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토끼 복실이, 버려진 토끼의 칠년 전 과거모습

2019. 6. 26. 20:54동물의세계/어쩌다토끼아빠(유튜브)

토끼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아마도 불쌍한 토끼를 보았을 때 모두들 똑같은 심정일 텐데요. 안타깝게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면 버려진 토끼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복실이를 키우고 있지만 복실이도 칠 년 전 과거 모습을 보면 버려진 토끼나 별반 다름없었으니까요. 

 

어디라고 말씀드리기는 좀 뭣하지만 그곳은 추모공원이었습니다. 오가는 사람들의 침울한 마음을 달랠 겸 언제부터인가 토끼를 공원 한 켠에 두었던 것인데, 문제는 제대로 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처음 그곳에서 데려온 아이가 지난해 무지개다리를 먼저 건넌 토슬이었고 이후에 데려온 아이가 바로 복실이었습니다. 

 

 

 

여름 무렵 태어난 아이들이었는데 가을 어느 날 다시 찾은 그 곳에서 복실이만이 혼자 좁은 케이지 안에서 배변판에 발을 딛고 있어 똥오줌이 범벅이 된 상태였습니다. 그런 데다 발을 짚고 있었던지라 세수를 하는 토끼가 어떻게 되었겠어요. 얼굴 양쪽이 안 봐도 뻔했습니다. 그야말로 남루하기 짝이 없는 데다 날씨는 점점 추워오는데 먹이도 변변찮게 먹느라 상태가 영 안 좋았습니다. 보다 못해 안 되겠다 싶어 사진을 찍어 집사람에게 동의를 구하고 집에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겨우 끊어져 가던 어린 생명을 구해내기는 했지만, 문제가 또 하나 있었지요. 분명 암컷이라고 듣고는 안심하고 데려온 것이었는데 숫컷이었으니까요. 토슬이는 암컷! 그럼 이후의 이야기는 안 봐도 뻔한 노릇이었습니다. 어쩌다 토끼를 키우게 되기는 했지만 정말 당시엔 초보아빠였고 토끼에 관한 지식도 너무나 부족했습니다.

 

결국 두 차례에 걸친 임신과 출산을 겪고 나서야 중성화 수술을 하러 동물 병원을 찾았는데 복실이가 너무나 불쌍해 보였습니다. 게다가 병원 원장 선생님도 수술 후 잘못될 수도 있는 부분이 있다고 솔직히 말을 해주는 바람에 그냥 발을 돌렸습니다. 앞으로 정말 단단히 잘 관리하면 될 것이란 생각으로 말이지요. 그렇게 해서 그날 이후 아예 방을 나눠 쓰고는 했지만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고 집안에서 나는 암토끼 냄새에 반응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암토끼들이 번갈아 세 번이나 차례로 임신했던 것 같습니다. 그 때의 그 기억들을 말로 다 설명하자면 정말 전쟁터가 따로 없었고 이건 토끼왕국이 아니라 토끼지옥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태어나는 새끼들과 분양 보내고 나면 아무리 조심을 해도 또다시 반복되는 사건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정말 번식의 왕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정도가 아니라 그 과정들이 눈물겹더라고요. 어떻게 그럴 수 있었나 지금도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그래서 토끼 키우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단 한 마리만을 키우셨으면 합니다. 암컷끼리 두 마리든 숫컷끼리 두 마리든 서열 싸움도 장난 아니기 때문에 불쌍해서든 좋아해서든 한 마리 이상을 키우는 일은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서열 싸움으로 온 사방에 물어 뜯긴 털들과 육박전, 추격전! 영역 표시를 위한 오줌 샤우팅까지!! 상상도 못 할 일들을 겪어보지 못한 분들은 말을 삼가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예상하시겠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 사는 집은 엉망진창이 됩니다. 쉴 새 없이 뜯어대는 벽지와 박스란 박스는 모조리 갉아 뜯고 아마 쇳덩이 빼고는 모든 걸 쏠아댄 것 같습니다. 날리는 털들과 오줌 세례 두꺼비집 내려간 것만 두 번! 나중에 집을 이사할 때 짐을 들어내니까 장롱 바닥 깊은 곳까지 토끼털이 산더미 같이 쌓여있었죠. 얌전하게 한 마리만 키우시거나 최대한 제한을 두고 키우는 분들은 아마 실감하지 못할 것입니다. 저희는 최대한 자유를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대가가 엄청나긴 했지만 말이지요. 

 

 

 

아무튼! 영상에서 처럼 복실이는 참으로 불쌍한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태어난 직후부터 고생문이 활짝 열려있었습니다. 영상에는 안 나오지만 복실이가 사고(?)를 쳐 연거푸 새끼들이 7마리씩 두번이나 태어났을 땐 사실 복실이를 건강해져서 괜찮겠다 싶어 데려온 곳으로 다시 보내기도 했습니다. 4~5개월 후에 다시 데려왔지만 그때 역시 관리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었던 복실이는 두 번째 위기를 또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굶겼는지 정말 집에 다시 데려온 날 하루 종일 밥만 먹었을 정도이니까요. 에혀~ 그 기억들이 또다시 나열하자면 참으로 지난한 세월이었습니다.*

 

 

https://youtu.be/zGk86trWeoA