 모두 진중한 무게가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역시도 종합예술이라는 영화를 완성하는 데에는 OST 영화음악의 힘이 크다는 사실을 다시금 새삼 발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