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돌연변이, 왠지 아쉬움이 남는 영화

2015. 12. 9. 20:21영화, 미드 추천/주목할만한 영화

영화 돌연변이, 왠지 아쉬움이 남는 영화

 

 

'돌연변이'를 보고 난 뒤의 소감을 솔직히 뭐라 해야할지 온종일 고민스러웠다. 예전에 봉준호 감독의 '괴물' 이후 이렇게 괴이한 영화를 본 것도 참 오랜만이다. 권오광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려 했는지 정확히 꼬집어 이해할 수는 없어도 확실히 풍자적인 요소가 많았던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코미디류로 분류될 일도 아니란 생각이 먼저 든다. 엄밀히 말해 이 영화는 절대 코미디가 아니다. 웃음이 나오는 요소는 거의 없었고 시종 내내 심각한 영화였다고나 해야할까? 그 정도로 괴이한 캐릭터와 더불어 이 영화는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심리와 탐욕, 개인 이기주의를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는 그런 영화였다는 생각을 해본다.

 

 

 

 

 

 

무엇보다 '돌연변이'는 영화 속에서 생선인간을 연기해야 했던 이광수가 '얼마나 힘들었을까'하는 안타까움이 먼저 전해지는 그런 영화였다. 그만큼 비주얼적으로는 생선인간이라는 다소 황당한 캐릭터와 그를 연기해야 했을 배우의 고생이 먼저 떠올랐다. 그리고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새삼 실감나게 보여준 그런 영화였다고 일축하고 싶어진다. 즉, 권감독이 어필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관객들에게 얼마만큼 정확하게 전달이 되었는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그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좀 약했던 건 사실이란 생각이 든다. 좀 더 분명하게 전달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영화 속에서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은 제약회사 회장으로 등장하는 배우 명계남씨의 대사만으로도 충분해 보인다. "저는 그냥 장삿꾼일뿐입니다. 가격은 저희같은 사람이 정하는게 아니에요. 욕망이 정하는 겁니다."...참으로 무서운 대사다. 인간의 탐욕에 대해 이 말 한 마디로 소름이 돋을 정도인데, 이처럼 권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조금만 더 분명하게 어필했으면 좋았을텐데하는 그런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광수가 연기하는 생선인간 캐릭터를 통해 누가 진짜 돌연변이인지를 생각해보게 만들고자 하는 시도는 분명 좋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다른 기타 요소들과 더불어 그 분명한 메세지가 조금 희석되지 않았나하는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는 것이다. 단돈 30만원에 제약회사 실험에 응할 수 있는 이런 작금의 현시리 개탄스러운건 사실이지만, 실제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들도 가능했으리라 생각해본다. 그만큼 요즘 청년취업난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흔히 편의점 알바를 한다고는 하지만, 시체 닦는 일에서부터 상상도 못할 다양한 일에 뛰어들고 있는 게 요즘 젊은이들의 모습이다. 그만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넘어 비관적인 일상이 만연한지 오래다. 그랬기 때문에 이런 영화마져 나올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이 영화는 어찌보면 영화 자체의 스토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냥 30만원의 유혹에 아무생각없이 제약회사의 제안에 응했던 한 젊은 청년이 이렇게까지 부작용에 의해 돌연변이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게 아닐테니 말이다. 그게 진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팩트는 물론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그렇게 해서 생선인간이라고 하는 돌연변이로 뒤바뀌어야 했던 청년을 두고 일그러진 시각으로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눈초리와 이를 역으로 이용해먹으려는 인간들의 탐욕, 그리고 이런 상황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한 청년의 자괴감 등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그 속에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자화상을 엿보길 바랬던게 아마도 감독의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라면 좀 더 욕심을 냈을지도 모르겠다. 더 욕심을 내서 보다 강렬하게 메세지를 전달했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이슈화 될 것이고 세인들의 관심은 도를 넘어 통렬하게 내부에 감춰진 욕망과 탐욕 그리고 군중심리라는게 쏟아져 나올게 분명한데 기왕 가는거 끝까지 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흔히 바닥을 찍어야 빛이 보인다라는 말이 있듯 이 비현실적이면서도 충격적인 상황을 통해 관객에게 분명한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했더라면 차라리 그런 극단적 충격요접을 사용하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무난하게 '이만하면 됐지'라고 판단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토리에 얽메이다 보니 이야기가 본래 전달하고자 했던 메세지 보다는 스토리에 더 치우쳤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영화 '돌연변이'는 그 시도 자체만으로도 일단 칭찬을 해주고는 싶은데, 독특한 접근이었기 때문에 더 욕심과 아쉬움이 남는 그런 영화라고 평가하고 싶어진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배우 이천희의 연기야 두말할 나위 없지만, 요즘처럼 '기자'라는 직업의 정체가 궁금해지는 시절에 이천희가 가진 에너지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더불어 든다. 실제로 느껴지기를 배우 이천희는 에너지가 넘치는 그런 배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이 친구는 감독이 이용하기 나름이다. 잘만 활용하면 배우 그 이상의 에너지가 충분히 뿜어져 나올 그런 배우 중 하나인데 영화 '돌연변이'는 왠지 미완의 느낌으로 남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만큼 독창적인 시도와 접근이 좋았기 때문에 아쉬움과 더불어 미숙함을 발견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세상을 향한 풍자를 하려면 아예 더 적나라하게 더 노골적으로 까발리던가 아니면  재미있는 스토리에 집중해 아예 배꼽 빠지는 코미디로 가던가 했어야 하는데 어째 이도 저도 아닌 듯한 느낌을 남기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쟝르로는 코미디라고 분류하고 있지만 절대 코미디는 아닌, 오히려 심각한 소재를 다룬 영화가 바로 영화 '돌연변이'다. 하마터면 영화자체가 돌연변이화 될 뻔하기도 했다는 생각마져 든다. 그래도 어려운 소재를 가지고 어려운 접근을 시도한 자체만으로도 이 영화는 점수를 후하게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