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6. 20:17ㆍ영화, 미드 추천/주목할만한 영화
토니스콧 감독의 영화 '데자뷰'를 떠올리며...
토니스콧 감독은 리들리 스콧 감독과 함께 가장 성공한 형제 감독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2006년 '데자뷰'를 통해 그의 인상적인 연출작을 만난 후 6년만에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된 점은 영화를 사랑하는 팬 중 한 사람으로서 두고두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 하필이면 공교롭게도 재능 넘치는 이 두 형제의 영화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형과 동생 누가 더 대단하다라고 말할 것도 없이 공히 금세기 영화 역사상 최고의 영화연출자이자 제작자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을 줄로 안다.
토니스콧 감독의 히트작은 가장 대표작인 몇개의 영화제목만 나열해 보아도 그가 생전에 얼마만큼 유망한 영화연출자 중 한 사람이었는지 짐작해보고도 남을 것이다. 톰쿠르즈 주연의 '탑건', '폭풍의질주','마지막 보이스카웃', '트루로맨스', '크림슨타이드', '에너미오브스테이트'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역작들을 쏟아냈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하려는 영화 '데자뷰'는 2004년 '맨오브파이어'에서 호흡을 같이 했던 덴젤워싱턴과는 '크림슨타이드'에 이어 세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그만큼 각별했던 사이로 알고 있다.
토니스콧 감독은 지난 2012년 8월 평소 앓던 지병으로 수술 불가능한 뇌종양 때문에 LA의 빈센트 토머스 브리지에서 투신해 6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남겨진 유서에는 아직도 정확한 내용이 밝혀지지 않아 추측성 보다가 나오기도 했었지만, 여전히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소식은 전세계 영화팬들을 충격 속에 빠뜨렸다. 1944년 6월 21일 노스 이스트 잉글랜드에서 태어난 토니 스콧은, 형인 리들리 스콧이 수석 졸업한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 다닐 때만 해도 화가가 되려고 했다고 한다. 원래 그에게는 맨 위에 프랭크라는 큰형이 있었지만 유독 7살이나 많은 둘째 형 리들리 스콧을 따랐다고 한다. 그가 미술을 전공한 것도 결국은 롤모델이었던 형의 영향이 가장 컸다고 한다.
이후 이들 형제는 광고업계에 몸을 담았는데(헐리우드의 유명 감독 연출자 중 의외로 광고업계 출신이 많다.) 리들리 스콧이 운영하는 RSA(Ridley Scott Associates)라는 광고 회사에서 1970년대 초부터 1980년대 초까지 수천 편의 CF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처럼 세계적인 영화감독으로 두 형제가 성공하기 이전부터 이들은 항상 모든걸 같이 해왔고 미술적 재능과 광고업계에서 그들만의 기량을 쌓아온만큼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비주얼리스트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토니스콧 감독이 있었기에 오늘의 세계적인 스타 톰쿠르즈가 있지 않았나 싶다. 톰쿠르즈는 토니스콧의 '탑건'에 출연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기 때문이다.
어쨌든, 오늘 이야기하려는 영화 '데자뷰'를 놓고 영화를 연출한 토니스콧 감독의 이야기를 짧게라도 소개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이 영화의 주연을 맡았던 덴젤워싱턴에 대해서도 간단한 소개를 할까 한다. 과거 90년대 초반 '말콤X'로 눈도장을 받은 바 있는 이 흑인배우는 사실 백인 위주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두번이나 수상을 한 명실상부 연기파 배우 중 한 사람이다. 이름부터가 흑인이름 같지 않은 이 똘똘이 배우는 최근에 '더 이퀄라이저'라는 영화와 더불어 호평 받으면서 여전히 죽지 않은 기량을 유감없이 보여주기도 했다. 그가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던 영화 '트레이닝데이' 때만 해도 2001년작이라서인지 팔팔했는데 어느새 그도 세월의 흔적 앞에 자유로워 보일 수는 없었다. 그러나 데자뷰가 개봉되었던 2007년만 해도 2006년에 제작된 이 영화 속 덴젤 워싱턴은 굉장히 정열적인 모습으로 테러를 막기 위해 고군부투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 토니스콧 감독과 덴젤 워싱턴이 호흡을 맞춘 2006년 영화 '데자뷰' 메인 예고편.
'데자뷰(Deja Vu)'라는 말은 사실 프랑스어라고 한다. 생전 처음 겪는 일, 생전 처음 가보는 곳인데도 왠지 언젠가 와본 곳 같거나 또는 왠지 이미 있었던 일처럼 느껴지는 현상을 말한다. 그래서인지 프랑스어 데자뷰(deja vu)는 직역하면 '이미 보았다'는 뜻을 갖는다고 한다. 아마도 토니스콧 감독은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덴젤 워싱턴으로 하여금 엄청난 폭탄테러를 막아내기 위해 필사의 사투를 벌이게 만든 것 같다. 스콧 감독의 전작들인 '크림슨타이드'나 '에너미오브스테이트' 등에서도 느꼈던 바와 같이 그가 손대는 작품은 강한 비주얼과 더불어 긴장의 끈을 놓지않는 특유의 연출력이 강점으로 작용을 한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보아왔던 덴젤워싱턴 주연의 어떤 영화보다도 흥미진진함과 더불어 팽팽한 긴장감이 쉴새없이 이어졌던 영화로 기억된다.
데자뷰
Deja Vu, 2006
국내 개봉일: 2007년1월11일
상영시간:126분
감독:토니스콧
출연배우:덴젤 워싱턴, 발킬머, 폴라패튼 외
벌써 토니스콧 감독이 우리 곁을 떠난지 3년 세월이 흘렀다. 박찬욱 감독의 헐리우드 진출작인 '스토커'의 제작과 기획에도 관여했던 토니스콧 감독이기 때문에 더더욱 아쉬움을 발견해보게 된다. 오늘 뜻하지 않게 리들리스콧 감독에 이어 토니스콧 감독의 영화를 각각 한편씩 소개하자니 오랜만에 '데자뷰'를 다시 한번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만일 아직도 이 영화를 못보신 분이라면 꼭 추천드리고 싶다. 토니 스콧 감독의 흥행작이 상당히 많기는 한데 '데자뷰' 역시 특유의 감각적인 연출력이 돋보이는 영화라 이번 주말에라도 꼭 한번 보았으면 한다. 틀림없이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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