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한국 언론을 되돌아보게 만든 영화 두편

2015. 12. 30. 18:22영화, 미드 추천/주목할만한 영화

올 한해 한국 언론을 되돌아보게 만든 영화 두편

 

 

한국영화의 소재는 확실히 과거에 비하면 매우 다양해졌다. 한 때 조폭영화 일색이거나 의미없는 코미디 영화가 범람하던 때도 있었고 또 SF 환타지 등에도 크고작은 시도들이 있었으나 근래들어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 중에는 사회풍자적 요소와 현실비판적 소재들도 나름 탄탄한 구성을 갖추고 속속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보았던 한국영화 중 올 한해 눈에 띄는 두개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바로 '특종 량첸살인기'와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이 두편이다. 두 작품 모두 한국 언론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만든 영화라고나 할까. 물론 최근 개봉작인 '내부자들'의 경우도 배우 백윤식이 연기하는 언론사 논설주간이 포함되어 있어 이 영화를 빼놓는다게 좀 그렇기는 하지만, 아직 못본 영화라 언급을 하지는 않겠다.

 

 

 

 

 

 

먼저 '특종 량첸살인기'의 경우는 앞서 포스팅에서도 꼬집었지만 배우 이미숙이 내뱉는 대사가 명대사이고 극 전체의 주제와 결부되는 액기스 같은 대사였다. 그게 바로 한국 언론의 현실 아니 어쩌면 금세기 전세계 언론의 공통된 관심사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특종만 물어오면 되는 것이지 과거처럼 '기자정신' 운운하며 진실을 캐내는 일은 더 이상 기자가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배우 이미숙은 진실을 쫒는 일 자체가 우리 일이 아니라고 노골적으로 말한다. 그건 어디까지나 시청자의 몫이고 그들이 진실이라고 믿으면 그게 진실이라는 것이다. 참 어이없으면서도 한탄이 절로 나오는 대사다.

 

 

 

 

 

 

영화를 보면서 이 대사를 마딱뜨리는 순간, 정말 현실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다. 오늘날 진짜 언론이 몇개나 될까. 그들은 그저 '객관성'을 기준으로 언제나 '카더라'식 보도를 한다. 이슈가 되고 특종만 된다면 무엇이 되었건간에 그것이 불러올 사회적 파장이나 개인의 인격모독 및 사생활침해 이런건 아예 생각도 안하는 것 같다. 특히 정치와 관련된 이슈를 다루는 부분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체념적으로 인식하고 있듯 무책임하게 '전달' 형태의 보도만을 한다. 특히 종편방송으로 가면 이건 거의 '만담' 수준이다.

 

 

 

 

 

 

왜 그런 것일까. 겉으론 객관성을 담보로 나름 소신껏 보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부의 방침이나 입장 등을 전할 땐 거의 나팔수라는 비아냥까지 들어가면서 국민의 알권리랑은 무관하게 자신들 편의대로 보도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면서 더이상 참언론은 없다는 지탄의 목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앵무새처럼 그냥 일방적 전달만을 한다. 과거에 한참 이슈가 되었던 '피디수첩' 사건 이전과 이후로 양상이 갈리는건 아닌가 싶기도 한데, 가만 생각해보면 결국은 모든게 돈 자본의 원리에 순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해본다.

 

 

 

 

 

 

예를 들어 굉장히 민감한 정치적 이슈를 그것이 국민이 알아야 될 진실이라 해서 보도한다 해도 그것이 불러오는 파장과 불이익까지 감수할 언론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당장 보도국 데스크팀장 뿐 아니라 국장급에서 다 짤릴게 뻔하다. 속된 말로 "이러다 광고주 다 떨어져 나가면 네가 책임질거야!"라는 불호령이 떨어질게 자명하지 않나 이말이다. 게다가 어떤 이유에서건 주식에도 영향을 미칠만큼 민감한 사안들은 전부 가위질 대상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즉, 과거 군사정권 시절엔 당사자들이 직접 눈을 부라리고 있었기 때문에 눈치를 보느라 혹은 죽음을 각오하고 진실을 쫒는게 언론이었다면, 오늘날의 언론은 스스로 자체검열을 알아서 척척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언론이 타락한 것이다. 이미숙이 내뱉은 대사처럼 "진실? 그거 우리 일 아냐" 라는 것이다.

 

 

 

 

 

 

그리고 언론과 관련된 또 다른 한국영화 '열정같은 소리 하고 있네'의 경우도 좀 다르기는 하지만, 연예부를 담당하는 스포츠일간지임에도 이들이 얼마나 밥줄(돈)에 연연해하는지 코믹하게 그려내고는 있지만 현실이 있는 그대로 다 까발려지고 있다. 심지어 사측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애써 취재해 온 기자의 기사도 대승적(?) 차원에서 얼마든지 거두절미해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신참 기자 '도라희'를 통해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다.

 

 

 

 

 

 

나름대로 소신을 굽히지 않고 밀어붙이기로 일관했던 하재관 조차도 결국은 현실과 타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던가 이말이다. 영화는 요즘 청년실업난 취업난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비교적 가벼운 취재를 다루는 스포츠일간지 신문사의 일을 다루고는 있지만 그 안에는 사실 우리가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하는 언론사의 단면들이 곳곳에 그대로 담겨있다. 한 때 정치부에서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가 된서리를 맞아야 했던 선우(배성우)의 모습도 그렇고, 어쨌든 살아남고 싶다면 현실에 수긍하고 타협해야 한다는 씁쓸함이 일견에 묻어있으니 말이다.

 

 

 

 

 

 

이처럼 올 한해 개봉되었던 두편의 한국영화만 보더라도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오늘날 언론의 정체성이 그대로 보여지게 된다. 그래서 앞서도 '특종 량첸살인기' 포스팅을 하면서 언론을 꼬집는 영화라 했는데, 사실 아직까진 심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꼬집는 수준이 아니라 비꼬고 실랄하게 비판하는 그런 영화는 나오지 않았다. 설사 그런다해도 그걸 대하는 관객들의 반응이 어떨지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이미 언론에 길들여진 국민과 사회는 무엇이 진실이냐 여부에는 큰 관심이 없는 듯 하다. 늘 그래왔듯이 뜨는 이슈에 더 관심이 많을테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그런 속성과 현시을 너무나 잘 아는 언론은 앞으로도 이런 양상대로 흘러갈 듯 하다. 다 썩어 문드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아마 그때 가서도 "좋은게 좋은거 아냐?"라고 말하지 않을까? 그저 씁쓸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