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1. 20:00ㆍ영화, 미드 추천/주목할만한 영화
'그놈이다', 명품 배우들의 연기력이 빛났던 영화
유해진과 주원이 나오는 '그놈이다'를 보았다. 이 영화를 보고난 관람후기를 적으면서 '명품 배우들의 연기력'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는 것도 그만큼 주연을 맡았던 유해진과 주원의 연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귀신들린 여자 시은 역으로 나오는 이유영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주목해보게 되었는데, 알고보니 2014년 화제작 '봄'과 '간신'에서 신인 치고는 꽤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배우였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완전히 못알아볼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만큼 '그놈이다'는 주연급으로 나오는 이 세 배우만 가지고도 영화에 대한 몰입감이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면서 재미있게 봐줄만한 영화였다는 총평을 하고 싶다. 특히 이 영화에서 재미있게 볼만한 대목은 포스터에서도 잘 그려지고 있지만, 주원과 유해진의 대결구도가 직설적이지 않으면서 은근히 의혹을 파헤쳐가는 영화내용과 잘 맞아 떨어져 보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이제 한국영화에서 더 이상 '누가 범인이다'는 중요한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거의 통설처럼 자리잡힌 '범인이 누구냐하면..'하는 식의 스포일러 따위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 영화는 아예 처음부터 범인으로 지목되는 민약국 약사를 포스터에 전면 등장시키고 있다. 이 영화는 이처럼 '범인이 누구다'라는 걸로 모든 이야기를 끝낼 수 있는 그런 일부 관객들을 보기 좋게 따돌리고 있다. 줄거리가 어떻고 내용이 어떻다라는 것을 마치 간추린 모범답안 쳐다보듯 하는 습성은 한참 잘못된 이나라 주입식 교육의 산물이 아닐까 싶은데 그런 식의 논리로 영화를 보려는 사람들은 생각을 좀 바꾸어야 할 듯 하다.
어쨌든, 영화 '그놈이다'는 처음부터 그놈이 누군지 어지간한 사람이면 다들 쉽게 짐작할 수 있도록 아예 대놓고 문을 열어준다. 하지만, 이 영화의 묘미는 그런데 있지 않다. 왜 죽여야 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경찰을 따돌리고 찰거머리 같은 주원을 따돌리게 되는지 등등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범주 밖의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연출해 보여주고 있다.
물론 범인으로 지목되고 있고 거의 확실시 되어가는 유해진의 사악스러운 연기도 볼만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그놈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장우 역의 주원 연기도 볼만하다. 그래서 한 때 각시탈이었던 주원의 무뚝뚝하고 우직한 부산사나이 모습을 보는 것도 남다른 볼거리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 두 캐릭터 사이에서 또다른 긴장감과 섬뜩함 그리고 해결실마리를 쥐고 있는 시은 역의 이유영 연기도 꽤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그놈이다'를 다 보고 난 뒤에야 이유영이 '봄'과 '간신'에 나왔던 바로 그 배우라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라기도 했지만, 매 출연 영화마다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어쩜 저렇게 깜쪽같이 연기해내는지, 신인배우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아주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가 바로 이유영이다. 특히나 귀신들린 여자로 살인을 예견하는 특별한 능력을 그저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도 신내린 듯한 그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고자 괴로워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으면서 유해진과 주원 사이의 풀어야 할 실마리를 열어주는 그런 역할을 효과적으로 잘 해내고 있다는 생각이다.
요즘의 한국영화는 '그놈이다' 뿐만 아니라 나오는 족족 참 수작들이 많은 것 같다. 과거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한국여화의 중흥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사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늘어나는 멀티플랙스 상영관과 영화에 투자가 몰리면서 조폭영화가 넘치고 코믹영화가 넘치는 등 다양한 시도들이 오늘날의 이런 중흥기를 마련하는데 있어 밑거름 역할을 톡톡히 해오지 않았나 싶다. 모든 예술작품이 제대로 된 명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다작을 해야 하듯 한국영화도 그런 과정을 충분히 거치면서 전례없이 독특한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는 하지만 거듭 발전하는 모습에 영화팬 입장에서 왠지 풍성한 잔칫상을 마주하는 기분이라 행복하기만 하다.
게다가 좋은 영화가 나오기까지 좋은 제작자 및 투자자, 감독 및 스탭 그리고 무엇보다 풍부한 연기 재원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세상에 없던 다양성으로 무장된 좋은 영화들이 계속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해본다. 이번에 보게된 '그놈이다'는 좋은 영화가 나오는데 있어 배우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되돌아보게 된다. 예전 같으면 '범인이 누구'라고 찍어놓고 가는 내용들이 얼마나 위험천만한지, 또 그렇다고해서 마지막까지 범인을 숨겨두어도 스포일러 공포에 떨어야했던 그런 순간들을 기억해보면 '그놈이다'는 그런 기우를 잘 비껴갔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오히려 이런 스토리 구성과 연출은 참 보는 이로 하여금 흥미진진함을 배가시키는 그런 효과를 가져왔던 것이 아닐까?
범인이 누군지 알고 보아도 이렇게 재미있게 풀어가는 영화는 흔치 않을 듯 하다. 그게 가능했던 것 역시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빛나는 명품연기들이 제역할을 했다는 생각을 해본다. 스릴러로서의 미덕을 고루 갖추면서도 스릴러의 한계와 틀에 갇히지 않은 채 이렇듯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기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그래서 영화 '그놈이다'를 추천하고 싶다. 이 배우들의 다음 출연작품이 그래서 또 궁금해지고 윤준형 감독의 차기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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