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변호사는 똘똘이 이선균을 위한 영화

2015. 12. 3. 20:12영화, 미드 추천/주목할만한 영화

요며칠 재미있는 한국영화 여러편을 연거푸 보고 있다. 어제 본 성난변호사 역시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영화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아니 그 중 가장 재미있던 영화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기대이상의 재미를 발견한 그런 영화였다. 특히 주연으로 나온 똘똘이 변호사 변호성 역을 맡은 배우 이선균은 이 캐릭터를 정말 완벽하게 소화해내면서 천만관객수 달성의 일등공신이었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지난 2013년 개봉했던 조진웅과의 대결구도를 그린 영화 '끝까지 간다' 이후 또한번 이선균이라는 배우에 대해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는 영화로 '성난변호사'는 영화를 보기전 우려를 말끔히 날려버렸던 것이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만해도 그저 그런 고리타분한 법정드라마 정도로 여겼던게 사실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영화를 보기전에 그닥 사전정보나 예고편을 미리 보는 타입이 아니라 '이 영화 정말 괜찮을까'라는 의구심과 탐색 끝에 확신이 서면 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처음 가졌던 선입견을 완전히 뒤엎고 요근래 보았던 한국영화 중에 가장 재미있는 영화로 주저없이 추켜세울만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사실 법정드라마는 미드가 되었건 영화가 되었건 내용이 아주 좋다고 해도 일단 따분하고 고리타분할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접근이 쉬운 편은 아니다. 그러니 이 영화가 막상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 이렇게 재미있는 요소들이 가득 들어차 있을지 누가 알았겠는가. 그리고 네이버나 기타 웹상에서 네티즌들이 주는 평점이나 별점에 대해 일단 매우 불신하기 때문에 제아무리 네티즌 평점이 높다해도, 아니면 평론가 평점이 높다해도 단단히 의심을 하고 보는 편이다. 특히 포털평점은 거의 악의적인 수준을 넘어 알바수준의 평점댓글이 많기 때문에 아무리 일개 개인의 의견이라고 해도 눈꼴 사나웠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완전 안믿는데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엉뚱한 데 있었다.

 

 

 

 

 

 

물론 '성난변호사'의 주인공 변호성 배역을 맡은 이선균을 '끝가지간다'에서 워낙 좋게 보아서이기도 했지만, 이 영화에서 악역으로 등장하는 사악한 제약회사 회장역의 배우 장현성 때문이었다. 지난 2014년 쓰리데이즈에서 함봉수 역으로 분했던 그 강렬한 기억 때문이었는데 역시도 이 영화에선 이중적이면서도 잔인하고 사악한 '절대악' 문지훈 회장역을 말끔하게 소화해냈다. 이 배우에 대해서는 사실 이전에 대중적으로 알려진게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 배우가 하필 나랑 동갑내기다. 헉! 영화에서는 되게 나이 지긋해보이던데...ㅠ.ㅠ

 

 

 

 

 

 

 

배우 장현성이 이 영화에서 풍겨낸 이미지는 뭐랄까....원래 좀 그런면이 있기는 하지만, 겉보기에는 점잖은 회장님 이기전에 따뜻한 인간적 품성을 겸비한 훌륭한 기업인으로 최상의 인격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보면 전형적인 이중인격자, 소시오패스적인 마인드 그리고 잔인하고 무자비한 사이코패스적인 냉정함까지 두루 겸비한 그런 천인공노할 전형적인 악당의 모습이었다. 본색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얼마나 중후한 인품을 갖추었던지...역시 배우 장현성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농익은 연기랄까. 그런 일면들이 유감없이 보여졌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또 한사람 주목할만한 캐릭터가 있는데 다름 아닌 임원희다. 한 때 '다찌마와리'로 한국판 제임스본드라고 나름 자신만의 캐릭터를 고수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한동안 뜸했나 싶더니 '성난변호사'에서는 이선균의 든든한 백파트너 박사무장 역으로 등장한다. 영화 말미에도 변호사법을 위반해 변호사직을 잃은 이선균과 차를 타고 떠나면서 "우리 이제 뭐해서 먹고살지?"했을 때 특유의 뻔뻔함과 익살맞는 모습으로 사설탐정을 제안하기도 한다. 과거 임원희식 코믹연기의 활로를 개척했던 못말리는 임원희가 이 영화에서는 지나치게 튀거나 뒤쳐지지도 않고 시의적절한 타이밍에 나타나 이선균을 든든하게 서포트하는 사무장 역을 한 것이다.

 

 

 

 

 

 

 

아! 또 한사람. 김고은도 이 영화에 검사역으로 등장하는데 생각보단 좀 많이 약했다는 느낌이다. 오로지 똘똘이 변호사이자 성난 변호사여야만 했던 이선균을 위한 서포터로 등장했다고나 할까? 물론 김고은 특유의 당찬 연기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너무나도 노련하다 못해 꼬리 아홉달린 변호사 변호성 앞에서는 그야말로 진짜 '꼬맹이'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다. 혹자는 김고은이 이런 영화에서 그런 배역에 과연 어울렸겠나 의문을 제시할 법도 하지만, 나름대로 그녀다운 연기지조만은 잃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진다.

 

 

 

 

 

 

 

 

어쨌든, 요근래 줄곧 보아온 네편의 한국영화 중 구지 순위를 매기자면 전혀 기대없이 보았던 '성난변호사'가 단연 압권이었다. 오히려 올여름 극장가를 강타했다는 '베테랑'보다도 훨씬 더 재미있었다고 추켜세우고 싶다. 베테랑의 경우는 연기 베테랑 황정민의 이미지가 거의 싹 다 해먹은 영화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황정민 아니면 사실 그를 대체할만한 배우도 그리 흔치 않은 영화였다. 그만이 할 수 있는 코믹연기는 물론 그가 가진 독보적인 이미지들이 절반은 잡아먹고 간 영화라고 해도 될 정도다. 물론, 그에 반해 이선균 주연의 '성난변호사'는 사실 임원희가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코믹은 좀 적었다. 성격자체가 코믹물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런 요소들은 오히려 영화의 집중력을 흐릴 뿐이라 차라리 잘 되었다는 생각이다.

 

 

 

 

 

 

확실히 과거 영화들에 비하면 요즘의 한국영화들은 절제해야 할 부분과 더해야 할 부분에 대한 구분을 잘 해내고 있는 듯 하다. 그러다보니 확실히 군더더기 요소도 눈에 띄게 줄었고 구지 꼭 필요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한다면 기껏 촬영을 다 해놓고도 과감하게 편집을 해버리기도 하는 듯하다. 이번에 '성난변호사'를 보면서 느낀건데 막 뚜껑을 열어본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지 안할지를 알아내는 방법을 확실히 알게 된 것 같다. 오픈 크레딧 혹은 엔딩크레딧에 나오는 투자자 혹은 투자사를 잘 눈여겨보면 된다. 어떤 영화든 공들이지 않은 영화가 있겠냐만, 확실히 투자자 및 제작자가 다른 영화는 흥행도 확실히 다르다. 아는 이름이 아니더라도 투자의 흔적이 역력해보인다면 그 영화는 돈맛을 아는 사람의 간택을 받아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래서인가? '성난변호사' 역시 투자자 제작자 모두 눈에 들어오는 그런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이 영화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