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4. 19:00ㆍ영화, 미드 추천/주목할만한 영화
'탐정 더 비기닝'은 지난 9월에 개봉한 영화인데 뒤늦게 유료 컨텐츠로 보게 되었다. 진작 알고 있었으면서도 다른 영화들에 비해 자꾸만 뒤로 미루었던 이유는, 평소 그러지 않으려했음에도 편견이나 선입견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배우 성동일 연기에 대한 일종의 고정관념과 언제나 폼생폼사하는 권상우 특유의 아우라 같은 것들이 선입견으로 작용했다고나 할까? 더군다나 이 영화는 코믹 쟝르에 속하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고 권상우가 이런 배우였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즉, 그저 스타일리쉬한 연기로 폼이나 재는 그런 배우로 이른바 '후까시 연기'나 하는 배우인줄 알았던 권상우의 넉살연기는 의외였다. '탐정 더 비기닝'은 그래서 권상우에 대해 천상 배우는 배우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갖게 해준 영화이고 색안경을 끼고 보려했던 편견을 또다시 한방에 날려준 그런 영화였다. 어찌 보면 뻔한 영화같았지만 결과적으로 펀(Fun)한 영화였다고 해야할 것 같다. 물론, 코믹류의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어쩔 수 없는 한계는 있기 마련이라지만 배우 성동일의 무게감있는 연기는 한없이 가벼울 수 있는 부분을 단단히 붙잡고 있지 않았나 하는 그런 생각을 해본다.
게다가 권상우가 연기하는 강대만의 아내 이미옥 역으로 등장하는 배우 서영희의 또다른 변신은 연기파 배우인 그녀가 왜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되었나를 짐작하게 만든다. 그만큼 코믹범죄 수사물이라고는 해도 내용이 제법 탄탄하고 괜찮았기 때문이라는 것일테다. 서영희는 앞서 '마돈나'에서도 연기변신을 보여준 바람에 그 때 이미지가 또다시 강하게 남았던 터라 보는 내내 긴가민가 했었다. 이미지가 너무 달라보였기 때문이다. 아직도 '마돈나'에서의 서영희 이미지가 깊게 남아있었나 보다. 더군다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 나오는 그 이미지랑은 또 한참이나도 달랐다.
어쨌든, 영어제목 'The Accidental Detective'라는 제목처럼 사고뭉치로 만난 퇴물 베테랑 형사 노태수와 추리소설 오타쿠로 가정을 버린 남자 이 둘이 만나 경악스러운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기까지 벌이는 좌충우돌 모습들을 보는 재미가 보는 내내 쏠쏠하다. 이 두사람의 유일한 공통점은 둘 다 '나 잘난 맛'에 사는 사내들이기는 하지만 집에 가서는 마나님들한테 꼼짝도 못하고 꺼뻑 죽는 캐릭터라는 그 사실 하나 뿐이다. 서로 성격도 다르고 한 사람은 현장에서 터득한 실전감각으로, 또 한 사람은 추리소설을 바탕으로 쌓은 분석능력으로 물에 빠져도 입만 살아날 캐릭터인데 이 둘이 처음부터 잘 어울릴리가 없다.
하지만, 시너지 효과란 말과 '상생'이란 말이 있듯 '탐정 더 비기닝'은 단 하나의 공통점(마누라에게 잡혀살기)만으로도 끈끈한 호형호제로서의 관계발전의 가능성을 안고 하나둘씩 진범을 찾아 접근해나가는데 성과를 보이게 된다. 지난해 화제가 되었던 tvN 드라마 '미생'에 나왔던 배우 박해준이 누명을 뒤짚어 쓴 권상우의 친구 준수 역으로 나오는데 친구와의 의리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무모할 정도로 생계고 가정이고 뭐고 다 짚어던지고 저럴 수가 있나 싶기도 하지만 타고난 탐정 본능을 누가 말릴 수 있을까 싶다.
그래서인지 아내인 미옥과 끊임없이 부댖기고 끝없는 거짓말과 빠져나가기 술수 및 잔머리를 굴려대는데...처음엔 너무도 탐탁치 않고 같지않았던 쥐뿔도 없어 보였던 강대만의 숨겨진 능력을 조금씩 발견해나가던 노태수로서도 마냥 싫지만은 않았던 모양이다. '탐정 더 비기닝'은 그래서인지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 환상의 콤비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면서 사건해결의 속도도 점점 빨라지게 된다. 코믹 쟝르라고는 하지만 영화가 무조건 배꼽 빼겠다는 코미디만도 아니다. 요즘 한국영화의 상당수는 '살인사건'을 빼놓고는 이야기가 안되듯 코미디 쟝르에서조차 잔혹한 살인사건은 여지없이 등장하게 되고, 반전과 함께 진짜 범인의 모습도 결국 드러나게 된다.
영화 '탐정 더 비기닝'은 제목처럼 죽어라 안어울릴 것 같은 두 사람의 만남으로 이제부터 '시작'을 알리는 듯 하다. 그렇다면 후속편이 나온다는 이야기인데 그때는 마나님들의 엄청난 반대를 무릎쓰고 전업에 성공해 진짜 '사설 탐정 사무소'를 차린 이들이 또 한번 좌충우돌 어떤 미제사건을 풀어나가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물론 이젠 어느정도 호흡도 맞고 성격파악도 서로 다 되었고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게 된만큼 한국판 '셜록 홈즈'의 탄생 또한 기대해볼만하지 않을까?
그런데 걱정되는 게 하나 있다. 영화 후반에 전혀 안어울릴 것 같았지만, 결국은 끈끈한 부라더스로 만난 이 두 사고뭉치가 사설탐정 사무소를 차리게 되는데 엇그제 보았던 '성난변호사'의 이선균 임원희 콤비도 사설탐정 사무소를 차리기로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렇다면 이들은 서로 라이벌 관계가 되려나? 하지만 탐정 더 비기닝은 후속편이 나올지 몰라도 '성난변호사'는 제목을 바꿔야 하니 왠지 후속편이 나올것 같지는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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