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10. 20:37ㆍ영화, 미드 추천/주목할만한 영화
난해한 영화 '들개', 변요한 박정민의 청춘스케치
요즘처럼 이 땅의 청춘들에게 낭만이란게 사라진 적이 또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 무렵 영화 '들개'를 보았다. 시종일관 변요한이란 배우와 박정민 이 두 배우가 서로 비슷한듯 다르게 그려내는 청춘의 자화상은 사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매우 어두운' 그런 모습들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세상에 좌절하고 불만으로 가득찬 이 두 젊은이들이 무언가 '일'이 터지기를 바라며 생산자와 집행자로 벌이는 위험한 이야기들은 다소 난해한 영화라는 생각과 함께 씁쓸한 여운을 남겼던 그런 영화다.
사실 처음에 제목만 보아서는 1981년에 소설가 이외수씨가 내놓은 '들개'라는 작품과 동명의 영화인 줄 알았다. 그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인줄 알았는데 내용은 완전히 달랐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드는건 왜 제목을 '들개'로 했느냐이다. 길들여지지 않고 본능대로 서성이는 그런 개를 연상시키며 그런 제목을 넣지 않았나 싶은데 영어제목은 'Tinker Ticker'라고 그대로 직역하자면 그냥 '어설픈 시한폭탄'이라는 식으로 다른 의미를 내포하게 된다. 하지만 한글 제목으로 '들개'라고 정한 것은 이해가 가지만, 다른 영화나 소설들과 겹치는 부분들이 있어 선입견 아닌 선입견을 갖게 되는 그런 부분도 있는게 사실이다.
이 영화 '들개'의 주인공은 드라마 '미생'의 히어로 변요한이 연기하는 '정구'와 영화 오피스에 등장했던 배우 박정민이 연기하는 '효민'의 이야기가 거의 전부다. 이 다른 듯 서로 비슷한 두명의 캐릭터는 어찌보면 변요한이 연기하고 있는 '정구'의 갈등하는 이중적인 내면을 양분화해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즉, 사회에 순응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정구의 내면 속 자아와 여전히 세상을 향한 불만과 원망을 해소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또다른 자아가 '효민'이라는 캐릭터로 대변된다고 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계속해서 다 그만두고 현실을 직시하자는 내면 속 자아와 그래도 만족할 수 없는 세상에 대한 불만을 한번쯤 폭발시키고 싶어하는 또 다른 자아로 나뉘게 되는 것이다. 결국은 현실적인 정구의 모습과 바램대로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착실하게 보통사람으로 살아가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요즘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이 느끼는 절망적인 속내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누구 혹은 무엇 때문이라고 콕찝어 말할 수는 없지만 막연하면서 희망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아무리 바꾸어보려해도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이 세상에 대한 원망 등 불만이 어느 한켠에서는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불만을 나를 대신해 불특정 누군가가 터뜨려주었으면 하는 그런 욕구랄까?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래도 원래 세상이란게 그런게 아니더냐 하면서 역겹고 더럽고 치사해서 다 부숴버리고 싶은데도 불구하고 꾸욱 꾹 이를 악물고 참아내고 있을지도 모를 그 누군가의 이야기가 마치 자신의 이야기같다라고 느끼는 그런 사람들도 있을거라 짐작해 본다. 그래서 영화 '들개'는 아직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회초년생들에게는 어쩌면 더 뜨끔하게 와닿을 그런 영화가 될 것 같다. 어째서 감독은 이런 영화를 연출할 생각을 했을까 싶지만, 요즘의 세상이 정말 그러하기 때문에 이런 영화가 어필되는 층이 분명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때론 중간중간 답답하기도 하고 난해하기만 했던 그런 영화였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 애기하고자 하는 주제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대충 이렇게 정리가 되었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이 영화에 심하게 공감하는 일도 어쩌면 위험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물론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그냥 날마다 접하는 사회 일면들을 바라보노라면 요즘처럼 젊은 청춘들에게 힘겨운 시기도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과거처럼 유신타파 군사독재 타도 이런걸 고민하던 청춘들의 그것보다 어쩌면 당장 입에 풀칠이라도 제대로 해야하는 일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는 더욱 절박한 이야기가 아니고 무얼까. 이상과 이념을 쫒는 것보다 현실 속 한계를 절감하며 연명해야하는 상황이 누군가에게는 훨씬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어디에서도 출구가 보이지 않거나 또는 어디에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조차도 모르게 혼탁한 현실과 미래를 발견하게 된다면 영화 '들개'의 주인공 정구와 효민처럼 그런 갈등에 사로잡히게 되지 않을까. 그래도 영화는 끝내 현실에 순응하려는 정구에게로 기회가 주어지기는 하지만, 마음 속 어딘가에 여전히 남아 있는 효민이 언제 다시 튀어나올지 모를 일이다. 영화 '들개'는 그런 젊은날의 단상과 번민, 불만을 이중적 캐릭터로 독특하게 그려낸 그런 영화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요즘 뜨는 배우 변요한도 좋았지만, 영화 '오피스'에서는 제대로 가진 매력을 다 보여주지 못한 배우 박정민의 연기와 존재감이 훨씬 빛났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 이런 또라이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제대로 연기했으니 말이다. '아프기 때문에 청춘'이라는 아주 엿같이 이상한 말이 있기도 하지만, 고민 많고 불만 많은 젊은 날에 이 영화는 젊은층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다 줄 그런 작품이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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