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오는날 추천할만한 영화 '파고'(Fargo)

2015. 11. 25. 20:20영화, 미드 추천/주목할만한 영화

눈오는날 추천할만한 영화 '파고'(Fargo)

 

 

강원 산간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눈이 내린날 치고 서울경기 수도권에 내린 첫눈은 짓눈개비 수준도 못되는 것 같다. 이렇게 눈오는날 추천할만한 영화로 그래서 1996년작 '파고(Fargo)'를 떠올려본다. 눈내리는 설경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사실 엄청나게 많기도 하지만 이 영화를 항상 먼저 떠올리는 데에는 여러 요소에서 작품성이 가장 뛰어나기 때문이다. 국내개봉은 1997년 봄에 했지만 북미개봉은 1996년이었다. 그 때만 해도 춥고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가 '죽기전에 꼭 보아야할 영화' 반열에 오를지 누가 알았을까.

 

 

 

 

 

 

알다시피 영화 '파고'는 코엔형제의 수작 중 하나이다. 동생인 에단 코엘과 형 조엘 코엘은 이 영화 한편으로 전세계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명품 감독 반열에 올라서게 된다. 물론, 이전에도 여러 작품들을 만들어왔지만 이들 형제가 영화계에서 정말 주목할만한 감독이 된 데에는 그만큼 '파고'의 영향력이 컸다.

 

 

 

 

 

 

그래서인지 최근엔 원작을 리메이크하는 기류에 맞추어 미드 중에 '파고'가 시즌2까지 나왔을 정도다. 시즌1에서는 과거 안졸리나 졸리의 전남편인 빌리밥 손튼이 주연으로 나왔는데 시즌1만 해도 원작인 파고에 최대한 가까운 내용으로 편집을 달리해 TV시리즈로 방영되었다. 그리고 코엘형제의 원작은 그대로 따르되 시즌2의 경우 그와는 좀 다른 내용으로 줄거리가 전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코엔형제가 만든 영화 파고의 주인공인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형인 조엘 코엔의 아내라는 사실이다. 즉, "야~ 야..."하는 사투리투의 말로 우리가 기억하는 임신한 여자보안관 '마지'역의 바로 그 배우가 코엔형제의 형 조엘의 와이프였다는 것이다. 당시엔 몰랐는데 한참 두에 알게 된 사실이다. 조엘 코엔은 자기 아내를 주인공으로 이 위대한 영화를 만든 셈이다. 명불허전 대단한 감독에 그의 아내란 생각이 든다.

 

 

 

 

 

 

배우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출연한 영화는 이후에도 여러편 있는데 가장 가깝게 기억하는 영화로는 '트랜스포머3'에도 나왔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보다 3년전에 개봉했던 코엔형제의 영화 '번 애프터 리딩'이 더 기억에 남는다. 이 영화에는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에 나왔던 '틸다 스윈튼'도 나오는데 여기서 재미있는건 브래드 피트다. 그는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오른지가 언제인데 여전히 '우정출연', '특별출연' 수준의 조연 까메오 연기의 재미에 빠져있다. 이 영화에서도 깜찍발랄한 스포츠센터 직원으로 나오는데 어이없게도 그냥 총에 맞아 죽는다. 브래드 피트는 은근 이런걸 즐기는 희안한 취미가 있고 실제로 이와 유사하게 출연한 영화들이 꽤 많다.

 

 

 

 

 

 

 

아뭏든, 1996년작 '파고'는 이제 막 겨울의 초입에 들어서면서 내리는 첫눈 소식과 함께 눈오는날 추천할만한 영화로 전혀 손색없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요즘 2000년대의 영화들이 왠만해선 디지털 기술에 마치 CD나 LD판을 듣는 듯한 느낌이 많은데 코엔형제의 이 90년대영화는 LP판을 듣는 것과 같은 아날로그적 감성이 고스란히 곳곳에서 묻어나고 있다. 또 반가운 얼굴로는 90년대 잘나가던 배우로 '스티브 부세미'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당시는 그의 전성기였다. 요즘은 좀 소식이 뜸한듯 하지만 수많은 인기 애니메이션의 목소리 연기 삼매경에 빠져있다나?

 

 

 

 

 

 

 

 

'파고'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그저 눈 많이 내리고 조용하기 그지없던 미국 노스 다코타주의 파고라는 마을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 벌어지는데서 시작된다. 빚에 쪼들린 한 남자가 아내의 몸값을 받아낼 심산으로 납치범을 끌어들이는데 어이없게도 이 과정에서 일당들은 속도위반에 걸리자 경찰을 죽이고 그 목격자 또한 죽이면서 일이 커지게 된다는 내용이다. 물론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시골 마을의 경찰서장으로 일하던중 이 사건을 담당하면서 하나둘 숨겨진 단서들을 포착해내면서 자칫 미궁으로 빠질듯 했던 엄청난 음모와 놀라운 진실들을 찾아내며 범인 검거에 나서게 된다.

 

 

 

 

 

 

 

 

영화 파고는 제목에서처럼 혹한의 겨울 풍경이 이어지는 북미 파고라는 마을의 풍광을 담고있어서인지 눈오는날이면 매번 한번쯤 꼭 떠오르는 영화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 영화의 메인테마 주제곡은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성격을 너무나 잘 그려내고 있는 명곡이기도 하다. 코엔형제의 파고는 그저 눈오는날이면 추천할만한 영화의 범주를 넘어 문학적 성격도 매우 강한 그런 내용이다. 그렇기 때문에 20년 세월이 다 되어서도 여전히 빛나는 명품영화로 손꼽히는데 주저함이 없어 보인다.

 

 

 

 

▲ 영화 '파고'(Fargo)의 메인테마 주제곡(1996,  OST by Carter Burwell)

 

 

 

 

 

 

작은 시골마을이기는 하지만, 이 안에서 벌어나는 이 엄청난 사건들은 블랙코미디적 요소와 더불어 국적불문 누구나 공감할만한 그런 소재들을 실감나게 잘 그려내고 있다. 눈만 감아도 떠오르는 미국의 눈내린 지방의 하얀 색채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핏빛 이야기들을 주제음악과 함께 너무나 인간적이면서도 너무도 섬세하게 잘 그려내고 있는 수작 중에 수작이다. 이런 영화 '파고'야말로 눈오는날 추천할만한 영화로 최고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