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사제들, 김윤석과 강동원이 연기하는 코리안 엑소시스트

2015. 12. 17. 20:43영화, 미드 추천/주목할만한 영화

검은사제들, 김윤석과 강동원이 연기하는 코리안 엑소시스트

 

 

검은사제들은 영어제목으로 'The Priests'이다. 복수형이니까 한글로 그냥 '사제들'이다. 그런데 여기에 영화적 성격을 대변하기 위해 하얀색도 아닌 검은색을 넣어 '검은사제들'이 된 듯 하다. 구지 말하자면 이 영화는 한구판 엑소시스트라고 해야할까? '엑소시스트(Exorcist)'란 말은 말 그대로 '퇴마사'를 뜻하는 말이다. 물론 코리안 엑소시스트하면 단연 '무당'이 최고로 존재하지만 전통적으로 어디까지나 '무속'의 범주에 넣어 치부하는 경향이 있어 카톨릭의 사제가 나서서 영적인 구원을 행한다면 이야기가 좀 더 그럴싸하게 포장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물론 영화 '검은사제들'에는 한국형 퇴마사 '무당'이 안나오는 것도 아니다. 배우 김병옥이 연기하는 박교수가 바로 그 역할인데 그런 무당의 힘으로도 안되는 이놈은 상당히 오랜 시간을 여기저기 옮겨다녔던 메가톤급 악령쯤 된다. 태생적으로 한국에서 출몰한 그런 토속적인 악령이 아니라는 것이다. 영화 도입부에서 이미 그런 정체성에 대해 외국인 사제들이 설명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어이 없게도 이들은 사투를 벌이던 중에 그만 악귀를 놓쳐버리게 되었고 그것이 영신이라고 하는 한 소녀에게로 옮겨가게 된 것이다.

 

 

 

 

 

 

영신역으로 나오는, 요즘 한참 뜨는 신예배우 박소담의 소름 끼치는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물론 다른 성우의 목소리 등으로 악마의 소리를 대신하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삭발투혼까지 보여주었던 그녀의 신들린 연기가 아니었다면 정말 역겹고 등골 서늘한 악령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해내기도 쉽지는 않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배우들 연기야 주연을 맡은 김신부역의 김윤석은 두말할 것도 없지만 최부제역을 맡은 강동원의 연기는 특히 돋보이는 듯 했다.

 

 

 

 

 

 

 

 

앞서 '군도:민란의시대'에서 조윤 역을 맡았던 배우 강동원의 연기력은 검은사제들에서도 단연 돋보이지 않았나 싶다. 이 배우를 보면 정말 날이 갈수록 날이 서는 듯 한 느낌을 받게 된다. 깎은 듯 오똑 선 콧날이나 눈매도 그렇고 천상 배우다. 이 영화에서는 군도 때처럼 액션연기를 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유창하게 외국어를 내뱉는 아가토 사제 역할을 똑부러지게 잘 연기한 것 같다. 간혹 배우 주원과 강동원의 이미지가 약간은 닮은 듯 비슷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는데 실제로도 좀 그렇다. 하지만 입을 떼는 순간 강동원의 목소리가 훨씬 무겁게 들린다. 하지만 때론 그 목소리가 연기를 하는데 있어 조금은 방해가 될 정도로 부담스러울 때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그의 눈빛 연기가 오히려 더 끝내준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검은사제들은 어찌보면 종교적 색채가 무척 강한 영화이기도 하다. 카톨릭신자 아니라 개신교신자라 해도 알아듣기 힘든 이야기들이 많을법 하다. 아! 개신교입장에서는 좀 견해차뿐 아니라 많은 부분들에 있어 제아무리 영화라해도 비판의 목소리가 왠지 많이 나올것도 같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 두 종파간에 생각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비록 천주교사제들이 나오는 영화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종교적 선입견 등을 가지고 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제작사나 감독 누구도 그런걸 원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종교적 이해관계나 잣대 이런거 없이 영화는 그저 영화로 보면 그만일뿐이란 생각을 그래서 해보게 된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궁금했던 것 중 하나는 '빙의'라는 말도 있지만, 실제로 심령학적으로 불가사의한 일들이 현실에서도 많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하는 궁금증이 계속 따라다녔다. 국내에서는 대게 신내림 같은 수준의 일들이 심심치 않게 있다고는 들었으나 검은사제들에서처럼  그 정도의 악령이 깃들었다는 이야기는 아직 들어본적도 없는 것 같다. 종교계에서 말하는 그 악령이라는 것도 사실 영화에서 보여지는만큼은 아니겠지만, 하필이면 악령이 나와도 어째서 돼지에게 들어가는지 그 부분은 쉽게 납득이 가질 않는다. 영화 속에서 귀여운 새끼 돼지를 강동원이 왜 데리고 다니나 했는데 영화 말미에 그렇게 흑돼지로 둔갑하게 될 줄이야. 제주 흑돼지도 아니고...암튼 흑돼지는 그렇게 물귀신이 되면서 영화도 결말이 그렇게 일단락 되는데 평소 심령학 관련 영화는 솔직히 좋아하지도 않는 편인지라 이 영화는 그저 김윤석 강동원 두 배우의 등장 하나만으로 보게 되었던 그런 영화다.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검은사제들의 두 주인공 김윤석과과 강동원이 6년전 영화 '전우치'에 이어 또한번 호흡을 맞추었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이 영화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이 지난해 2014년에 이미 26분짜리 '12번째 보조사제'라는 작품을 내놓았다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검은사제들에서 김신부를 돕는 강동원은 12번째 보조사제인 셈이다. 실제로 많은 보조사제들이 다 도망가 버렸고 하마터면 강동원이 맡은 최부제도 도망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을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 '검은사제들'은 2011년 특수본과 2012년 광해 연출부에서 일했던 장재현 감독이 만든 세번째 연출작이며, 이미 12번째 보조사제를 통해 김신부와 최부제 그리고 영신의 이야기를 최종적으로 완성하기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장재현 감독도 개인적으론 퇴마사적 이야기에 나름 조예가 깊은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